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통령'(트위터 계의 대통령) 다웠다. 트위터 팔로우 수 200만 명을 눈앞에 둔 소설가 이외수씨. 그는 위암 투병 중에도 병상일기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누리꾼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병상을 털고 일어나는 데 적잖이 기여한 것도 트위터에서의 소통이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짧은 글과 촌철살인. 고도의 정신노동이 필요한 일인데, 그는 병상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수백, 수천 개의 격려 댓글이 달리고, 리트윗 됐다.
"세상에, 난 이렇게 암 투병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어요. 자기뿐만 아니라 남편, 친구, 심지어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메시지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외수식 소통의 비법지난 8일 신광태 시민기자와 함께, 병상을 털고 일어선 그에게 소통의 비법을 물었다.
- 얼마 전에 'SNS 산업대상'을 받으셨다. 이외수에게 SNS는 어떤 공간인가요?"첫째는 습작 공간입니다. 어떻게 하면 140자에 메시지를 농축해서 선명하게 전달할까? 이미지와 함께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연습하고 있죠. 두 번째는 소통 공간입니다. SNS에서는 계급이 없어요. 가장 낮은 데서 높은 데까지 동격이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세 번째는 자료 공간입니다. 시대적 흐름이나, 제가 모르는 분야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이 올라옵니다.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공간이죠. 저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을 수행으로 생각합니다. 제 완성도를 높이는 수행의 공간이 트위터입니다."
-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뭐죠? "사랑입니다.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죠.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없이 자기 이득만 취한다면 불가피한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 때로는 애정을 격렬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화를 내기도 하고 맞짱을 뜨기도 하고. "제일 불행한 건 그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죠. 그 친구들의 용어대로 개무시하면 그 친구의 상처가 깊어집니다. 쓰레기로 생각하면 나도 편한데 작가 입장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팔로우 190만이 넘는 제가 안아주지는 못할지언정 똥이 무섭다고 피하면 세상은 다 똥밭이 됩니다. 저는 똥이나 쓰레기는 일단 치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장서서 치웁니다. '야! 꺼져!' 이렇게. 하-하-하."
"난 '종북'은 맞는데 좌빨은?"
- 공격당하신 적도 많았죠. 제(신 기자)가 방어에 나섰다가 '이외수 안티 스네이퍼'라는 별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베인 것 같았는데. "일베와 십알단, 타진요죠. 각각 십만 명이 넘는 집단인데 한꺼번에 30만 명에게 공격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선과 총선 시기에 그랬어요. 정치적 등식이나 잣대로 들이대면서 자기들과 의견이 다르면 공격하는 부류가 있는 데 그건 대한민국 체제 민주주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편협한 사고에 맞상대하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들에게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도 아닌데 체제 찬양하는 놈은 애국자고 반대되면 좌빨이 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깨야죠."
- 화천 감성마을을 아방궁으로 비유하면서 비판했던 누리꾼도 있었죠?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빨대를 꽂고 피를 빨고 있다고 했죠. 그런데 이외수 문학관을 운영하면서 10년 동안 두 명의 직원 월급을 내가 지급했어요. 산천어 축제와 군청 일을 하면서 돈 받은 일이 없어요. 빨대는 화천이 나한테 꽂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청 일에 앞장을 섰어요. 하-하-.
<남자의 자격>이나 <무릎팍 도사> 등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화천에서 촬영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진보적 발언을 자주하니까 좌빨로 몰아서 '종북 좌빨'이라고 공격을 하는데요, 종북은 맞습니다. 화천이 최북단이거든요. 하-하-. 그런데 좌빨은 아닙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헌법 묵살하는 그들이 좌빨이죠."
- 팔로워 수가 198만입니다. 조만간 200만이 넘을 것 같은데요, 소통의 비법을 전수해준다면?"비록 사랑이 깔려 있어도 당근만 주면 이빨이 썩습니다. 채찍도 가해야 하는데, 이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이 사람에게 왜 당근이 필요한가, 채찍이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당근으로도 상대를 이롭게 만들고 채찍으로도 상대를 이롭게 만드는 원칙이 있어야 소통이 가능하죠.
