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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 기계화된 현대사회를 '0과 1'의 기호체계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인간욕망과 꿈, 부품화된 몸에 대해 그렸다.
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 기계화된 현대사회를 '0과 1'의 기호체계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인간욕망과 꿈, 부품화된 몸에 대해 그렸다. ⓒ 문성식 기자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의 <공일차원>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공연됐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기계화된 사회, 그 속에서 부품화된 인간의 문제를 항상 화두로 가지고 있다는 안애순 감독은 이번 작품에 특히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 영화음악과 무용음악 등으로 다채롭게 활동중인 장영규 음악감독을 영입해 더욱 탄탄하고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영화 <만신>의 음악감독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무용음악 등의 분야에서 다채롭게 활동 중이다.

무대에는 붉은색 커튼 형태의 긴 천 두 개가 강렬하게 드리워져 있다. 알록달록 캐주얼한 의상의 무용수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통일성이 있다. 반복되는 음과 사이렌 소리 배경으로 무대 가운데 커튼 사이로 푸른 우주가 1/3쯤 보인다. 무용수들이 등을 약간 구부리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미래의 우주인과 현대의 영혼 없는 삶을 섞어 표현한 듯하다.

장대한 1960·1970년대 괴기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음악으로 바뀐다. 선글라스 남자는 나른한 듯 몸을 풀고, 여인 둘은 단아하게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윽고 쓰러진 여인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한다. 이미 먹고 버려진 먹잇감을 사냥하는 하이에나의 모습이다.

물질문명의 부속품이 된 인간, 톱니바퀴 같은 성행위

 복싱자세로 서로를 향해 대결하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극한의 구조가 느껴진다.
복싱자세로 서로를 향해 대결하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극한의 구조가 느껴진다. ⓒ 문성식 기자

이제, 21세기 물질문명 시대 부속품처럼 쳇바퀴 같은 삶이 성행위와 동성, 집단 성행위로 표현된다. 움직임은 야한 것이 아니라, 기계운동처럼 천천히, 나사가 정교히 맞물린 가운데 톱니처럼 계속될 뿐이다. 그로테스크한 음악은 고음까지 가세해 더욱 공포스럽다. 13명의 남녀무용수가 서커스 같은 여러 대형을 보여주고, 이동식 대형 거울 네 개가 남녀 커플들의 자화상을 비춘다. 인간들은 결국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공허한 바람소리와 약한 철길 소리가 들린다. 가운데 남자가 크게 몸을 휘두르며 대장장이처럼 쇠망치로 쇳덩이를 계속적으로 때린다. 다른 무용수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무대를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줄지어 돈다. 1, 2명씩 쓰러지면서 영상에 0, 1, 2의 숫자들과 두드리던 쇳덩이 돌의 모습, 별들의 표면, 사람, 요란하게 돌아가는 잭 팟과 숫자들이 보인다.

이어 대결 장면이다. 남녀 서로 한 조를 이루어 대결하기도 하고, 다 같이 무리 짓기도 한다. 간혹 여성들이 내는 고음의 야릇한 소리도 인상적이다. 아주 길게 서로 겹치는 글리산도 음이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고음 플루트의 플라터 텅잉 반복음과 현악기 피치카토 등이 복잡하게 겹치며, 무용수들은 복싱자세로 서로를 또는 알 수 없는 허공의 누구를 향해 목적 없이 싸우다가 몸을 포개어 탑을 쌓으며 쓰러진다.

끝을 알 수 없는 행군과 싸움, 학대당한 몸, 발, 등, 손, 팔의 부위가 확대되어 영상 화면가득 보인다. 다시 반복되는 현실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비닐과 검정망토를 걸친 영웅을, 영화 <어벤져스> 같은 영웅과 분홍 드레스를 입은 공주를 꿈꾼다. 공주가 홀로 춤추고, 우리가 도달하고 싶지만 저 멀리 보일 뿐인 우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품은 끝난다.

 <공일차원> 중. 끊임없는 노동의 강도가 그래프로 표현되고 있다.
<공일차원> 중. 끊임없는 노동의 강도가 그래프로 표현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시각연출부터 조명, 의상 콘셉트 설정, 포스터 촬영까지 두루 관여한 박찬경 감독은 "전체적으로 1950·1960년대의 레트로(Retro, 복고) 형식으로 만들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치 외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의 단순한 노동과 일상들이 디지털화·이윤화되고, 고통 받는 몸들을 영상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현실세계와 노동, 경쟁, 동화세계가 번갈아 나온다, 현실세계는 반복되는 음으로 통일성을 주고, 각 가상세계의 특징이 효과음과 음조각으로 드러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5년을 '밑, 끝, 바깥'이라는 화두로 관점의 다원화를 이루어나간다. 이후 공연은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바깔-레지던시: 교류 프로젝트'로 벤 리페 <오프닝-태도의 전시>와 요헨 롤러 <그림문자>를 공연한다. 한편, <공일차원>은 올 하반기인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재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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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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