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두 차례나 연기되고도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국은 협상 마감 시한인 오는 10일(현지시각)을 하루 앞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나 일부 현안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이 결렬되거나 다시 한 번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9일 핵 협상이 열리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영원히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마감시한을 앞두고 '버티기'에 들어간 이란에 마지막 경고 카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케리 장관은 "일부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의 종료를 선언하고 테이블을 떠날 것"이라고 이란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케리 장관은 "우리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협상이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고, 포괄적인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케리 장관과 맞서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을 열어 "(서방 국가들이) 과도한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며 "미국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핵 협상을 벌이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의견 일치에 성공했으나, 이란의 무기금수 해제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그들(P5+1)의 생각과 관점이 달라졌다"며 "미국이 이란 무기금수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마치 다자 협상처럼 5개국과 개별 협상을 벌이는 것 같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등 모든 국가가 각자의 입장을 갖고 있고 잠정 타결안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란은 핵 협상 타결과 동시에 경제 제재와 무기금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단계적인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기금수 해제의 범위를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핵 협상은 지난 7일로 마감시한을 정했다가 10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마감시한이 오는 13일로 한 차례 더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협상이 계속 연기된다면 미국 의회 일정상 협상 타결 내용을 승인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란이 강력 반발해 협상이 또다시 무산될 우려도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보고 있다"며 "나쁜 합의안에는 서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