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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메르스 전문가들은 '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관련 정보를 브리핑한 후 짧은 토론을 가졌다. 이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을 20가지로 나눠 정리해 봤다.

간담회에 참여한 패널은 이재갑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천병철 교수(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성한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다.

메르스, 무엇이 문제인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메르스 의심 환자 급증 '비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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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볼라 바이러스는 (거리가 먼) 지역적 한계 때문에 국내 유입 가능성이 낮았고, 오히려 메르스가 가능성이 더 컸다. 최근 중동에 한국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두 나라 사이를 왕래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두바이 등의) 중동 도시를 경유하는 여행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메르스는 에볼라보다 소홀히 여겨졌다. (이재갑 교수)

#2. 이제까지 메르스에 감염된 사우디아라비아인의 통계를 보면, 사망자가 증상의 첫 발현에서 사망까지 걸린 기간의 중간값(평균값 아님)은 11.5일, 환자의 주요 증상인 발열, 기침, 호흡곤란은 환자의 98%, 83%, 72%에서 각각 발현, 인공호흡기는 전체 환자의 80%에 사용, 환자의 100%가 흉부 엑스레이 소견에서 이상을 보였다. (이재갑 교수)

#3. 메르스 진단은 혈액을 채취해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을 이용하고, 확진 환자 대부분은 특별한 금기증(Contra-indication)이 없다면 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과 리바비린(항바이러스제, C형간염 치료에도 쓰임)을 병합 투여한다.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두 약제의 병합 요법이 생존율을 높였다고 한다. (이재갑 교수)

#4. 메르스 전염 초기에 긴밀 접촉자(혹은 밀접 접촉자)의 정의 범위를 좁게 잡아 감염 의심자를 너무 적게 추정한 것은 다시 돌이켜 봤을 때 너무나 아쉽다. (이재갑 교수)

#5. 아직 지역 감염(병원 밖 감염)은 없다. (이재갑 교수)

#6. 현재 여러 병원은 메르스 전염에 대한 대응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폐렴 환자를 역추적하면서 메르스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

#7. 다음 주 환자 수의 증가 추이에 따라 차후 계획이 결정될 것이다. 다음 주가 고비다. (이재갑 교수)

#8. 이전에 홍콩정부가 사스를 방어한 사례에선 감염 의심 환자의 병원 방문에 대비해 환자 가족 데이터나 과거력을 취합한 사스 Cluster(집단) 정보를 의료 기관끼리 공유했다. (손장욱 교수)

#9. 현재까지 3차 감염은 모두 지역 사회 감염이 아닌 병원 감염이었다. 중동 지역의 감염도 대부분 병원 내 감염이었다. 공기 전염은 조건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 (손장욱 교수)

#10.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라면 의료 기록을 포함한 환자 정보를 의료 기관끼리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반대다. (손장욱 교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메르스 예방 위해 마스크는 필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 급증으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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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파악한 '메르스'

#11. 많은 병원이 메르스 환자 입원 사실을 쉬쉬하고 있고, 노출을 꺼리고 있다. (천병철 교수)

#12. 메르스 환자에 노출 안 된 병원을 보호해서 남은 환자(메르스가 아닌 환자)를 위한 의료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 (천병철 교수)

#13. 지역 거점 병원은 시설도 미비하고, 격리병실에 여유도 없으며 일반 환자를 동시 진료 중이다. 따라서 메르스 환자를 가능한 한 곳으로 모아 치료해야 한다. (천병철 교수)

#14. 소독제 등의 간단한 물품 구비에도 병원은 1억 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병원에 이런 추가 지출에 대한 수가를 보전해줘야 한다. (천병철 교수)

#15. 축적된 사스 데이터로 코로나 바이러스 성질을 추정하면, 메르스는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 전염(Viral Shedding)하지 않는다. 보통 증상이 생긴 후 전염성(Viral infectivity)이 생기고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김성한 교수)

#16. 해외(미국, 중동)에선 메르스 환자 접촉자를 국내처럼 일괄적으로 격리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중동에서는 접촉자 모니터링을 통해 증상을 확인하면서 격리 여부를 결정한다. (김성한 교수)

#17.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사스 바이러스 정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1000여 명이나 되는 접촉자를 일괄적으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성한 교수)

#18. 메르스가 밀접 접촉이 아닌 방법으로 전염하는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a. 공기
b. 청진기 등의 매개물을 통한 전염
c. 문고리, 복도의 물건 등 병원 내 공용 공간의 시설물

b, c의 경우 밀접 접촉인데도 공기 매개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a번의 경우는 현재까지 일어난 적이 없으며 다음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역 감염(병원 밖 감염)은 아니다. (김성한 교수)

예) 의료인이 메르스 환자에 기관 삽관(Intubation)을 하면서, 기관(Bronchus)에 있던 바이러스 덩어리가 순간적으로 가해진 압력때문에 공기로 퍼지는 경우

#19. 단체 활동을 자제하거나, 학교 등의 공공 장소를 폐쇄하는 것이 메르스 전염 차단에 유익하다는 객관적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 (손장욱 교수)

#20.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공장소를 폐쇄하거나 단체 활동을 자제하게 했던 적은 없다. (김성한 교수)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이 기사는 메디게이트뉴스(www.medigatenews.com)입니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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