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건의료단체들이 나서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부산시가 마련한 자리였지만, 정작 이날 기자회견의 반응은 냉담했다.
5일 오후 부산시는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부산시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대표들이 참석하는 보건의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단체 대표들은 시종일관 시민들에게 "불안해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분명 새로운 난치성 질환"이라면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저 질환이 없고 건강한 분들은 감염이 되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언비어 차단을 강조했다. 지역 보건의료단체 대표들은 "일부 미확인 언론이나 SNS에서 주장하는 것에 현혹되지 마시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에 집중하는 성숙한 부산 시민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또 "근거 없는 SNS, 괴담, 비의료인의 주장이나 혼란을 틈타 매출을 올리려는 상술 등에 흔들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늘어나고 있는 일선 학교의 휴교 조치도 "학교를 휴교한다 해도 학원, 피시방 등에 아이들이 다닌다면 휴교 조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부산은) 환자 발생 추이를 참고하여 시행을 결정해도 좋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대신 이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다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근거 없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보건의료단체들 역시 "메르스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런 기자회견 왜 하나" 싸늘한 기자들 반응더불어 시민들에게는 손 씻기와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신속한 병원 방문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할 상황에는 사전에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상담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하지만 지역 보건단체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의 발표가 끝난 뒤 나온 첫 질문은 "이런 기자회견을 왜 하느냐"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의 초점이 메르스 감염을 막는 것보다 유언비어 차단에 방점이 찍힌 듯한 인상을 준 부분에도 비판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김기천 부산시 건강체육국장이 나서 "시민들이 불안해하니까 보건의료단체가 시민들에게 근거 없는 SNS나 과장된 소문에 현혹되지 말라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보건의료단체의 장담과는 달리 지역 의료기관이 메르스 의심 환자 진료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만석 부산시의사회장은 "초기에는 환자를 피하는 일이 있었고, 확진될 경우 2주간 병원 문을 닫는 데 대한 보상 체계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현재 의사들은 사명감이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 국장은 다시 나서 "오해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순수한 마음"이라며 "(보건의료단체장들이) 예방을 하면 지역 사회의 감염을 차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시간을 내주었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기자는 "시민들은 정부와 부산시의 대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느낌이었다"면서 "메르스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를 믿으라는 이야기를 시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