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던 울산에서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결과 진보정치 몰락, 새누리당 압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 기초단체장 5명을 새누리당 혹은 보수 성향을 보이는 후보가 싹쓸이했고 집행부 견제 역할을 할 광역의원도 22명 중 21명(1명은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을 새누리당에서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지자체장 1명과 광역의원 7명을 배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일당 독주와 의회의 제대로 된 견제 역할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우려대로 울산시의회는 제대로 된 견제는커녕 시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게, 오히려 반 시민적인 의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가 지방자치평가팀을 꾸려 시민이 선택한 의제별로 지난 6개월간에 걸쳐 평가를 한 결과다.
울산시의회, 시민 요구 의제에 제대로 된 활동 못해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올해 초 진보적 시민단체·노동단체·광역단위단체 등의 의견과 시민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이 선정한 울산시 10대 의제'를 확정했다. 의제 순위 1위는 원전 안전관리였으며, 2위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예산확대, 3위 비정규직해소, 4위 무상급식정책 확대를 비롯해 10위 부정부패 비리근절 등이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6기 의회의 의제별 의정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중 주목되는 부분은 2위부터 4위까지인 복지와 비정규직 분야다. 야당이 상당수를 차지했던 전임 5기 의회와의 비교를 통해 의정활동이 서민 지향적이었는지를 평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예산확대 분야에서는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간 울산시의회 내의 발언 횟수가 불과 11회에 그쳤고, 특히 관련 상임위인 환복위에서는 6회밖에 언급되지 않았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울산시 사회복지예산 비율이 타 광역시와 비교해 현저히 낮음에도 의원들이 증액을 요구하지 않았다"라면서 "이는 의회가 시민들을 대변하는 기본 책무를 방기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시의회 의원들의 질의나 발언, 5분 자유발언 등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시민들이 바라는 방향과는 달리 제대로 된 정책 대안 제시 또는 구체적인 근거에 기초한 집행부 비판 견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한 의원은 지난 2월에 열린 제166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유독 복지사업에서는 무상급식·무상보육 등을 내세우며 무상 시리즈 예산 문제가 전국을 불확실한 시대로 만들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전임 5기 의회에서 복지예산 확대를 위한 다양한 문제 제기와 정부의 변화된 등록금 정책 분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 토론회를 비롯해 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과 대책 등을 주문한 것과는 판이하다.
시의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울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비정규직 해소 등과 관련한 문제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전국 비정규직 문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는 지난 1년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전임 의회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과는 대조된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비정규직과 관련해 지난 1년간 9회 정도의 발언이 있었는데, 시민의 복지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환복위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발언이 없었다"라면서 "해당 상임위라 할 수 있는 산건위에서는 단 한 건의 단순 질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유일한 야당 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유경 의원이 교육위에서 학교 비정규직과 관련해 일곱 차례 발언한 게 전부였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처우 개선에 대해서 해당 상임위인 행자위에선 단 한 차례의 언급이나 진지한 논의 그리고 발언과 질의가 없었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이전 의회에서는 비록 의회가 직접적인 통제를 가할 수 없는 민간 영역의 비정규직 문제라 할지라도 책임의식을 갖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라며 "하지만 6기 의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또는 처우 개선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울산이 무상급식 최하위도시로, 인근 경남에서 주민들이 무상급식 부활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는 등 울산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의원들은 지난 1년간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는 14회의 발언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9회에 달하는 발언은 야당에서 나왔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최유경 의원을 제외한 시의원들이 무상급식 확대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일부는 반대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시민 요구 정책추진은 '실망'"울산풀뿌리주민연대는 총평을 통해 "민선 6기 울산시의회 1년 의정 활동은 기본적으로 성실한 의정활동이었다고 보여지지만 의회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라면서 "집행부에 대한 정책 대안 제시와 비판·견제, 시민이 바라는 정책 추진 분야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울산시 사회복지 예산 비율이 다른 광역시보다 훨씬 낮은데도 이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전무했다"라면서 "정부의 무상보육 공약이 대폭 축소되고, 관련 예산이 지역 교육청 책임으로 전가되면서 지방 재정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해소에 대해 22명 중 대다수 의원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라면서 "이는 4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울산 시민들의 요구에 시의회와 의원들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부자 도시라는 울산에서 무상급식 정책 도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울산시의회는 시민 편에서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무상 급식 정책 도입을 유도해야 하지만 되레 집행부와 똑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이는 무상급식 확대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반하는 것이며 시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