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입담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만났다.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라는 멍에를 입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위해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2015년 청춘콘서트'가 시작되었다. 29일 시작한 이번 청춘콘서트의 캐치 프레이즈는 "행복의 나라로 놀러와. 마음껏 웃고 꿈꾸고 사랑하자"이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청춘콘서트가 열린 강연장 앞에는 많은 청년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130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먼저 무대에 오른 법륜 스님은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명쾌하고 시원한 대답을 들려 주었다.
청춘콘서트는 먼저 오청춘이라는 청년이 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아픈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행복의원이 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행복의 나라'로 청년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오청춘씨가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하시는 분 계신가요?" 라고 묻자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시 "나는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찾고 싶다는 분 계신가요?" 라고 묻자 대부분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오청춘씨는 "그렇다면 잘 오신 겁니다"라면서 행복 공청회를 시작했다.
행복 공청회의 첫 번째 순서는 청년들이 '행복 원로'라고 이름 붙인 법륜 스님과 함께 진행되었다. 먼저 스님은 우리가 왜 행복하지 못한지 '똥주머니'를 비유로 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에잇, 더럽다' 하면서 똥주머니를 주었더니 그 똥주머니를 받아서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평생을 껴안고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어떤 사람이 나한테 '야, 이 놈의 자식아', '이 나쁜 놈아' 이렇게 욕을 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한테 똥주머니를 준 것과 같아요. 그런데 '그 놈이 나한테 욕을 했어', '그 놈은 나쁜 놈이야' 이러면서 그 똥주머니를 평생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똥주머니를 주면 받지 않든지, 받았다 하더라도 '에잇, 더러워' 하고 금방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움켜쥐고 삽니다. 그래서 인생이 행복하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많아요. 여러분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던진, 또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한 것을 가지고 그것을 문제 삼으면서 평생 원한을 갖고 괴로워하면서 살아가는데 사실 그것은 남이 나에게 준 똥주머니를 내가 고이 간직하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더러운 것일수록 빨리 버려야 합니다. '왜 나에게 똥주머니를 주었냐?', '그 이유가 뭐냐?' 이렇게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주었든 어떤 목적으로 주었든 그것은 내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필요치 않는 것이라면 금방 던져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번 곰곰해 생각해 보세요."우리는 얼마나 많은 똥주머니를 움켜쥐고 살아 왔을까. 시작부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코끝이 찡해졌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청년은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똥주머니를 오늘 던져버렸다"면서 스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법륜 스님은 청년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청년들은 연애, 사회, 통일, 진로 등 각 주제에 대해 골고루 스님에게 질문했다. 이어서 청년들이 '행복 장관'이라고 이름 붙인 김제동과 함께하는 행복 공청회가 시작되었다. 청년들은 김제동에게도 연애 고민, 성격 고민, 그리고 취업 고민까지 다양한 사연을 이야기했고, 김제동은 그만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로 청중들의 마음 속에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큰 울림을 주었다. 김제동은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이래요. 내가 나를 친한 친구처럼 대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또 알면 더 큰일이지요. 길거리에 나갔는데 모두 다가와서 '힘드시죠?' 이러면 골치 아프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 몰라주는 것은 크게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남자 친구에게 안부를 묻듯이 내가 나에게 묻는 겁니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너 오늘 괜찮냐?'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기분이 나쁘면 '안돼, 기분 나빠하지 마' 이렇게 하지 마시고 '아, 기분이 나쁘구나. 어떻게 하면 너 기분이 좋아지겠니?'라고 해보세요. 마치 남자친구가 기분이 나쁠 때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삐졌을 때 남자친구가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고맙죠. 그런 고마운 존재가 내가 나에게 되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반도의 통일이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도 청년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자아내었다.