얼마 전에 한 젊은 친구가 '악풀다는 게 멋있어 보여서 한때 이 선생을 쫓아다니면서 악플을 달았는데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는 장문의 쪽지를 올렸습니다. 제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백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를 했어요. 일일이 댓글을 못 달아도 아파하는 사람이나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쪽지를 많이 보내는 편입니다."
- 2009년에 트위터를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왜 트위터를 할 생각을 했는지요? "저는 원래 천리안, 나우누리 시대부터 채팅방 만들어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어요. 그 때 내 프로필 글은 '날개를 가진 새는 한 나무에 앉아서만 꿈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채팅도 하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어떤 나무에 앉아서도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죠."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통을 자문한다면...- 그간 소설과 시, 그림, 그리고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오셨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소통 자문을 구한다면 어떻게 해줄 건지?"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소통의 가장 근본 요소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항상 실리만을 추구하고 희생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일방적 소통은 소통이 아닙니다. 소통은 양방이 다 열려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나를 연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나를 없애거나 바꾼다는 뜻이죠. 너무 관행에 의존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열린 가슴으로 두루 만물을 사랑하는 이런 원칙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총선이나 대선이 가까워오면 거의 전쟁을 하듯이 기득권 싸움을 하죠. 약육강식의 원칙이나 정글의 법칙처럼 생존이 곧 경쟁인 시기입니다. 약육강식의 원칙은 동물의 세계에서나 먹히는 것이죠. 정치하시는 분들은 독서량을 늘리고 기본적으로 <목민심서>라도 봤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 위기대응 능력? "마이너스"
- 마지막 항암 치료 때 대한민국은 메르스 공포를 혹독하게 앓았습니다. 세월호 때에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 메르스 초기에도 병원 정보를 안 밝히고 '괴담'부터 잡으려고 으름장부터 놓았죠. 그러면서 둘 다 골든타임을 놓쳤어요. 병상에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정부는 국민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받는 정부보다 국민을 사랑하는 정부가 돼야죠. 음압병실 설치비랑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형병원조차 꺼리고 있다는데, 강바닥에 22조 원을 쏟아 부었으니... 정부는 국민 안전과 편익을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가뭄에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는 4대강만 보면 한심하죠."
- 세월호와 메르스, 이 두 사건을 통해 본 박근혜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은 몇 점 정도일 것 같나요?"마이너스.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었잖아요. 점수 주기가 아깝습니다."
- 이제 병상을 털고 일어나셨는데요,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무언가요? "그리스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부정부패입니다.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어떤 결말에 도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는데 정작 측근과 당사자들이 더 심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종교나 예술, 교육이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우려스럽습니다. 방부제까지 썩으면 몰락인데,.. 항상 점검하고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치에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할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제일 나쁜 것은 자기만 아는 겁니다. 자기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와 반대는 베풀 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잘사는 것이기에 아름답죠. 작게라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이고 사회를 밝고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외수 소설가와 신광태 기자의 '아름다운 만남'을 마친 뒤 춘천 교동의 격외선당을 나오며 떠올린 생각 하나. 이외수식 소통의 비결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있었다. 글의 '잔가지를 쳐내고 살코기를 발라내는 기술'보다 배려, 즉 타인에 대한 상상력과 사랑에 있었다. 그 사랑이 가혹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이겨내는 힘이었다.
그의 몸에선 연예인의 끼도 흐르고 있었다. 2시간 동안의 침상 인터뷰를 마친 뒤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연출했다. 옷도 갈아입었다. 모자도 이것저것 바꿔 쓰면서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10개월여 동안 위암 투병을 하면서 '존나게 버틴' 그는 본격적인 대국민 소통 모드로 돌입했다.
☞[이외수 아만남 ①] "신경숙? 예술에는 불로소득�무통분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