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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원유철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원유철 원내대표. ⓒ 연합뉴스

'유승민 축출'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라는 선물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와 신임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함께 회동한 뒤, 김 대표를 따로 만났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 4.29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이 위기에 몰렸던 지난 4월 16일, 김 대표를 따로 만나 수습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 긴급회동하는 방식이었다.

여당 길들이기 성공하자 성사된 독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는 김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았다. 당시는 김 대표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함께 당 주도의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여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성공하자 김 대표를 독대한 셈이다.

이날 독대 시간은 19분 정도에 그쳤지만, 그 자리에 내포된 정치적 의미는 적지 않다. 당·청이 극한 충돌로 내달았던 '거부권 정국'에서 결국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라면서 고개를 숙이고, 결정적 위기 국면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낸 김 대표에 대한 재신임 뜻이 뚜렷해 보인다.

또 메르스 사태와 가뭄, 유승민 찍어내기 파문 등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김 대표를 위기 극복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독대에서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좋은 분위기에서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자세 낮춘 여당 지도부

여당 지도부는 이날 박 대통령 앞에서 바짝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기자단에 공개된 회동 모두 장면은 향후 청와대 주도의 당청 관계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국민 중심의 정치'를 주문하자, 여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다짐하며 맞장구를 쳤다(관련 기사 : 원유철 "민생 위해 코피", 대통령 "어쩜 말씀을...").

박 대통령은 "국민 중심의 정치를 꼭 이뤄달라, 국민 중심의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모범을 잘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주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청 간에 찰떡같이 화합해서 국민을 바라보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하자, 대통령을 잘 모시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에서 합의 추대를 해줘 선거비용이 남았다"라면서 그 돈으로 청와대에 찰떡을 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 보고? 말실수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인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청와대가 우위를 점하는 당·청 관계는 청와대 대변인의 단어 선택에서도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 관련 질문을 받고 "김 대표가 회동 이후 별도로 보고 드릴 게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를 대통령 휘하의 총리 및 장관들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처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위치로 격하시킨 것이다.

이후 민 대변인은 기자실로 다시 돌아와 "아까 단어를 잘못 고른 것 같다"라면서 자신의 발언을 황급히 수정했다. 그는 "보고가 아니라 김 대표가 드릴 말씀이 있다면 별도로 (독대) 요청이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고쳐 말했다.

대변인이 '보고'라는 표현을 바로 주워 담긴 했지만 여당을 종속관계로 보는 청와대의 인식이 무심결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바짝 엎드린 여당 덕에 '데탕트' 접어든 당·청

새로 들어선 여당 2기 지도부가 청와대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박 대통령도 신임을 나타내면서 당·청은 당분간 '데탕트'(완화)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날 회동을 계기로 당·정·청 회의를 전방위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위 당·정·청 협의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또 메르스와 가뭄 대책,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추경)예산 심의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획한 일정대로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기로 했다. 또 임시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처리를 당부한 서비스산업진흥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노력하기로 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여당의 사면 건의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등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하고 대상자가 가능한 많은 대규모 사면을 실시하자고 건의하자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야당 지도부를 포함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서도 "알았다"라고 말해 회동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박근혜#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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