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갈 기회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총각 때부터 차 없으면 안 되는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날부터 나도 모르게 내차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여행은 언제나 가족과 함께 내 차를 가지고'였다.
2012년과 2013년, 두해 동안 지방으로 여행할 일이 생겼다. 가급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느 곳에 갔다 와 기사를 써달라는 것 때문.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한 여행인지라 첫 여행은 설렘 그 한편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됐다.
서울과 경기도 어디든 주소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갈 정도로 길눈이 그리 어둡지 않은데도 막연히 걱정됐다. 컴맹이 아닌데도 레츠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하는 것조차 번거롭게 생각될 정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 불편하고 낯설었다.
그리하여 담양을 시작으로 울산과 영동 등으로 몇 번의 기차 여행을 하면서도 예매보다 역에서 표 끊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시간대의 기차표가 매진되어 1시간 이상 기다려 타거나, 다음을 기약하며 되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2. 파격가 할인 15~30% 할인(KTX만 적용)-예매 첫날 또는 출발 30~3일전 최대 50~15% 할인/3. KTX가족석 승차권 15% 할인(4석 1세트 발매)-직계가족의 경우 가족애(愛) 카드를 이용하면 큰폭의 할인이 가능하다./4. KTX에서 일반열차로 환승하는 경우 일반 열차 30% 할인-한장의 승차권으로 KTX와 일반열차를 환승하는 경우 적용/7. 동반 유아 75% 할인/9.자동발매기 1% 할인/10. 홈티켓, SMS티켓, 모바일 승차권 2% 할인(할인! 할인! 알면 돈 된다. 11항목 중에서)Q. 기차 좌석 중 피해야 할 좌석은 어디인가요?A. 디젤기관차 견인 새마을호, 무궁화호의 경우 하행은 가장 높은 숫자의 호차, 상행은 1호차 바로 앞에 기관차가 연결되어 운행하기 때문에 소음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그러니 3호차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맨 뒤의 좌석은 가장 늦게 발매되는 좌석이기 때문에 입석이나 내일로 티켓/자유여행패스손님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자리에 앉을 때 약간 불편할 수 있다.-<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에서.그러나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이동할 곳으로의 예매까지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 여행이 낯설지 않다. 두렵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전혀 모르는 곳으로 떠날 때마다 설레곤 한다. 시간과 돈이 따라주지 않아 좀 더 많이 못가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어딘가로 갔다 오고난 후 턱없이 부족한 정보를 느끼곤 한다. 좀 더 많은 것들을 알고 갔다면 미처 보지 못해 느끼지 못한 아쉬움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왕 하는 여행,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들을 알고 싶고 싶다.
기차여행 전문가 3인이 쓴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2015 최신판)(지식너머 펴냄)은 이런 필요성으로 선택했다. 여행의 설렘과 흥미를 함께 가져다 준 책이다.
책은 '내용 5부와 부록 1, 별책 1'로 되어 있다. 1부에선 위에 인용한 것처럼 기차 여행에 앞서 알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을 정보들(기차, 알차게 이용하자, 기차여행 고수들만 아는 팁 등)을 일목요연하게 항목별로 정리했다. 이후 기차여행을 할 때마다 수시로 읽고 읽어 알아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최대한 많이 챙길 계획이다.
2부에서는 '기차 여행의 고수'란 별칭이 붙은 저자 3명이 추천하는 당일 코스를 비롯한 무박 2일이나 1박 2일, 그리고 2박 3일 코스들을 정리했다. 여행지 소개나 노선 안내로 그치지 않고 A에서 B, B에서 C로 이동해 즐기기까지에 필요한 어림시간까지 명시한 노선 안내라 '여행 초보도 따라 하면 성공적인 기차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부와 4부에서는 레츠코레일의 특별한 관광열차들을 이용한 여행과, 테마가 있는 기차여행을 소개한다. 지난 3년 동안 1년에 몇 번씩 기차여행을 해오면서, 그리고 내가 탈 기차를 기다리는 중에 섰다 가는 관광열차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 한번 꼭 이용해 보리라. 그러나 막상 선택까진 쉽지 않던 터라 더욱 솔깃하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5부에선 전국의 모든 기차역을 소개하는데, 주변 유적지나 명소, 맛 집 등을 묶어 소개하고 있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부록으로 기차역과 가까워 찾아가기 쉽거나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숙소를 선별해 소개했다. 그리고 별책으로 기차역과 연계되어 있는 전국의 시티투어버스들을 소개하고 있어 책 한권에 기차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는 다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은 미처 알지 못해 지난 여행에 흘려버린 수많은 돈들과, 시간들과, 여유들을 아까워하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
기차에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는 기계나, 누구나 앉아 충전할 수 있는 좌석이 있는데, 그 사실을 조급해하던 날들도 떠올랐다. 거슬러 받을 돈이 없는데도 기차에 비치된 자판기가 잔돈을 삼켰다고 승무원을 호출해 따지다 몰라서 벌어진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얼굴 붉어졌던 때 등, 몇 건의 에피소드들도 엮인 굴비들처럼 줄줄이 떠올랐다.
걸핏하면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녀들이 이 책을 읽고 그 어떤 여행보다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혼자만의 여행을 위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지난 수십 년 가까운 거리도 내차에 의존하던 남편과 지난해 여름 2박 3일간 대중교통을 이용한 강원도 여행을 했다. 무엇보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 홀가분했다. 여행의 매력을 흠뻑 느꼈다는 남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들먹였다. 그렇게 떠났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제주도 여행. 이후 몇 번의 여행은 그리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온 20여 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했고, 결혼까지 생각한 남편의 잊고 있던 모습들을 다시 보게 했다.
이 책,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은 남편과의 좀 더 근사한 여행을 하고자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아 설렌다. 덧붙이면 내차를 이용한 여행에도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여행지 소개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숙소나 식당, 주변 볼거리 등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의 책들과 확연한 차별을 느낄 정도로 전국의 기차역 그 주변의 명소나(로데오 거리나 오일장 등) 맛 집, 이용할 수 있는 숙소 등의 정보가 알차게 담겨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2015 최신판)| 임병국. 박준규. 정진성| 지식너머 | 2014-05-28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