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는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무급 또는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급여를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를 비꼬는 신조어다. 이러한 열정페이에 대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체적으로 보면, 청년들은 열정페이가 부당한 건 인정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요즘은 신입에게도 경력이 요구되는 사회다. 일자리는 부족하다.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열정페이는 돈은 적게 받아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청년들은 부당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일을 하게 된다.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청년
1년 정도 잡지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열정페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하느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담했다.
"어시스턴트를 오래 버티는 것이 (잡지) 기자가 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채가 남아있는 잡지사는 실제로 몇 되지 않을 거다. 사실상 거의 추천하는 형태로 인원이 충당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평균 2년 정도는 어시스턴트를 하게 된다. 오래 일한 어시스턴트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가는 식이다.하지만 누구도 기자가 언제, 어떻게 될 수 있다고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미 기자가 되신 분들도 기본적으로 2년의 어시스턴트 기간을 거쳤고 업계에서는 암묵적으로 당연시되기 때문에 기자가 되기 위해서 열정페이와 고된 업무를 감내하는 거다."열정페이의 실태는 여전히 열악하다.
하나, 근로계약서 NO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의 고용계약기간, 금액 및 지급시기, 노동기간 등의 노동조건이 적힌 문서이다. 한 마디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문서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근로를 수행한 1223명 중 59.4%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2015, 대통령 직속청년위원회)
A씨도 마찬가지로 작성하지 않았다. 열정페이 논란이 있고 난 후 부터는 휴학생을 제외한 졸업자에 한해서 간단한 계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고, 상해 등에 대한 보상도 없을 뿐더러 계약을 함으로써 혜택을 얻을 수 있거나 보장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논란이 있으니 안 할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거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대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력증명서도 뗄 수 없다. 본인이 그동안 했던 것을 증명할 서류 한 장이 없는 것이다.
둘, 최저임금 NO열정페이를 경험한 1223명 중 42.6%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았다. 심지어 32.2%는 무급을 받았다.(2015, 대통령 직속청년위원회) A씨 또한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 한 달에 세금을 뗀, 38만원을 받는다. 과연 38만원 받을 만큼만 일을 할까. 절대 아니다. 촬영 날짜가 잡힌 뒤로는, 촬영 준비로 인해 조금씩 퇴근이 늦어져 오후 7~8시, 픽업과 촬영을 하는 날에는 오후 10시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A씨는 "마감 전 2주 정도는 촬영의 연속이기 때문에 매일같이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한다"며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을 한다, 마지막 일주일과 마감기간도 마찬가지로 밤11시부터 자정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고용자가 피고용인을 저임금으로 부리는 착취를 막기 위해, 나라에서 정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즉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열정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셋, 개인의 역량 개발 NO대부분의 청년들은 열정페이를 받고도 일하는 이유가 경험을 통해 본인의 개인 역량을 최대한 키워,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열정페이를 경험한 2127명 중 36.2%는 자신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15, 대통령 직속청년위원회) A씨는 "열정 페이 경험이 개인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데, 그런 상태에서 긍정적인 생각이나 배움은 당연히 존재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존감도 낮아지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한 평가도 안 좋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좋은 점이라면, 인내심은 정말 강해진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에 포기하는 길을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해지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일을 하면서, 그 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쌓이고, 다른 곳에 가서도 바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치가 생기기보다, 힘든 세상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더 생기게 된 것이다.
열정페이보다 더 힘든, 미래에 대한 보장열정페이보다 더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A씨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 힘들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일을 하면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항상 불안하다. 이렇게 일을 하다 나이만 차서 나중에 정말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만년 어시스턴트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다. 어떤 일에든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금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그럴만한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떠한 보장도 보호도 없이 일하면서 페이까지 적으니 당연히 우리의 열정을 이용한 열정페이 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은 페이를 받으면서, 참고 일해보지만 개인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높아져 가고 있다.
요즘에는 어시스턴트와 인턴, 수습, 견습 등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 하다. 그 경계선이 흐릿하고, 애매모호하다. 직무와 상관없는 잡무를 시킨다거나,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만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교육과 노동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고 해서 이른바 '과도기 노동'이라 부른다.
취업난이 심한 요즘, 취업이 절실한 청년들을 악용해 어디서도 쌓지 못하는 스펙과 경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는 빌미로 청년들의 열정과 노동을 착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본인의 미래를 꿈꾸고, 기대하기보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쌓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험치를 쌓기 위해 시작한 일이였는데, 오히려 미래가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열정페이가 암묵적으로 당연시 되도록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왜 열정페이로 인한 모든 문제는 온전히 청년들 스스로가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대학> 블로그(monthlyuniv.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