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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맥주 ⓒ flickr

한국인 남성의 월간 음주율은 75%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알코올 소모량은 세계 17위에 올라 있다(한국의 순위는 프랑스나 독일보다 높고, 한국보다 상위에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이 주로 위치하고 있다).

통계를 차치하고서라도, 성인 남성인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아도 주변에 술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술을 못하면 약간 별종 취급을 받으니.

젊은 나이부터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수준으로 술을 마셔도, 사회적으로도 그냥저냥 봐 주는 분위기고, 본인들도 나름의 멋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들을 계도할 만한  40, 50대 이상의 '어른' 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소위 '삶의 낙'을 잃어버린 아버지 세대들의 굳어버린 음주습관(주변의 많은 아버지들이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 한 병 이상을 매일 반주로 하신다)은 여러 가족 구성원들에게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술과 담배는 현대인에게 가장 대표적인 두 기호품이고, 몸에 해롭기로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물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담배는 '백해무익 (百害無益)'한 것이 비교적 알려진 반면, 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견이 존재한다.

약간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 술에 무슨 물질(과일류부터 뱀에 이르기까지)을 넣어 약용으로 먹는다는 이야기, 동양의학서에 특정 술이 건강에 좋다고 언급되었다는 이야기 등 이에 대한 정보도 홍수 같다. 이러한 정보들은 대개 그 근거가 부족하며,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런 정보를 믿지 않고 절주 (節酒) 하길 권할 것이다.

그렇다면 술은 정말 백해무익할까? 술은 그 즐거움과 향미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끊어야하는 '독(毒)'인 걸까? 이에 대한 의학적 견지는 어디에 와 있을까.

Q : 술은 암을 유발하나요?

술은 세계암연구재단(WCRF)의 보고서에서 1등급 발암물질 (발암 연관성이 거의 확실한) 로 분류되었고, 국제보건기구(WHO)의 자료에서도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 알코올의 대사물(아세트알데히드 등)이 DNA를 파괴하거나, 정상세포의 암세포로의 분화 촉진, 암세포의 생장속도 증가 등이 암을 유발하는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양한 역학적 연구 및 실험실 연구 등을 고려해볼 때,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술과 관련하여 가장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암은 구강, 인두, 식도 등 술이 거쳐 지나가는 소화기관의 암과 유방암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함께 피우는 경우는 그 해악이 심각해진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제력이 약해지고 담배의 '맛'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더욱 담배를 찾는 경우가 많다. 술과 담배의 발암력은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흡연과 과음을 동시에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구강, 혹은 인두암이 300배나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성대암, 식도암 등의 발병률도 수십 배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는 것은 그야말로 암 폭탄을 몸에 투하하는 것과 같다. 과감히 말하건대, 다양한 건강정보를 읽고 운동을 하여 몸을 관리하는 것 등의 노력을 전부 합쳐도 흡연자가 금연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완전히 끊기 어려운 흡연자라도, 특히 술을 마실 때는 절대 흡연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Q : 술의 종류에 따라 해악이 다르지 않나요?

ⓒ wikipedia

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에서는 모든 종류의 술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암 발생 위험은 술의 종류보다 음주량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1980년대 출발하여 유행을 맞았던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는, 지방 섭취가 많은 프랑스인들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북미 등에 비해 낮았던 이유를 와인 섭취 때문이라고 주장한 캐치프레이즈다.

소량의 음주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은 와인뿐 아니라 다른 주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와인이 맥주나 다른 술에 비해 이러한 유익이 조금 더 높다는 보고도 있지만, 현재는 알코올의 종류보다는 섭취량이,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위험 혹은 유익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의(衆意)다.

리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포도의 껍질과 씨앗에 주로 포함되어 있는 물질로, 항암, 수명연장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물보다 알코올에 잘 녹는다. 따라서 레드와인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는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물질로 기대가 되었다.

