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에 과거의 무거운 짐을 그만 내려놓자고 하셨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무거운 짐을 그만 내리시고 이산가족과 남북주민들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실향민, 고성군 주민들, 북한 투자기업인들 모두 웃고 살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주십시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민간인통제선 바로 앞에서 '끝집'이라는 건어물 가게를 운영했던 이종복씨의 호소다. 금강산 관광이 활발할 때 하루 1000만의 매상을 올린 날도 있지만, 지금은 0원이다.
그는 금강산 관광 중단 7년을 맞아 금강산기업협회(이하 금기협)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관광재개 촉구 기자회견에 고성군 주민대표로 참석해, "정부가 시작해놓고, 또 (박왕자씨 사건 났다고) 정부가 중단시켜놓고,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이게 국가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을 받아 가게를 냈던 명파리 주민들 중에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고성군 전체로도 2천7백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관광 관련업소 400여 개가 휴업하거나 문을 닫았다.
금강산 관광 사업권자인 현대아산과 그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금기협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대아산은 7년간의 매출손실이 올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1천 명이 넘었던 직원이 200명대로 줄었고, 금기협 회원사 49개의 매출손실액도 8천여 억 원에 달한다.
이종홍 금기협 회장은 "49개 업체중 오늘 기자회견에 20개사가 왔고 나머지 업체들은 연락도 안 된다"며 "금강산 관광에 투자한 많은 분들이 서민들인데, 가정이 파탄나기도 했고, 노숙자가 된 분도 있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을 일일이 말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관광객 사망 사건 때 서독 보수 정권은 동독과 관계중단 요구 거부" "독일의 경우 서독 관광객이 국경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강경파가 동독과의 관계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헬무트 콜 총리는 '이성의 연합'과 '책임공동체'를 강조하며 역사가 부여한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당시 집권당은 보수당인 기민당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같은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는 왜 이렇게 방관하느냐는 주장이었다.
이 회장은 이어 "하루빨리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5.24조치를 해제하여 다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북경협사업의 회생을 위한 피해지원법을 제정해, 남측에서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은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성공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동방영만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평양내륙기업들이 북한에 주는 가공비로 미사일 만든다고 하는데. 개성에서 들어가는 돈으로는 무엇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무엇 때문에 금강산 기업들과 내륙기업들만 피눈물을 흘려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정치인 중에는 유일하게 참석한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8년 7월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박왕자씨의 명복을 빈다. 그럼에도 관광은 재개돼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강산관광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대박의 지름길"이라며 "조속히 관광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을 열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확정됐는데, 이를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금강산에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를 활용해 추석때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