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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던 오스카 그뢰닝의 법원 판결을 보도하는 독일 <슈피겔> 갈무리.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던 오스카 그뢰닝의 법원 판결을 보도하는 독일 <슈피겔> 갈무리. ⓒ 슈피겔

독일 나치 정권의 집단수용소 아우슈비츠 회계원이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94세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뤼네브루크 지방법원은 15일(현지시각)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했던 오스카 그뢰닝(94)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보다 4개월 늘어난 것이다.

회계학을 공부한 그뢰닝은 나치 친위대에 입대하고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2~1944년 나치가 폴란드에 만든 아우슈비츠에서 수용자들의 짐을 압수하고 금품을 모아 독일로 보내는 업무를 2년여 동안 맡았다.

'아우슈비츠의 장부 관리인'(book-keeper of Auschwitz)으로 불린 그뢰닝은 앞서 1985년 프랑크푸르트 검찰로부터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소 포기된 바 있으나 뤼네브루크 검찰이 다시 기소하면서 올해 4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나는 도덕적 공범, 진정으로 뉘우친다"

그뢰닝은 "나는 큰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라면서도 "수용자들의 금품을 모아 관리한 것은 비록 작은 일이더라도 학살에 연루된 행위이며 도덕적 공범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인정했다.

그뢰닝은 전날 평결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진술에서 "아우슈비츠는 누구도 협력해야 할 곳이 아니었다"라며 "그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아서 단호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에 따라 최장 징역 15년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뢰닝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데다가 학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고, 워낙 고령이라는 점까지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아우슈비츠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들은 "30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학살에 가담한 죄인에게 징역 4년은 어리석은 판결"이라며 "우리는 결코 그를 용서할 수 없다"라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그뢰닝이 워낙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형량을 이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뢰닝의 국선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아우슈비츠#오스카 그뢰닝#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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