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이 드디어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도안호수공원조성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이틀 전 주민들이 대전시청에서 14시간 동안 농성을 벌여 얻어낸 '면담약속'이 성사된 것.
[관련기사 :"멀쩡한 땅에 인공호수 웬말?" 대전시청 심야 농성] 이 자리에서 권 시장은 대책위의 주장을 수렴하여 충분한 내부적 검토를 거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백지화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대표단은 3일 오후 2시 구 충남도청사 소회의실에서 권 시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김창화 대책위 위원장과 김선달 대책위 운영위원장,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엽합 사무처장, 윤태섭 도안2단계 공영개발추진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 대표단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공공성보다는 개발 이익에 목을 매는 갑천지구 개발사업을 전면 백지화 할 것 ▲갑천지구 개발사업을 포기하고 공약사업인 주민참여형 소규모 주거정비사업을 추진할 것 ▲대전시는 갑천지구 개발사업을 중단하고 원도심 재생 및 활성화 정책을 우선 시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대전시는 월평공원·갑천자연하천구간의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갑천지구 사업 부지의 농경지 보전대책을 수립할 것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손실보상협의통보를 포함한 갑천지구개발사업 관련 모든 사업 절차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 등을 아울러 함께 요구했다.
먼저 대책위 요구사항에 대한 설명에 나선 양흥모 처장은 "도안호수공원 개발은 갑천친수구역 개발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전도시 전체의 관리와 재정, 환경, 원도심 정비사업 등 도시 전반에 걸친 문제"라면서 "따라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대책위의 입장은 도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해당 사업을 백지화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 처장은 "시장님께서는 '해당사업 백지화'는 공약사항이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후보시절, 그리고 당선자시절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신규택지개발은 하지 않겠다', '소규모 주거정비사업을 우선하겠다'고 말씀하시고, 이 사업은 '전문가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셨다"며 "따라서 5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는 갑천지구개발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소규모 주거정비사업은 착수도 하지 않은 것은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선달 대책위 운영위원장은 "권 시장은 그동안 '소통'과 '경청'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 유감스럽게도 갑천지구개발사업은 '경청'도 없고 '소통'도 없고, '시민참여'도 없다"며 "사업시행자인 대전도시공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있다, 우선 10일 시행예정인 '보상시행공고'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태섭 도안2단계 공영개발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갑천지구개발은 꼭 해야 할 아무런 타당성이 없다, 이미 도안신도시 1단계는 아파트가 초과공급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대규모 아파트를 지으면 학교, 도로, 환경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 문제는 오로지 시장님만이 풀 수 있다,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권 시장은 "내부적으로 충실히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이 사업의 '백지화'가 제 공약사업은 아니다, 새로운 택지개발, 새로운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며 "하지만, 저는 시장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전임시장이 해 놓은 일을 무작정 못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 "소통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인색한 사람 아니다"그는 이어 "어쨌든 오늘 여러분의 말씀을 충분히 들었다. 전반적인 문제제기 내용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반영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만,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주민 전체를 다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서 다 듣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뒤 공통변수가 뭔지, 다수의 이익이 뭔지 감안하여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또 "저에게 자꾸 소통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인색한 사람이 아니다. 왜 안 만나려 하겠는가"라면서 "다시 한 번 약속드리지만,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전도시공사 사장을 불러서 논의하겠다, 그리고 양흥모 처장 등과도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예정인 '보상시행공고 보류' 요구에 대해서도 권 시장은 "솔직히 말씀드려 제 권한이 아니다. 도시공사 사장과 그 문제도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도시공사는 이 문제를 공사 사장과 의논해 6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권 시장은 끝으로 "여기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내부 논의를 거치고 여러분의 의견도 듣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면담은 당초 10분을 약속했으나 40분 동안 진행됐다. 아·태도시정상회의(APCS) 참가를 위해 이날 오후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해야 하는 권 시장은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