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
이채인
일제는 마지막 배를 띄우면서 조선인들도 데려 가겠다며 오도마리(코르사코브) 시에 다 모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할린 섬 구석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오도마리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아놓고 애타는 기다림으로 초죽음을 만들어놓고 자기들만 배를 타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조선인은 기다려라. 배를 보내주겠다.
그 배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는 망향의 언덕(Сопка грусти в г. Корсакове).
70년을 하루같이 가로막은 장벽.
나라가 없어 받은 천대.
무릎 꿇고 이민국 책상다리 두 손 모아 부여 잡고 통곡하는 모습.
- 내 팔자야, 내 팔자야…
이 사람아, 집에 보내다오. 집에서 아들 딸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다. 20년이 한 순간에 지나갔어. 제발 보내다오.
녜 뽀니마유(몰라)
집에 보내다오.
나가 …
대화 없는 장벽.
나라가 있어도 국경 막혀 못 가 받은 천대.
나라가 없는 민족은 주인 없는 동물(개)과 별다를 바 없다. 여권이 외국 것이라서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비공민으로 살아왔다. 어쩔 수 없이 일본 국적이었고, 살길을 찾아 비공민권과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피를 속일 수 없어 광복된 나라를 찾아 문을 두드리는데 대답 없이 또 20 년의 한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기다리게 하는 무정한 장벽. 나라가 있어도 받는 천대.
껍질 벗겨 보면 불쌍한 민족. 조선 민족 팔자인지?
이채인 |
러시아 사할린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출생 종합건설 «PYRAMIDA» (피라미다) 대표이사 로스토브-나-도누 건축대학 졸업 건축감리사, 사할린주 건축협의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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