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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병원
충남대병원 ⓒ 심규상

"이대로 가다간 우리 근로자는 물론 환자들의 안전도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김을용 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대 병원 지회장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달 23일, 충남대 병원(원장 김봉옥)이 용역시설관리업체에 통보했다. "과업지시서대로 비정규직 시설관리 직원들의 야간 근무시간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로  변경해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낮 근무 시설관리자 17명 급감

지난 10여 년 이상 충남대 병원 비정규직 시설관리 직원들은 낮 근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9시간), 밤 근무자는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24시간, 휴게시간 8시간포함) 근무했다. 3교대(주간, 당직, 비번) 및 4교대(주간, 주간, 당직, 비번) 형태였다.

그런데 병원 측이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당직근무 시간을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로 변경하라고 채근한 것이다.

기존 밤 근무형태를 4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형태를 변경할 경우 평일 낮 근무자는 무려 17명이 줄고, 공휴일에는 21명의 근무자가 줄어든다. 그만큼 인력을 더 충원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인력 충원 없이 근무형태만 바꾸도록 종용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용역업체에 제시한 과업지시서에는 야간 근무시간이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로 돼 있었지만 그대로 시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무자가 줄어든 만큼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근무환경은 나빠져 시설관리 업무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병원은 물론 노동자 모두에게 부정적 요소가 크다.

지난달부터 시설용역을 맡은 A 업체 측도 병원 측에 "근무 시간을 변경할 경우 낮 근무자가 부족해 시설관리 업무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고해 달라"고 건의했다. 노조 측도 "3.4교대제에서 3교대로 변경하려면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며 "현재 인원을 그대로 두고 근무형태만 변경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근무 변경 1주일 "민원처리 지연에 피로누적... 안전사고 우려"

 충남대병원 시설과
충남대병원 시설과 ⓒ 심규상

하지만 병원 측은 완강했다. 병원 측은 시설관리용역업체에 재차 공문을 보내 "근무형태를 과업지시서에서 정한 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모두 귀 업체에 있다"고 경고했다. 근무형태를 갑자기 변경해 노동조건이 악화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응수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시설관리 용역 업체 측은 노조 측을 설득해 지난 1일부터 근무형태를 병원 측이 요구하는 대로 변경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각 병실에서 민원이 빗발쳤다. "전등이 나갔다", "TV가 고장 났다",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는 민원이 이어졌지만 제때 처리되지 않고 있다. 근무 인력이 크게(17명)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충남대병원 시설관리 노동자는 87명으로 병원 본관을 비롯해 소아 병동, 응급의료센터, 암센터 등 수 십여 개에 이르는 병원 시설 전체에 대한 운전, 보수를 감당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자동제어 설비와 냉동기, 냉온수기, 항온항습기, 위생설비, 의료가스 설비, 폐수 처리조와 같은 기계설비에서부터 전기설비, 승강기 운전관리, 건물의 경미한 보수, TV와 가전제품 수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의 피로 누적"이라며 "응급 환자 치료에 필요한 각종 기계 관리와 가스공급, 냉난방 등을 모두 담당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과 피로 누적으로 응급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안전한 치료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그는 또 "시설 관리 업무 특성상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등 위험한 작업이 많다"며 "지난달까지 2인 1조로 하던 작업을 인력이 줄어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도 커졌다"고 강조했다.

병원 "직무분석 중", 용역업체 "대책마련 시급"

의구심은 거듭된 우려에도 병원 측이 돌연 근무형태를 변경한 이유다. 노조 측은 "정규직 시설 관리 근로자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다"며 "10여 년 이상 사문화된 과업지시서를 구실로 근무형태 변경을 강행한 것은 노조를 탄압하고 수당 등 임금을 깎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거나 근무형태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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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을용 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대병원 지회장. 그는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거나 근무형태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을용 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대병원 지회장. 그는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거나 근무형태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심규상
병원 측은 근무형태 변경 배경에 대해 '과업지시서'에 나와 있다는 말 외에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업지시서' 또한 지난 10여 년 이상 지켜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까닭없는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병원 측은 "시설관리의 효율성 및 안정성 강화를 위해 직무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운영계획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시설관리 용역업체 관계자는 "근무형태를 변경한 지 일주일만에 여러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시설관리는 물론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대 병원(원장 김봉옥)은 지난 5월 시설관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올해 기초금액을 지난해보다 5,900만 원 줄어든 26억 9800만 원으로 제시했고, 이에 따라 업체 낙찰금액도 지난해보다 6800여 만 원(낙찰금액 23억 6200여 만 원) 줄었다.


#충남대병원#시설관리#비정규직 시설관리#김봉옥#근무형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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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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