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
권미강
뿌리로 깊게 서 있다는 것은 늘 한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한 자리에 있다는 것은 먼 후일까지도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언젠가 다가올 또 하나를 기쁘게 맞이한다는 것이다.
기쁘게 맞이한다는 것은 언제든 하나로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정령들이 숨어있는 숲에서
긴 세월 숨기고 살았다.
큰 가지에 가려진 수많은 하늘들이랑
그것들을 힘 있게 하는 비, 폭풍, 바람에게
제 정신 다 빼앗겨 무심한 잡초처럼 살았다.
거기에서 얼룩진 과거를 거둬내고
상처 입은 살점들 뜯어내고
더러워진 피를 뿜어내고
오욕으로 문드러진 뼈를 추려내고
지나치게 오래돼 이제는 한 점 티끌도
찾을 수 없는 수액에 몸 담그고 싶다.
헹궈낸 물에는 멍든 삶이 검푸른 파문을 일으키며
마지막 흔적들을 보여줄 것이다.
거짓된 것도 절망의 것도 그 물에 녹아내려
정령들의 기억에서조차 찾아낼 수 없는 숲에서
기꺼이 두 팔을 잡고,
어렵게 두 다리 감고
마침내 하나가 되는 연리지.
권미강 시인은 |
- 문학잡지 '시에' 수필신인상 - 대전작가회의 회원 - 생명평화결사 문화위원 -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홍보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