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도시 김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전의 시절에는 학생 시절 지리 교과서를 통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김해 평야'로 사람들이 대충 아는 도시에 불과했지만, 지금 김해는 인구가 52만 명이 넘는 큰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그 발전이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분별하게 투자가 이뤄진다는 느낌도 솔직히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해는 '사람 살기 좋은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녹색 풍경이 잿빛 건물로 밀려나고 있다. 과연 이게 정말 최선인 걸까?
많은 사람이 '개발이 되어 땅값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업이 커진다'고 말하면서 누구나 개발을 반기는 모습. 나도 우리 집 근처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와 점점 더 발전하는구나!'하고 반겼고,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받아 문화 시설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녹색의 풍경이 점점 잿빛으로 시드는 도시를 보는 마음은 조금 불편하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연지 공원과 해반천, 봉황동 유적지 등 녹색 속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 두 개의 선택지를 모두 선택하고 싶어진다.
갑작스럽게 내가 사는 도시 '김해'를 이야기한 이유는 얼마 전에 읽은 도서 <나의 사적인 도시>때문이다. <나의 사적인 도시>는 한국과 뉴욕을 오가는 저자가 매일 개인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적은 글을 엮어 만든 책인데, '뉴욕'에 살면서 겪는 일상의 생각과 여러 가지 일을 담고 있다.
뉴욕은커녕 미국도 가보지 않은 나에게는 '그냥 평범한 에세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나는 공감이 어려웠다. 책을 읽는 동안 김해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는데, 마치 그 날씨와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빗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도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 어쩌면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책에서 내가 느낀 뉴욕의 풍경이자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무엇보다 책에서 종종 나오는 그림과 작품을 모르기도 했고.
그런데도 책을 읽는 동안 '아, 이런 부분 마음에 든다. 나도 이 도시에 사는 동안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몇 년 후에 빛을 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기에, 좋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너무 기뻐 팔짝팔짝 뛰어야 한다고/ 누구나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을 소유하고 있기에.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떤 말을 하건, 나의 마음만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 키만한 초록색 덤불로 빙 둘러진, 넘볼 수 없는 정원이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순간, 혐오로 치를 떠는 순간조차 나의 마음은 나만의 것이다. (p254)아직 글을 쉽게 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난해한 책을 읽는 데 서툴러서 책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언젠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볼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그때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때가 된다면, 뉴욕이 내게 전해준 느낌을 바탕으로 책의 맛을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 분명히 그 도시에는 오직 '나'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나의 사적인 도시>는 저자가 블로그에 자신이 뉴욕에서 보내는 생활과 생각을 기록한 과정을 통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도 적어보자.
비록 잘 적을 수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우리 아파트 앞에 버스 주차장이 생겨 교통 혼란이 예상된다'는 말뿐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남 몰래 적어보자. 요즘 스마트폰 어플에도 하루하루 기록할 수 있는 어플이 있고, 블로그에 비밀글로 적을 수도 있으니까. 뭐, 어떤가! 내 사적인 도시인데!
'오늘 내가 사는 도시 김해에는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떡볶이를 사러 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 할지 무척 애간장이 타는 하루다. 만약, 집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언제나 챙겨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이런 고민 없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텐데! 아, 너무 아쉽다.' 이렇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