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합창단 어르신 한 분이 찾아왔다.

"선생님! 장구나 모듬북 잘 치는 분 알고 계시면 소개 좀 해주세요."
"왜 그러시는데요?"
"아름다운 나라라는 노래가 원곡이 국악반주가 같이 하는 노래라서 좀 더 신명나게 하고 싶어서요."
"일단은 가능한지 국립합창단과 지휘자 선생님과 제가 협의를 먼저 해볼게요."

일단은 국립합창단에 문의를 하고, 지휘자에 대해선 잘 아는 음악대학교수님께 자문을 구했다. 국립합창단은 피아노 이외에 반주는 안 된다고 했고, 음대교수님은 지휘자의 뜻에 맡겨야 된다고 하셨다.

고령의 합창반 어르신들이 올해 삼 세번으로 도전하는 전국대회를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신명나게 잘 해보려는 것 같아 고맙고 마음이 짠했다. 나는 청각장애인이긴 하지만 영혼을 맑게 하는 것이 예술이고 그중에서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그래서 대중음악반만 있었던 이곳에 여러 가지 악기반도 만들고 합창반도 만들었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합창에 대한 애정이 있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마치 '그대 있음에'라는 노래제목 그대로, 그대가 있어서 나의 일이 효용이 살아나는 것처럼... 참 고마운 일이다. 나이가 점점 들수록 나는 나의 모든 것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80세 이상이 4명이 있는 평균연령 75세의 청노맑은노인합창단이 삼 세번으로 다시 국립합창단이 주최하는 전국골든에이지 합창대회 예선에 도전한다. 지난 3년 동안 충북대표로 2회 선발되어 전국 각 시도 17개팀이 하는 본선에 진출했다.

합창단 중에는 부부교사로 정년퇴직하였으나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20년 이상을 사신 교장선생님도 계시고 암수술을 6번이나 받으신 할머니도 계신다. 합창단 어르신들은 충청도 특유의 산채같은 소박한 화음으로 충북실버문화예술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지역사회 아름다운 동행의 표상이 되어 전국 KBS-TV 및 지역방송의 다큐에도 나왔다.

새벽밥을 먹으며 연습해 충북대표로 국립극장의 본선 무대에 2번을 올랐지만, 본선의 무대의 벽은 참 높았다. 왜냐하면 서울, 부산, 경기, 대전, 대구 등지에서 온 합창단의 구성원 대다수는 모두 옛날 성악을 전공한 분들었다. 또 우린 30명 대인데 다른 합창단은 최대구성원수인 50명에 가까워 화음이 장중하게 울려퍼졌기 때문이다.

그냥 축제라면 참가에 의의를 두고 즐기겠지만 대회라는 명목으로 열리기 때문에 대상과 시상금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2번을 참가하고 번번이 낙방하다보니 행여나 하고 아이의 마음으로  기대하였던 어떤 어르신은 우리하고는 수준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그냥 그 대회는 잊어버리자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노합창단 2014년 충북대표로 국립극장무대에서 전국골든에이지 본선대회에 참가한 모습
청노합창단2014년 충북대표로 국립극장무대에서 전국골든에이지 본선대회에 참가한 모습 ⓒ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국립극장

그러나 대부분의 합창단 어르신들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우리의 화음이 좀 더 착실하게 다듬어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즐겁게 현장학습하는 마음으로 또 해보자고 하셨다. 첫 번째 참가 때는 아주 높은 벽을 느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두 번째 참가 때는 최선을 다했고 전년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을 느껴 기분이 좋았다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올해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또 올라가자며 열심히 연습하신다. 곡명도 소나무(독일 민요)라는 가사가 아름답고 박자도 활기차고 신명난 걸로 골랐다.

지휘자와 함께 어제 여러 가지로 의논을 했다. 어르신들이 원한 것처럼 장구나 모듬북 반주는 할 수 없지만, 약간의 퍼포민스형식을 가미하여 어떻게든 화음을 신명나게 살려주자고 기획했다. 예선통과를 하게 되면 본선에서 한 번 해보자고 하였다. 그리고 충북에서 실행되는 축제 때는 어르신들이 하시고 싶은 대로 장구도 모듬북도 모두 동원해 드리자고 하였다.

어르신들은 힘내자고 수업을 마치고 메밀국수를 먹으며 단합회를 가졌다. 그리고 다음 주에 예선참가곡을 녹음하여 서울에 보낸다. 메르스 열풍으로 다른 프로그램들은 전체적으로 출석률이 줄었지만 합창반은 결석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내가 20년이 지나 어르신들의 나이가 되어도 이 분들처럼 맑고 쾌활하게 공동체수업을 할 수 있을까? 가을날 아름답고 장엄한 석양과 구름의 어울림을 보는 것 같은 맑은 노인 합창단... 부디 삼 세번의 도전이 성공이 되어 충북대표로 선발되고 본선으로 진출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만큼시상권 6개의 팀 중에서 마지막 6번째로라도 선정되었으면 좋겟다. 왜냐하면 삼세번의 도전을 하면서 어르신들은 점점 더 고령화 되고 소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처럼 "우와 만세!" 하고 기뻐하며 "잘했어! 우리 잘했어!" 하고 서로 등을 토닥거리거나 얼싸 안는 모습을 볼 때면,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기쁘다.



#청노합창단#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기획자 이영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과의 소통 그리고 숨 고르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