"사실은 여러분들이 중고등학생 때 TV에서 저를 잘 지켜봐주셨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잖아요. 돈도 벌었고 인기가 있다면 인기도 얻었고요.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 중에서도 제 사진을 넣고 다녔던 학생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제가 지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지만 저의 것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온 사람을 웃기는 이 재능을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는데 쓰면서 살고 싶어요. 통일을 하면 치안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러나 65만 군인이 전쟁 준비에만 에너지를 쏟지 않게 하고, 국내 치안으로만 돌려도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50대, 60대, 70대의 어르신들은 산업화를 이뤄냈다고 하는 세대적 자부심이 있습니다. 30대, 40대는 민주화를 이뤄내다는 세대적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10대, 20대는 개인들의 고민도 많지만 이 시대에 무엇을 이뤄냈다는 세대적 자부심이 전무합니다.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제대로 된 한반도에서 한번 살아봐야지요. 통일이 되면 보드카가 먹고 싶을 때 오늘 저녁에 기차 타고 모스크바에 가서 먹는 일이 가능해요. 통일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KTX 타고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나라의 통일을 이뤄냈다는 세대적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통일 세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통일 세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말에 청년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김제동은 통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 벅차지 않느냐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자부심이 있으면 우리는 선배 세대들과도 함께 하기가 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통일 세대로 거듭난다면, 산업화 세대를 아버지라 보고, 민주화 세대를 어머니라 볼 때, 그들은 이제 싸움을 멈추고 통일 세대를 밀어주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들을 용광로 속에 녹여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지 않습니까?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에 여러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세대적 자부심을 갖는 일을 해주신다면 저 같은 40대를 비롯해서 많은 어른들도 함께 나서서 뒤에서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선택하면 우리는 그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법륜 스님과 김제동이 함께 무대로 올라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 청년이 "강연장 밖으로 나가면 또다시 대한민국입니다. 행복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김제동은 "찾아서 없으면 새로 만들어야죠"라고 대답했고, 스님은 "이상 세계는 두 종류가 있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이상 세계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해요.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나은 이상 세계가 있다고 해서 '미래 정토'라고 부르고요. 여기 말고 저기에 내가 바라는 이상 세계가 있다고 해서 '타방 정토'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때를 기다리면 가게 되고, 저곳으로 가면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게 있습니다. 행복한 나라를 꿈꾸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이 곧 행복이라는 겁니다. 이상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이 세계가 내 마음 속에서는 이상 세계라는 겁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그 상태가 가장 이상 세계라는 겁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면 나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저는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통일을 하면 돈이 얼마가 드느냐', '저 놈들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 하지만 저는 북한에 있는 아이들이 굶으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권이 침해받고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뭄이 들면 양수기를 보내서 빨리 가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무가 없는 곳에는 빨리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핵 환자가 많으면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막혀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다만 현실적 장애일 뿐이지 내 마음 속에서는 이제 더 이상 남이니 북이니 하는 구분이 없습니다. 갈등이 있는 것은 현실이죠. 그러나 그것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갈등 때문에 주저 앉아서 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 나라는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고, 이 나라는 김정은의 나라도 아니고, 이 나라는 모든 국민의 나라입니다. 이런 주인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난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주저 앉아서 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각을 하고 한발 내딛게 되면 우리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 가짐 속에 행복의 나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통일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바로 행복이구나. 스님의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샘솟는 느낌이 들었다. 김제동은 다시 스님의 얘기를 이어 받아서 말했다.
"스님 얘기를 들으니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월요일이면 오늘 자는 잠은 지옥이죠. 그러나 소풍 가기 전날은 김밥 싸는 순간이 소풍보다 더 기쁘게 느껴지죠. 그러니 월요일을 생각하듯이 분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풍을 생각하듯이 통일을 생각하면 우리가 오늘 자는 이 밤은 기쁜 순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법륜 스님은 "꿈보다 해몽이 좋으네" 하면서 웃었다.
이렇게 행복 공청회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청춘, 행복을 노래하다'는 주제로 요술당나귀 밴드와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신나는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었다. 청춘콘서트의 끝은 큰 함성 소리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행복의 나라로 놀러와"를 외치는 청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2015 청춘콘서트는 6월 29일 서울을 시작으로, 7월 2일 대구, 7월 3일 울산, 7월 5일 부산에서 연달아 진행된다. 신청은 평화재단 홈페이지(www.peacefoundation.or.kr)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