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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준 원장
김원준 원장 ⓒ 라영수

30년 동안 족보 연구에 매달려온 김원준(65) 관장이 2명의 자원봉사자와 꾸려가고 있는 '부천족보전문도서관'. 그곳을 지난 13일에 다녀왔다.

아무도 족보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김 원장은 족보야말로 우리 민족의 실체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갈수록 훼손, 망실되는 족보를 보고 그냥 둘 수 없어 잠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족보 수집과 연구에 매달렸다. 땔감 불쏘시개로, 아이들은 재기 만드는 종이로 사라지는 족보를 누군가가 수집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감에 달려들었으나 주위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대부분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가 족보에 매달려 세월을 낭비(?)한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는 족보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 뜻이 심오해지며, 더구나 오늘날도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지금은 그 시행 방법을 연구 중이다. 족보는 하나에서 출발했으므로, 우리 민족이 추구한 조상님들의 뜻에 따른다면  현안인 남남 갈등, 남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도 족보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들의 뿌리를 알아내는 노력이 바로 조상님들이 추구했던 이상 세계로 가는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각종 족보가 정리된 서가이다. 서가가 모자라 일부 족보는 바닥에서 대기 중이다.
각종 족보가 정리된 서가이다. 서가가 모자라 일부 족보는 바닥에서 대기 중이다. ⓒ 라영수

김 원장은 KBS 한민족방송에 출연해 성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3개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다. 방송을 들은 해외 동포들이 자신의 족보를 찾아달라고 수십 통씩 사연을 우편으로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 족보를 찾아 답신을 해줬으나, 어설픈 문의 내용으로는 원하는 답을 찾아주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3명의 봉사자로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걸리는 조사 작업이 수반돼야 했기 때문에 난처한 일이 됐다.
 
만약 한 성씨에 한 명이라도 연구원이 전담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3명이 모두인 부천족보전문도서관으로서는 불가능한 업무였다. 해외 동포의 갈증을 풀어주기는커녕 조국을 원망하는 계기를 줄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방송을 중단하는 게 상책일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뿌리를 찾고자하는 조국을 방문하는 해외 동포의 다수가 김 관장을 찾아온다고 했다. 김 관장을 알아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호적, 족보 관련 국립 및 시립도서관을 찾은 재외 동포들이 담당 공무원과 상담하면 김 관장을 찾아가라는 답변을 듣곤 한다고 한다.

족보도서관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이 김 관장의 사비로 운영하는 민간 기구다. 우리 정부나 사회가 족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바로 서 있지 못한 것은 김 관장이 족보 연구를 시작하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른 변화가 없다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70평으로는 좁아 기존의 족보 자료도 서가에 다 꽂히지 못해 바닥에서 대기 중인 자료가 많다.
최근 신아무개씨로부터 인수 받은 자료는 아예 사무실 밖 빈 사무실을 임시로 빌려 쌓아놔야 할 정도다. 신씨는 우리나라 족보의 대가인 선배 족보 학자로서 옛날 남대문 도서관 시절부터 족보를 연구하고 필요한 분들게 만들어 드리던 분이다. 신씨가 작고하자 자손들이 신 선생의 자료를 보관할 길이 없어 김 관장에게 보관을 의뢰한 것이다. 김 관장에게는 귀중한 자료다.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여건이 되면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기념 연구실을 장만할 예정이다.

 작고하신 선배 족보전문가가 신 선생이 남긴 자료들
작고하신 선배 족보전문가가 신 선생이 남긴 자료들 ⓒ 라영수

그가 30년 동안 일궈온 꿈은 봄날 햇살보다 더 화창하다. 전국 모든 문중 및 관련 기관 단체들과 연대해 족보 클러스터인 '족보 문화 단지'를 건립할 계획도 있다. 족보수집연구소, 족보학회, 족보발간소, 전문가 연대, 족보의 데이터베이스화, 해외 제공용 족보 콘텐츠, '우리 민족 뿌리 찾아주기' 본부, 대학 족보학과 신설 및 족보학, 제례, 관향학, 풍수지리 등 학과로 구성된 대학 설립 등 김 관장은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켜가는 힘이 바로 꿈꾸는 노인 김 관장으로부터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여있는 홍익인간 네트워크, 대한민국의 꿈은 푸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산 <참좋은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족보도서관#김원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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