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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 봉투에 담아온 오렌지 주스(1.5L) 한 병
 비닐 봉투에 담아온 오렌지 주스(1.5L) 한 병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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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 괜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무슨 걱정이요?"
"오늘 스마트폰을 주웠는데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서요."

매일 목욕탕에서 만나는 송사장님과 나눈 얘기다.

송사장님은 정년퇴임을 하시고 매일 영산강변 4km 보행자 길에 쓰레기를 줍는다. 이날도 쓰레기를 줍다가 차도에서 보행자 도로로 내려오는 길에서 스마트폰을 주운 것이다.

"제가 주인을 찾아 드릴 테니까 저를 주세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건네받은 스마트폰은 핑크색 커버여서 단번에 여자분 것이라고 추측했다. 폰 하단에 스위치를 누르니까 화면이 켜졌다. 먼저 배터리 용량을 봤더니 반 틈 정도가 충전되어 있었고 바탕화면을 보니까 잠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 연락처를 열어 볼 수 있었다.

남편은 서방님, 딸은 예쁜 딸, 아들은 그냥 아들로 전화번호가 저장되어있다. 딸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전원이 꺼져 있고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방님이라고 쓰여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다 그냥 말았다.

괜히 남편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보상에 대한 나의 '기우'

배터리가 충분하니까 분실자가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점심 무렵에 드디어 분실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매장하고 가까운 공장에서 근무하는 분이었다. 점심 때 손에 비닐 봉투 하나를 들고 아주머니 한 분이 가게로 왔다. 스마트폰 주인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신분을 확인하고 폰을 드렸더니 감사하다며 비닐봉투를 나에게 건네주고는 서둘러 갔다.

봉지 안에는 대략 3800~4000원하는 1.5l 주스 한 병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고민이 생겼다. 나에게 폰을 찾아주라고 하신 송 사장님이,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그 주스를 드리면 상황을 이해하실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다.

유실물법 제4조(보상금)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物件價額)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報償金)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 원이라면 최소한 5만~20만 원은 사례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례를 요구하며 습득물을 주지 않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360조 (점유이탈물횡령) 1항은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 한다"라는 처벌 조항이 있다.

그래서 요즘 통상적으로 스마트폰 사례비로 5만 원에 교통비 정도를 준다. 그런데 나는 그 분실자에게 그런 말을 할 수도 시간도 없이 상황이 끝나버렸다.

3억 원을 주워 주인에게 전달한 택시기사, 2500여 만 원을 주워 지구대에 신고한 고교생, 10억290만 원이 든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찾아주고 그 주인이 주려는 사례비를 받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런 천사들에 선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받지 않고 그냥 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입장은 아니었다.

"송 사장님 핸드폰 찾아줬더니 이걸 주네요. 받으세요."
"사장님이 주인을 찾아주시느라 애쓰셨는데 그냥 가져가세요."

손사래를 치며 몇 번을 거절하시는 사장님 손에 봉지를 건네 드리고 스마트폰 사건(?)은 끝났다. 구차한 설명 없이 내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잃어버린 핸드폰 찾는 방법이 많다. 습득해서 찾아주지 않으니까 여러 가지 찾는 방법을 올려놓은 것이다.

"사장님 날씨가 더운데 오늘도 쓰레기를 주우셨어요?"
"네. 지금은 쓰레기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이러다가 명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소설가 박경리 박완서님처럼 늙어서 좋은 것일까. 환하게 웃는 모습 뒤로 노년의 여유가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8월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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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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