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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험생들 까오카오 첫날 1교시 작문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큰 모양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험생들까오카오 첫날 1교시 작문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큰 모양이다. ⓒ 김대오

중국은 매년 6월 7, 8일을 수능일로 고정해 놓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일요일 날 수능을 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중국은 아무렇지 않은 듯 7일 일요일 오전에 어문, 오후에는 수학 시험을 치른다.

8일 오전에는 문, 이과 종합, 오후에 영어시험이 진행된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까오카오(高考)는 우리나라 국영수에 해당하는 과목이 각각 150점씩 450점이고, 문이과 종합 3과목이 각 100점씩 300점, 총 750점 만점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까오카오 전날 고사장 근처 5성급 호텔에서 자고, 기억력에 좋다는 초호화 조식과 점심을 먹는다는데, 산둥(山東)성 린이(臨沂)의 한 고사장 앞은 시골 같은 소박함이 느껴진다.

9시부터 시험이 시작이라 수험생 입실 완료 시간은 8시 반인데, 7시부터 학생들이 고사장 앞에 모여 든다. 직접 자전거를 타고 온 한 수험생은 길가에서 파는 전병을 사서 먹고, 한 통신업체에서 제공하는 생수를 마신다. 그리고 자신이 정리한 노트를 꺼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 남학생 수험생에게 다가가 곧 시험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보냐고 묻자, 1교시 어문의 마지막 문제인 작문시험 대비용 노트라고 한다. 그 노트에는 100개가 넘는 소재별, 주제별 내용이 정성스런 글씨로 잘 정리되어 있다.

문제가 정리 노트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러기만 바란다며 노트를 부여잡는다. 올해 산둥성 작문 문제는 '수세미 넝쿨과 콩의 수염(絲瓜藤和肉豆須)'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가 주어졌는데, 당황하지 않고 잘 썼는지 모르겠다. 

산둥성 대학 평가 순위 중국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평가 결과 중에서 산둥성 대학을 뽑은 자료이다.
산둥성 대학 평가 순위중국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평가 결과 중에서 산둥성 대학을 뽑은 자료이다. ⓒ 山東中高考網

또 한 수험생에게 목표하는 대학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지난(齊南)에 있는 산둥대학이라고 한다. 문과인 이 학생의 목표 점수는 650점인데, 그 정도면 산둥성에서 제일 좋은, 전국 대학 순위에서도 10위권인 산둥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왜 베이징에 좋은 대학이 많은데 그 점수로 못 가냐고 물었더니,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의 경우 산둥성에 배정 인원이 많지 않아 700점 가까이 맞아야 합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점수가 잘 나오면 베이징으로 갈 거냐고 했더니 "당연히 가고 싶죠!" 하며 웃는다. 노트에 "시험 잘 보세요!" 한글로 적어 주고 우리말로 읽어주었더니 따라하며 너무 좋아한다.

수험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학교에서 준비해 준거라며 수험표와 필기도구가 든 작은 비닐 가방을 들고 있다. 시험 시간표, 수험생 유의사항과 함께 6월 24일 시험성적이 발송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전국적으로 2015년 까오카오에 응시하는 학생이 942만 명이고, 산둥성만 해도 69만 명이나 되는데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800자 작문까지 포함된 답안지를 채점해 내는 것이 놀랍다.

고사장 앞에 모인 수험생 8시가 넘어서야 입실이 되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린 학생들도 많았다.
고사장 앞에 모인 수험생8시가 넘어서야 입실이 되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린 학생들도 많았다. ⓒ 김대오

수험생 입실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함성과 함께 수험생이 입실하기 시작한다.
수험생 입실신분증을 제시하라는 함성과 함께 수험생이 입실하기 시작한다. ⓒ 김대오

몰려든 수험생과 수험생을 태우고 온 차량들이 고사장 앞에 어지럽게 북적이기 시작한다. 7시 50분경 감독교사를 실은 차량이 먼저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8시부터 학생들 입실이 시작된다. 해마다 대리시험과 첨단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각 성시(省市)에서는 무인기를 띄워 고사장 주변의 전파신호를 감지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고사장 입장시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지만 수험생이 몰려들자 형식적으로 검사하고 들여보낸다. 수험생이 너무 오래 밖에서 기다리지 않도록  고사장 입실 시간을 좀 더 앞당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국가는 주로 입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해마다 이런 입시전쟁을 치른다. 특히 중국은 수시로 학생을 뽑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까오카오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9월에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 시험을 봐야 한다. 1977년 까오카오가 시행된 이래로 7월에 쭉 시험을 보다가, 2003년부터 6월에 시험을 보고, 전국적으로 동일하던 문제도 각 성시별로 달라지게 되었다. 어쨌든 중국 입시생에게 6월은 더위와 함께 까오카오가 찾아오는 힘든 시간이라서 '검은 유월(黑色六月)'로 불린다. 

수험생과 관련이 있는 학원가와 통신업체 등에서 고사장 주변으로 천막을 치고 학생들에게 생수를 제공하고, 한 입시학원은 수험생 운송 차량을 운영하기도 한다. 재학생들의 응원이 없어서인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자녀들이 고사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교문에서 오랫동안 붙어 있다.

수험생을 둔 중국의 부모들은 까오카오가 다가오면 공자를 모신 공묘(孔廟)를 찾아 자녀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한다. 산둥성은 공자의 고향이니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공자의 후예들이 까오카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한다.

교문을 떠나지 못하는 부모님들 자녀를 고사실에 보내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어디나 같은 모양이다.
교문을 떠나지 못하는 부모님들자녀를 고사실에 보내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어디나 같은 모양이다. ⓒ 김대오



#까오카오#중국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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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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