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는 국정원에서 월급을 받는 것처럼 일하는 분들이 있다."한 야당 인사의 지적이다. 국가정보원이 말썽을 일으켜 '문제아'로 등장할 때마다, 매를 들기보다 엄호에 나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가 야당에서 볼 때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다.
정국에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발생한 후 새누리당은 연일 국정원 변호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경북 김천)이 서 있다.
국정원을 대신해 이 의원은 연일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반박하고 있다. 국정원은 직접 나서지 않고도 이 의원의 입을 빌려 그들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이 의원은 야당이 이탈리아 해킹팀 자료에서 발견된 로그파일에서 국내 인터넷 주소(IP)가 발견됐다고 하자 "국정원과 무관한 디도스 공격용으로 추정된다"라고 했고, 숨진 국정원 직원이 감찰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보는 정도에 그쳤다"라고 방어막을 쳤다.
또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냐"라고 두둔했다. 이 의원과 국정원 사이에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듯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선생님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변신한 이철우18대 총선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시작한 이 의원은 국정원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 왔다. '국정원 대변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여기엔 이 의원이 19대 국회의원 중 유일한 국정원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1985년 공채로 국정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가 2005년 국장직을 끝으로 퇴직할 때까지 20년을 근무했다. 그는 1978년 경북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 후 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에 투신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재직 시 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파견돼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때 쌓은 정관계 인사들과의 인맥은 그의 정치권 진출의 발판이 됐다. 이 의원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이 의원이 국회 파견 업무를 할 때부터 정치권 진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금배지를 단 그는 곧바로 정보위원회에 들어가 여당 간사까지 맡았다. 18대 국회에서도 그는 국정원 근무 경험이 있는 단 한 명의 의원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주간 경향>과 인터뷰에서 "국정원 출신인 만큼 국회와 국정원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가교'라기 보다 국정원과 한몸처럼 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국정원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간첩 증거 조작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일탈'이 반복될 때마다 '친정 엄호'에 나선 것이다. 국정원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국정원 퇴직 전과 국회의원이 된 이후가 다르지 않았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눈 감고 대선 개입은 적극 방어지난해 3월 정국을 달궜던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마저 이 사건에 유감을 표시하고 관련자 문책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었지만 이 의원은 국정원의 명백한 불법 행위를 오히려 두둔했다.
그는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한 증거 조작 사실에는 눈을 감은 채 "국정원을 이렇게 흔들어 대는 것은 북한에서 가장 좋아한다"라며 변호에 나섰다. 그는 또 유우성씨가 당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간첩을 조작한 게 아니고 작은 서류 하나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되자 이 의원의 '국정원 감싸기'는 더 도드라졌다. 국정원 개혁 수위를 놓고 국내 파트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이 의원은 반대로 갔다. 그는 당시 "국정원 개혁은 할 만큼 했다"라며 "국내 파트를 없애라고 하는데 (이미) 정보기관(의 역할)을 못할 정도로 강하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해놨다"라고 반대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국정원이 국내 정치는 지금도 (관여) 하지 않고 있다"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린 여권의 정국 반전 작전에 그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 의원은 "회의록을 보면 유치원생도 NLL(서해북방한계선)이 없어지는 것을 안다, 당시 관계자들은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대야 공세를 펴는 데 앞장섰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도 NLL 문제 쟁점화를 위해 "문재인 후보도 영토주권 포기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그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했다.
'MB 악법'에 선정된 국정원법 개정안이 의원의 '국정원 사랑'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국정원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국제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 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 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엄격히 제한된 국정원의 국내 정보활동 범위를 '국가 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수립 정보, 중대한 재난과 위기 예방관리 정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1994년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활동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 '안기부법 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안이었다.
야당에서는 국정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정보 정치의 부활'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국정원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MB 악법'에 선정됐다.
맹목적 '친정 사랑', 국정원 망친다
이 의원은 24일 아침에도 거르지 않고 여러 라디오 인터뷰에 등장했다. 국정원의 해명을 그대로 옹호했지만 야당의 문제제기는 근거 없는 것으로 몰아붙였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이 해킹 관련 자료 30개를 제출해 달라고 한 것에 대해 그는 "그 자료를 제출하게 되면 (국정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반대했다. 또 해킹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검찰 고발에 대해서도 "(야당의) 의혹 제기는 지금까지 다 엉터리였다"라며 "(근거 없는) '카더라' 고발"이라고 깎아내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국회에 있는 한 '국정원 감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국정원 출신 의원의 맹목적 '친정 사랑'이 국정원을 오히려 망치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