한 동물실험에서, 리스베라트롤이 쥐들의 수명을 늘리고 건강상태를 개선한 효과가 과거 <네이쳐>(Nature)지에 실렸으나, 실제로 70kg의 사람이 이 연구에 사용된 만큼의 수치를 얻으려면 약 1000리터에 달하는 포도주를 마셔야 한다(이후 연구된, 최근의 임상연구에서도 리스베라트롤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막걸리에서 항암효과가 있다고 보도 되었던 '파네졸'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항암효과를 내려면 750cc 짜리 막걸리 10병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술을 포함하여 여러 식품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수십, 수백 가지의 성분이 있고 그 중에 항암효과를 보일 수 있는 물질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 하나의 물질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해서, 그 식품 자체가 건강에 유익하거나 항암효과가 있는지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특히 술의 경우는 다량 섭취할 경우 알코올에 의한 위해가 크므로 항암물질이 발견되었다고 부화뇌동하여 마음 놓고 과음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Q : 폭음을 하지 않고, 소량을 마시는 경우는 괜찮나요?

과음을 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당연히 어디에도 없다. 과음은 여러 암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간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경우는 어떨까.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암 발생에는 적정 음주량이 없고, 한 잔의 술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도 암으로부터 안전한 역치량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110개의 연구를 분석한 한 메타분석에서, 하루에 약 1표준잔(10~15g의 알코올을 이야기하며, 대략 맥주 한 캔, 소주 1/4 병 정도에 해당한다)을 마시는 경우에도 유방암의 위험도가 소량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구강암이나 식도암 등 술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화기관의 암도, 소량의 음주에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소량의 음주가 수명연장이나 건강에 유익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소량의 음주는 특히 심혈관계 질환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2006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100만 명 이상의 인구와 9만4000례의 사망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임)에서 하루에 2표준잔 이하로 술을 마시는 여성, 4표준잔 이하로 술을 마시는 남성의 총 사망률이 비음주자에 비해 18%정도 낮다는 결과가 있었다(위에 언급된 이상으로 많이 마시는 경우는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했다).

 막걸리
막걸리 ⓒ 픽사베이

이 연구를 포함하여 다량의 연구에서 소량의 음주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에 예방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뇌졸중에 관해 연구된 한 메타분석에서, 하루에 1표준잔 정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은 뇌졸중의 위험이 17% 낮아졌다. 반면, 하루에 4표준잔 이상의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위험이 64% 높아졌다. 관상동맥질환에 관한 어떤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2~7 표준잔 정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여성의 경우 49%, 남성의 경우 38% 낮아졌다.

심혈관계 질환과 음주와의 관계를 나타낸 연구 결과들은, 특징적으로 'J' 모양의 그래프를 그린다. 즉, 소량의 음주를 하는 경우 그 예방적 효과가 나타나다가 음주량이 많아지면 오히려 그 위해가 더욱 빠르게 커지는 것이다. 이에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소량의 음주는 심장질환에 유익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여성의 경우 하루 1잔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정도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며 술과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 연구의 부족 등을 이유로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건강한 음주를 위하여

음주는 암과 심혈관계 질환이라는, 두 커다란 이슈와 별개로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일단 중독성이 매우 강하여, 마시게 되면 소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음주운전을 포함한 사건사고, 폭력 및 범죄, 자살 등 사회적인 사건사고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여성의 경우 하루 1표준잔, 남성의 경우 하루 2표준잔 이내로 마시도록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정음주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2잔 이내로 마시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암을 경험한 사람에게 음주를 권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소량일지라도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소량의 음주라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 역치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주와 관련된 역학 연구에 있을 수 있는 맹점(예를 들면, 술을 끊은 사람과 술을 꾸준히 마신 사람을 비교하는 경우, 술을 끊은 사람은 기존에 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소량씩 술을 즐기는 사람은 사회경제적 위치가 양호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이 있으므로, 연구의 결과를 과신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을 주로 다루는 학회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에게 건강을 위해 새로이 음주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또한 사람마다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다르며, 특히 알코올의 대사물질로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경우(소량의 음주에도 심하게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들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 많다)에는 발암률이 일반인에 비해 더 높다는 결과가 있으므로 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요약하면, 과음, 음주시 흡연, 암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음주, 그리고 소위 '술이 받지 않는 사람들'의 음주는 추천되지 않는다. 그러나 금연 및 여타 건강수칙을 지키며, 음주를 소량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금주를 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또한, 여러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듯이 술을 마시지 않거나 끊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술#암#음주#심혈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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