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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함이 내려앉은 산부인과 주차장입니다. 지난 열 달간 우리 부부는 이곳에 들어설 때마다 때로는 설렜고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면 거치는 다양한 검사들 때문이었어요. 감사하게도사랑이와 제니는 열 달간 동안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내었습니다.

저는 한 가득 짐을 안고 고요한 적막을 깨고 프런트에 달려가 벨을 누릅니다.

"오늘이 예정일인데요, 진통이 왔습니다."

간호사님은 6층 분만실로 가라고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분만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아내는 가만히 배에 손을 가져다 대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심호흡 중입니다. 

분만장. 10달을 기다린 시간. 이제 그 에필로그입니다.  이제 예비 엄마,아빠에서 예비자를 땔 시간이 왔습니다. 저도 이렇게 겁이나고 떨리는데 안내는 얼마나 그랬을까요?
분만장. 10달을 기다린 시간. 이제 그 에필로그입니다. 이제 예비 엄마,아빠에서 예비자를 땔 시간이 왔습니다. 저도 이렇게 겁이나고 떨리는데 안내는 얼마나 그랬을까요? ⓒ 추현호

대구의 수성못에서 임신 6개월쯤 접어들었을 때 함께 식사를하다가 배가 아프다 해서 우리는 근처 H병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산모들은 태아를 가지게되면 미세한 배의 통증과 다양한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변화 또한 동반되는데 그래서 이상이느껴지면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아이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있으려면 적정한 위치와 또 적당한 양의 양수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저녁시간에 급하게 찾은 병원이라 우리는 분만실에서 응급진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자리를 잡으며 태반이 넓어져서 생기는 고통이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때 찾은 분만실은 무서웠습니다. 대기실 있는 수많은 남자들은 엎드려 있거나 지쳐보였습니다. 또 사람이 가득한 병원 분만 대기실에서는 아이들의 심장박동소리가 축음기를 타고 대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는 너무 빨리 나와서도 안 되고, 너무 늦게 나와서도 안 됩니다. 예정일을 지켜 나오 는게 가장 좋습니다. 오늘은 사랑이의 출산예정일입니다.

새벽 4시. 그렇게우리는 분만실에 도착했습니다. 간호사는 우선 아내의 자궁문이 어느 정도 열려 있는지와  아이가 나오려는 신호인지를 체크해야 한답니다. 먼저 출산한 친구 커플이 병원을 방문했다가 다시 나온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저는 가슴 졸이며 텅 빈 대기실에 홀로 우두커니 앉았습니다. 약 20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립니다.

"재은씨 보호자 분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조용해서 참 좋았습니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족분만실을 배정받았습니다. 가족분만실에서는 남편이 진통의 과정 동안 곁에 머물 수 있습니다. 또 남편이 태아가 나오고 난 후에 씻기고 탯줄을 자르는 르봐이예 분만을 할 수가 있습니다.

간호사분의 말에 따르면 자궁문이 30퍼센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럼 70퍼센트가 남았다는 말인데, 아내는 이미 집에서 4시간 동안 진통을 하다가 왔습니다. 4시간에 30퍼센트. 그렇다면 앞으로 족히10시간 가까이는 더 있어야 100퍼센트가 열린단 말이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엄마의 몸은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자궁 수축은 정확하게 1분 간격으로 왔고 그 시간이 되면 아내는 온몸을 비틀고 심호흡을 해야했습니다. 그 과정 동안 저는 심호흡을 유도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진을 하고자궁을 체크했습니다.

두 시간쯤이 지나 어느덧 6시가 됐습니다. 저는 장모님이 들어온 시점에 잠시 화장실에 땀을 훔치러 나왔습니다. 복도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제게 묻습니다.

"힘내, 제니야!"

태어난지 2초즘 된 사랑이.  11시25분 쩌렁한 울음소리를 내며 세상에 첫 호흡을 하는 사랑이는 눈을 아직 뜨지 못합니다. 아빠인 저는 사랑이에게 태워나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선한 빛이 되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태어난지 2초즘 된 사랑이. 11시25분 쩌렁한 울음소리를 내며 세상에 첫 호흡을 하는 사랑이는 눈을 아직 뜨지 못합니다. 아빠인 저는 사랑이에게 태워나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선한 빛이 되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 추현호

"그 집은 자궁이 얼마나 열렸대요? 우린 10퍼센트 열렸다는데. 새벽 2시에 와서."
"저희집은 30퍼센트 열렸다는데요. 무척 힘들어하네요."

네. 무엇보다 힘든 것이 이 자궁문이 열리면서 함께 동반되는 자궁의 수축이었습니다.  자궁 수축과 함께 아이가 밑으로 내려오면 엄마가 힘을 줘서 아이를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출산의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무기력한 망태기였습니다. 꿔다놓은 망태기도 이런 망태기가 없지요. 온몸이 진땀이맺히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가는 아내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자궁문이 50프로쯤 열렸을 때 아내에게 가장 큰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아내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 옷이 ㄷ 젖었습니다.

그렇게 5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수간호사 선생님이 보시고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담당의사님께 전화를 합니다. 최 교수님께서 자리에 오시더니 말을 합니다.

"아이가 제대로 내려왔네. 이제 시작합시다."

이제 시작이라니... 저는 아내의 머리맡에 서서 아내를 지켜봤습니다. 호흡을 참고 아이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저는 아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게 너무도 버거웠지만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기도했습니다.

'힘내. 제니야!'

"머리 나왔다. 힘주세요. 힘!"
"어깨가 나왔다. 산모 잘하네요!"

담당의사선생님이 칭찬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힘 더줘요. 힘!"

온 힘을 다해 호흡을 참는 아내의 얼굴이 보입니다. 입술은 새파랗다 못해 검게 질렸고 얼굴은 창백합니다. 내 마음도 덩달아 창백해집니다.

"응애, 응애!"

그 소리를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사랑이가 세상에서 낸 첫 울음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분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의 심적인 안정과 호흡이었습니다. 산모가 진통이 오면 호흡이 얕아지는데 이로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가 줄어들게 됩니다. 가장 힘든 자궁 수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를 자궁밖으로 밀어내야 합니다. 이때는 평소의 기본 체력과 근력운동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요가 운동을 많이 한 아내는 다행히 이 과정에서 시간을 대단히 단축했습니다. 산모분들께 운동의 중요성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출산#첫아이 #분만#진통#자궁수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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