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한민국 창조경제가 도약할 준비를 마친 것입니다."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인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산학연 오찬자리에서 "오늘 인천 (창조경제혁신) 센터를 끝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가 마무리됐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창조경제'를 구체화 시킬 오프라인 현장 구축을 10개월 만에 마무리 지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축사를 통해서도 "각각 고유한 특색과 장점을 갖춘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본격적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창조경제 성공사례 확산을 선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 각 광역자치단체별로 설치한 '창조경제 생태계 거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출범 때부터 '모호한 개념'이란 비판을 받던 창조경제를 보다 실질적으로 와 닿게 하기 위해 만든 목적도 크다. 박 대통령도 서울,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하며 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을 주도해 온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따르면, '성과'도 나왔다. 지난 17일까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육성 지원을 받는 7년 미만 창업기업은 250곳, 7년 이상 중소기업은 125곳이었다. 또 펀드 조성 및 벤처캐피털 대상 투자설명회를 통해 299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창업지원 교육 및 강연에 참여한 숫자는 지난 10개월 간 3만 1000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7개 광역시·도 센터 설치로) 지금까지 집을 지었다면 앞으로는 살만한 집이 되도록 가치를 채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기업가치 1조 원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혁신센터를 통해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운영 주도... 박 대통령 임기 끝나면?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각 센터의 건립과 운영을 대기업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센터는 삼성(대구·경북), SK(대전·세종), 현대·기아차(광주), LG(충북), 롯데(부산), KT(경기), 두산(경남), 네이버(강원), 한화(충남), GS(전남). 다음카카오(제주), 현대중공업(울산), CJ(서울). 한진(인천) 등이 맡고 있다.
사실상 '대기업 주도형 창조경제'인 셈이다. 정부 측은 이를 '대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역 산업 생태계를 이끌 수 있고 그를 통해 지역경제에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벤처 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상생 경제에 기여하는 윈윈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자발적 의지에 따른 센터 구축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미 센터를 건립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 생태계는 이미 조성돼 있는 상황인데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분야라면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 기업들이 '약점'이 잡힌 상황이라는 점도 '강제적 할당'을 의심케 한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김승연 회장은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아 대표 이사직을 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광복 70주년 사면을 기대하는 중이다. 사면대상은 아니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실제로 각 지역별 전담 대기업 목록 역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명단을 제안하고 정부가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강점과 지역 특성 간의 결합 가능성보다는 프로야구 구단 연고지나 해당 기업의 지역 사업장 등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하향식'으로 구성된 창조경제 생태계가 박근혜 정부 이후 '눈치 볼 일 없어진' 대기업의 이탈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연세대 특강 후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혁신이라는 것이 자생적으로 좋은 토양에서 되는 거지 정부나 대기업이 주도해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우려가 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대기업도 얻는 바가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석준 미래부 1차관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담 대기업들의 센터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비책은 뭔가"라는 질문에 "대기업이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측면도 있지만 얻어가는 것도 있다"라며 "경기상황이나 경영여건 등이 어려워질수록 혁신센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