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갑작스러운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직장을 다니면서 방사성 요오드 검사를 위해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집에서 쉬면서 준비할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하루종일 앉아서 하는 일이라 체력적으로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차로 40~50분이 걸린다. 같은 동네 사는 동료와 함께 카풀을 했었는데 몸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커풀을 그만두고 자차를 가지고 다녔다. 함께 차를 타고 다니던 동료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 출근길에 동료의 아들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가야했기 때문에 집에서 바로 회사로 가는 것보다 10분 이상 더 소요됐다. 그리고 스케줄이 맞지 않아 퇴근을 따로 하게 되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를 타면 집에 오는데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날씨가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몸은 더 축 쳐졌다. 자다가 막 일어난 몽롱한 상태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좀 더 피곤해지면 눈 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부은 편도선은 며칠때 가라 앉지를 않았다. 몸 상태가 이렇다보니 퇴근시간인 5시 30분만 되면 '칼퇴근'을 했다. 칼퇴근을 해도 집에 오는 데 1시간이 걸리다 보니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오후 9시가 다 됐다.
지금은 이렇게 직장을 다니면서 버티고 있지만 다음주부터는 '저요오드식'을 해야 하는데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날씨가 더워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기도 어렵다. 그러다 고민 끝에 연차를 써서 저요오드식 기간동안 쉬기로 했다.
3주간의 하계휴가... 부작용과 싸우며 보냈다
7월에서 8월은 하계휴가를 가는 기간이다. 제조업이 아니라 정해진 휴가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이 적당한 스케줄을 조정해서 연차를 5일 연속으로 사용해 일주일정도씩 휴가를 간다. 나는 이번 하계휴가를 남들보다 조금 더 길게 가야 했다.
저요오드식 기간은 2주다. 연차를 총 10개 사용하면 저요오드식 시작일부터 방사성 요오드 검사를 위한 옥소를 복용하고 전신 스캔 하는날까지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의 학습효과로 부작용이 회복되는 기간을 계산해서 스캔 검사 이후 일주일을 더 쉬기로 마음 먹었다. 연차갯수가 조금 모자란 것은 내년도 연차를 당겨서 사용하면 된다.
진행하던 업무를 팀원 몇명에게 인수 인계를 하고 약 3주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주말 포함하면 거의 한달 가량을 자리비워야 해서 휴가 들어가기전 마지막 날 저녁을 동료들과 함께 먹었다. 내일부터 저요오드식을 해야 하기에 한동안은 먹을 수 없는 자극적인 음식인 '짬뽕'이 오늘의 메뉴였다. '전국 5대 짬뽕'에 들어간다는 짬뽕집이 창원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 먹었다.
그렇게 직장에 휴가를 내고 지난 겨울처럼 혼자 쉬면서 저요오드식을 시작했다. 겨울보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풍부한 여름이라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이번이 더 힘들었다.
저요오드식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밤에 자다가 속이 안좋아서 깨어났는데 설사와 구토가 났다. 마치 장염에 걸린것처럼 식은땀이 나고 오한에 시달렸는데 다음날부터 소화불량 증상이 심해졌다. 지난 겨울에는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하고 난 다음부터 소화불량 증상이 있었는데 이번엔 좀 더 빨리 소화가 안됐다.
부작용에 괴로워하며 신지로이드 중단이 아닌 '주사요법으로 변경할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3주동안이나 잘 견뎠고 남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주사요법으로 변경하려니 아까운 생각이 들어 더 버텨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겨울보다 더 힘든 4주간의 고통을 견디며 방사성 요오드 검사를 위한 '옥소'복용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