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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자 섹 알 마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자 섹 알 마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박소희

[기사 보강 : 25일 오후 4시 54분]

25일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듣고 정문 밖으로 나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조끼를 챙겨 입던 섹 알 마문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고개를 돌렸다. 멋쩍게 웃으며 담담한 척 하려했지만 끝내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있었다. 동료들은 섹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의 어깨를 토닥이며 오른쪽 팔을 힘껏 들었다.

"노동자들은 하나다! 우리가 이겼다!"

이날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도 노동 3권을 가진 근로자라고 인정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해 활동할 수 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주노조가 자신들의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한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꼭 10년만이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 최초로 인정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특히 그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라는 점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이 인정될 경우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일단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됐다"며 "근로관계가 계속될 것을 전제로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을 도모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재판장 김수형 부장판사)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도 우리나라에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므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의 엇갈리는 판단을 두고 대법원도 무려 8년 4개월이나 고민했다. '최장기 미제 사건'이라는 기록까지 쓴 끝에 대법관 12명은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의 근로자 개념은 직업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등으로 생활하는 사람이고,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다"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에게 노조 가입 등을 허용한다고 해도 지위 향상 등 얻을 만한 이익이 없다며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청사 밖으로 나온 이주노조 사람들은 만세 삼창을 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오늘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되는 판결"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쫓기며 살았는데, 오늘 판결로 어깨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승소를 기원하며 단식 기도까지 한 나즈몰 사무국장은 "10년 동안 투쟁했는데 드디어 이겼다"며 울먹였다.

함께 울어버린 사람들... "기억나는 이름 참 많다"

이주노조를 축하하러 온 사람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노동자연대 임준영씨는 "(재판부의) 첫 말을 들을 때부터 눈물이 나고..."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동안 하나둘 추방당했던 이주노조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법률대리인 권영국 변호사 역시 "기억나는 이름이 참 많다"며 지난 시간 동안 강제 추방당한 이주노조 간부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이주노조가 설립될 때 저를 찾아왔는데, 당연히 노조 설립신고증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반려가 되면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전직 임원들이 추방될 때마다 집행정치 신청, 강제출국처분취소소송 다 대리했는데 계속 패소했다. 그 끝이 오늘이라 생각한다. 초대 위원장 아노아르 후세인, 2대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 3대 토르너 위원장, 소부르 부위원장, 4대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 이런 분들의 끊임없는 희생 덕분에 오늘 다행스러운 판결이 나왔다."

권 변호사는 이주노조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껏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와 차별로 고통받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라며 "이주노조 말대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 인정 = 국내체류 합법화'는 아니라는 대법원 설명을 언급하며 "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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