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가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부실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의에 맞서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황 총리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비꼬는 댓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황교안의 교언이 메르스로 지친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지난 22일,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가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환자 발생·전파 병원 명단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황교안 총리는 이에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고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메르스 이야기를 하는데 엉뚱하게 감기와 독감을 갖다 붙인 것이다.
감기나 독감이 우리가 가축으로 길러 친숙한 돼지와 같다면, 메르스는 산에서 내려와 민가를 휘젓는 공포의 멧돼지와 비슷하다. 누구 집에 소와 돼지가 있다고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멧돼지가 마을을 휘젓고 다닌다면 마을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위험하니 외출을 삼가라고 경고해야 하지 않는가.
황 총리가 이처럼 말한 것은, 아마도 메르스가 감기나 독감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그의 말이 옳다면, 왜 환자 발생 17일 뒤에 환자를 확진한 병원뿐만 아니라 잠시 거쳐 간 병원까지 죄다 공개했는가. 감기니까, 독감이니까 끝까지 공개하지 않아야 말에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닌가.
황교안의 엑스파일... 메르스는 한국 와서 특별한 병 됐나?
더욱 황당한 것은 황 총리가 "메르스라는 병이, 특별한 병이라는 것이 뒤늦게 확인이 되면서 정보공개에 대한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한 부분이다. 메르스는 이미 중동국가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중보건전문가들이 특별한 경계가 필요한 신종 감염병이라고 2012년부터 강조해왔다. 우리 보건당국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응매뉴얼까지 만든 것이 아닌가.
이런 감염병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으로 메르스가 특별한 병이라는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말한 것이다. 중동에서는 별 볼 일 없는 감염병이었는데, 정말 한국에 와서 갑자기 특별한 병이 된 건가. 국가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해 총리 자신이 별로 관심이 없어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는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초동 환자가 한두 명 생길 때, 모든 감염병 환자가 생길 때마다 장관이 나서고, 총리가 나서고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한 상황이 되니까 장관도 나서고 총리도 나서는 것."에볼라 사태 때 군용기 동원한 오바마, 박근혜는?
감염병, 특히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국민이 공포를 느끼기 쉬운 위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초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3일 뉴욕시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인데도 군용 항공기까지 동원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선발대를 급파했다. 당일 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시장 등과 전화통화를 하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0월 15일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매우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국민들은 정부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며 불안감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가 예상되는데도 민주당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와 선거자금 모금행사마저 취소했다고 한다. 실제 미 보건당국은 한국과 달리 에볼라 감염 의심자가 입원했던 해당 병원은 물론 입원 전의 동선까지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했을까. 에볼라가 어떤 감염병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러했을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안녕과 질서를 살펴야 하는 미국의 대통령의 신종 감염병에 대한 태도가 이러할진대, 대한민국 장관과 총리대행은 왜 메르스 환자 몇 명 생긴 것 가지고는 꿈쩍도 할 필요가 없고 중대한 상황이 되어야만 나서는 자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일까.
정말 대한민국 장관, 총리는 미국 대통령보다 더 대단한 자리구나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만하다. 황 총리가 당시 장관과 총리대행이 나설 수 없었던 것은 절차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어가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절차 운운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걸까.
전문가에게 조사 맡겼다? 삼성에는 전문가가 없다
그는 또 국가가 책임져야 할 방역업무를 서울삼성병원 등 일선 병원에만 맡겨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삼성이든 (아니면) 다른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초기에 그 사람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니까 아마 자체 조사를 시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 역학조사를 시킨 병원에 다른 병원은 없다. 삼성서울병원뿐이다.
그런데 왜 다른 병원을 끌고 들어오는가.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와 방역 전문가는 없다. 황 총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알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역학조사, 방역 전문가인지 밝혀라. 혹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말하는가. 그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지내고 감염내과 전문의이기는 하지만 감염역학자도 아니요 역학조사 전문가도 아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 곳에 막중한 권한을 넘긴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가.
자신이 우여곡절 끝에 총리가 되었고 지금은 메르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언행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는 그런 진중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메르스 총리'가 되려면 더 공부하길 바란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에 퍼붓게 될 야당과 국민의 메르스 화살을 대신 막아내는 방패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