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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 불법카톡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 불법카톡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지난 15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실에 앉았다.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에 대응하는 당 대책위원회(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이끌게 되면서다.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약 1년 만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사퇴 이후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자신의 '경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장론' 연속좌담회를 시작하면서 '자기 정치'를 재개했다.

그러나 당의 현안에는 계속 거리를 뒀다.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당이 계파갈등에 휩싸였을 때도 그는 한발 떨어져 있었다. 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당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한 혁신위원회를 맡아달라는 문재인 대표의 요청도 거절했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정국을 흔들었을 때 또다시 당 전면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당의 메르스 대책위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안 전 공동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그를 다시 정국 중심으로 불러낸 것은 국가정보원이었다. 이탈리아 해킹팀(Hacking Team)의 자료 유출로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사실이 공개됐고, 이것은 곧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감청 의혹으로 번졌다. 여기서 새정치연합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언론에서 연일 관련 의혹을 터트리고 나서야 당 차원의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안 전 공동대표가 호출됐다. 그것도 자기 전공으로 다시 정치의 '메인 무대'에 오른 것이다.

해킹 대응에 자신감 보이며 '주가 상승'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이 권석철 보안업체 큐브피아 대표로부터 원격조정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이 권석철 보안업체 큐브피아 대표로부터 원격조정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 유성호

당초 새정치연합 국정원 해킹 관련 대책위는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중 한 명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안 전 공동대표의 이름도 거론이 됐지만, 그가 그동안 이런 역할을 고사해 왔기 때문에 기대는 크지 않았다.그러나 최근 당에 새로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안 전 공동대표가 대책위를 맡을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가 IT업계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과 더불어, 여전히 그가 대중적 파급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그에 따른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안 전 공동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당 내외에서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은 결정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SNS상에 주를 이뤘고, 관련 기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창당 이후 가장 잘한 일이라는 말을 듣는다"라며 "위원회 활동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안 전 공동대표의 대중적 입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안 전 공동대표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는 모양새다. 그는 위원장을 맡은 이후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언론 앞에서 문재인 대표의 휴대전화로 원격 해킹을 직접 시연했고, 21일에는 국정원을 대상으로 방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나아가 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해킹 의혹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공동대표의 한 측근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보다는 유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메르스 정국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런 능력을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는 안 전 공동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측근은 "지난해 공동대표를 지내면서는 너무 의욕적으로 하려던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번 일은 과도하지 않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참여 거론되지만... "당에서 하겠다는 게 먼저"

안 전 공동대표의 주가가 다시 오르면서 또 관심을 끄는 건 그의 향후 행보다. 당장은 국정원 해킹 의혹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시점에 다시 '자기 정치'로 돌아갈지, 아니면 또 다른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총선을 8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유력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재확인한 그의 행보는 정치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불거지는 '신당설'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러 '신당설' 진원지 가운데 하나인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한길·안철수 의원 등 현역의원 20명이 신당 참여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연일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박주선 의원, 탈당해 지난 4.29 재보선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까지 엮어서 '신당설'을 제기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를 부인했지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탈당이나 신당 창당 움직임이 발생하더라도 현재로써 안 전 공동대표의 합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함께 새정치연합을 만든 당사자이고, 스스로 그런 책임 의식을 강조해왔다. 또 현재 당의 최전면에서 현안을 이끌고 있는 만큼  근시일 내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안 전 공동대표의 측근들 역시 이후 행보를 폭넓게 열어놓으면서도 당장의 탈당이나 신당 창당설에는 일정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공동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박주선 의원 등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맞지만, 탈당이나 신당을 주제로 한 자리는 아니었다"라며 "기사에 언급된 사람들이 다 같이 만난 자리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전 공동대표는 뭔가를 하더라도 우선은 자신이 만든 당에서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라면서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안 전 대표는 일단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자기 정치'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정원 문제에 '제도개선'을 제시하며 '국정원 개혁' 의제를 이끌고 갈 수는 있다. 그는 지금도 국정원 문제를 '정쟁'으로 이끌기 보다는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오는 9월에는 그동안 콘텐츠를 쌓아왔던 '공정성장론'을 이어갈 행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안철수#새정치연합#해킹#국정원#정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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