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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한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지었다. 판결을 듣고 나온 이주노조 관계자들은 소송을 시작한 지 10년만에 나온 결과에 환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한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지었다. 판결을 듣고 나온 이주노조 관계자들은 소송을 시작한 지 10년만에 나온 결과에 환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 박소희

한국에는 약 100만 명의 외국인이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주노동자'라는 대명사로 묶이는 이들은 공공연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2005년 5월 3일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가 창립을 선언하며 "얼굴색이 다르고 언어와 종교가 다를지라도 우리는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은 노동자"라고 선언했지만, 10년 동안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노조도 줄곧 법의 테두리 밖에 머무는 신세였다.

그런데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법률상 '근로자'의 개념은 국적과 상관없다고 최종 선언했다. 이주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서울지방노동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재판장 김수형 부장판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결론이었다(관련 기사 : '10년만의 합법화' 끝내 울어버린 이주노조).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 10년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은 이주노조의 완패였다. 당시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불법체류자인 이주노조를 합법노조로 볼 수 없다'는 서울노동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불법체류자는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취업 금지대상이므로 적법한 근로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근로조건 개선 등을 꾀하는 노조 조합원의 지위, 즉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노조 설립의 기본 요건은 조합원들이 근로자인가 아닌가부터 따져야 하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이 정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6조와 ▲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5조, ▲ 인종 등 어떠한 이유로도 조합원을 차별할 수 없다고 한 노조법 9조에 비춰 봐도 한국에서 일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면 근로자라고 덧붙였다. 25일 대법원의 결론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했다. 서울노동청은 2005년 6월 3일 이주노조의 신고서를 반려할 때 노조법 시행규칙 2조 4호를 근거로 조합원들의 소속 사업장이 여러 곳인 경우 사업장별 명칭과 조합원 명부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주노조가 해당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서울노동청은 당시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따라 이 서류를 요구한 것이라 했고,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주노조를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주노조는 산업별·기업별 노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조법 시행규칙 2조 4호는 설립신고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정하고 있을 뿐, 그 서류들이 미비할 경우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상위법인 노조법이나 그 시행령에도 근거규정이 없는 만큼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노동청의 설립신고서 반려는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이주노조 손 들어주긴 했지만...

그런데 대법원 판결문에 새로 등장한 쟁점이 있다. 이주노조가 노조법 2조 4호 마목이 금지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하느냐다. 다수의견은 만약 이주노조를 정치운동단체로 볼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심사를 거쳐 노조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노동청은 이주노조의 정치운동단체 여부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취업자격 유무를 확인할 목적으로 서류 보완을 요구했으므로 설립신고서 반려는 위법하다고 봤다.

유일한 반대자, 민일영 대법관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설립신고 당시 대표자였던 아노아르 위원장이 불법체류자였고, 노조 규약에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이주노조 합법화' 등이 목적으로 쓰여 있던 점 등을 보면 이주노조를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추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민 대법관은 서울노동청이 이 때문에 서류 보완을 요구했지만 이주노조가 불응해 반려처분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대법원이 심리를 시작한 지 8년 4개월만에야 결론을 내놓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5일 낸 성명서에서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고 상식적이지만, 판결문 어디에서도 고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그동안 이주노조는 주요 임원들이 강제추방당하거나 입국이 거부되는 등 모진 수난을 겪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은 인권 보장과 정의 구현이라는 존재 목적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그 목적에 충실할 때 최고법원의 권위와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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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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