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16일 오후 4시 20분]
하루 유동인구만 40만명에서 50만명을 오가는 서울의 대형 환승역인 신도림역은 1984년 개통 이래로 많은 이용객들이 찾는 역이 되었다. 특히 정돈되지 않은 승강장과 대합실의 구조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헬도림' 등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 혼잡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코레일과 대보실업이 건설한 신도림역 선상역사가 지난 5월 23일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6월 1일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완전히 준공인가가 완료된 후 첫 주가 지났다. 하지만 이용객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접 신도림역을 방문해보았다.
꽉 차 있는 지하, 그리고 텅 빈 지상취재진이 6월 8일 퇴근시간에 찾은 신도림역은 여느 때와 같이 많은 승객으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선상역사로 나가는 길은 텅 빈 상태였다. 이따금씩 한두 명 정도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올라갈 뿐이었다.
반면 2호선 환승통로와 가까운 곳은 열차가 드나들 때마다 인산인해가 되었다. 열차가 들어오면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뒤엉켜 '사람난리'가 나는 모습이었다. 1호선 선상역사가 승객을 거의 흡수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열차에서 내린 한 시민은 신도림역 선상역사가 있는 것을 알려준 취재진에게 "2호선과 연결되는 길이 없는데 선상역사를 어떻게 이용하냐"면서 "오히려 공사기간동안 계단이 막혀 힘들었다"는 반응을, 다른 시민은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거리도 길어서 한 번 나가본 이후 다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선상역사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도림역 건설을 위해서 지난 4년동안 450억 원의 거금이 투입되었고, 그 기간동안 승강장 계단이 폐쇄되는 등 큰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큰 수난을 겪은 뒤에 만들어진 역사인데, 시민들은 왜 이곳을 외면하고 있을까.
유동인구 50만명에 순수 탑승객은 6만 7천명신도림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거의 대다수를 환승객이 차지하고 있다. 강남이나 홍대 일대에서 부천, 수원방면을 오가는 출퇴근객들이 매일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주 고객인 셈이다. 애시당초 1호선의 탑승만을 위해 만들어진 1호선 신도림역 역사는 탑승객의 10%도 빼오지 못할 확률이 크다.
실제로 서울메트로에서 나온 승차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신도림역의 일평균 승차객은 6만 7774명으로, 이 중 2호선으로 빠져나가는 승객의 수를 제외한다면 실제로는 큰 혼잡도 완화 효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신도림역의 혼잡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노선의 본선과 지선이 만나는 구조에, 시내, 강남 등에서 수원, 인천 등으로 이동하는 승객이 대량으로 몰리는 탓이 크다. 환승이 주 목적인 역에서 출구만을 새로 뚫는다면 혼잡도 완화라는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다.
버스정류소나 쇼핑센터와의 거리도 더 멀어1호선 출입구가 더욱 외면당하는 이유는 6번 출구를 제외한 모든 출입구가 2호선 승강장과 중복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접근성마저 떨어진다. 아침 피크시간대에 1호선을 탑승하기 위해서라면 이들 출구보다 효과가 있으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리가 멀고, 역사 역시 굉장히 높게 설계되어 비효율적이다.
4번출구를 나와 버스정류소나 테크노마트를 가려는 승객은 100m를 걸어 2번출구를 지나쳐야만 갈 수 있고, 5번출구를 나와 경인로를 가려면 1번출구에 조성된 디큐브 광장 옆을 지나쳐야만 한다.
신도림역의 남북이 양분된 현상 역시 1호선 역사를 통해 육교가 건립됨으로써 해결되었다만, 이미 1번출구와 3번출구를 잇는 지하통로가 개설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연결은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다. 특히 접근성 역시 좋고 지하상가가 있어 지하통로를 두고 선상역사를 경유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신역사, 혼잡도 완화가 아닌 다른 것이 주 목적?한국철도공사의 의도 역시 혼잡도를 완화시키겠다는 목적과는 다르다. 신도림역의 서울메트로 소속 게이트를 통해 나가는 승객을 한국철도공사 게이트를 통해 나가는 승객으로 분산하면서, 임대사업이나 환승보조금 등을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3층으로 이어진 역사는 한 층이 통째로 유휴공간이 되었는데, 이는 공공기관 입주 등의 임대사업을 노렸기 때문에 역사를 크게 지어 생기게 된 공간이다. 특히 이로 인해 육교 위의 간이건물로 지어질 수 있었던 역사가 굉장히 크게 지어졌고, 출구에서 승강장까지의 시간 역시 지하역사보다 오래 걸리게 되었다.
유휴공간 역시 지나치게 넓고 시민들도 1호선 신도림역을 외면한 상태에서, 역사 인근에 붙여놓은 "1호선 승객은 4번, 5번, 6번 출구를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는 현수막은 대책없는 허울에 불과하다.
한국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2011년 감사원의 감사로 신도림역의 코레일 게이트를 통해 나가는 승객을 중복체크해 환승보조금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태"라면서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자체 개찰구를 만들기 위해 코레일이 신역사 건설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추후 같은 예산심의라면 구조개선 등의 더 지혜로운 대책 나와야신도림역의 병목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은 중구난방으로 배열된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배치, 그리고 지나치게 짧고 합쳐지기 쉬운 환승통로에 있다.
신도림역의 주요 수요가 인근의 주민 수요보다는 환승, 그리고 쇼핑센터 이용에 집중된 상황에서 환승통로나 연결통로 또는 지하역사의 시설개선, 또는 환승센터 개설 등을 통한 버스로의 수요 흡수가 더욱 이득이 되는 이유이다,
역무공간만을 남긴 채로 육교 형태의 역사를 건설하고, 나머지의 예산은 많은 환승객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지하역사의 시설 개선을 통해 두는 것이 현명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미 완공된 역을 되돌릴 수는 없다. 신도림역의 유휴공간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되 조금 더 공공의 이익에 준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도림역을 교훈삼아 예산 집행에 있어서 운영처의 편익보다는 이용객의 편익에 앞선 계획이 나와야 하고, 이들은 실제로 오차 없이 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