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방조제는 군산 비응도에서 시작하여 부안군 변산반도 대항리까지 이어지는 33km의 세계 최장의 위엄을 자랑하는 방조제입니다.(줄임) 33km의 해상 방조제는 세계에서 최장의 위엄을 자랑하며 중국의 만리장성에 비견되는 해상 '만리장제'로 평가되며 세계 제1의 명품이며 한국의 손꼽히는 자랑거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21일 군산 비응항-선유도 유람선 안내방송에서) 안내 방송은 "신시도와 가력도에는 수문 하나가 6m, 갑문 하나 무게만 480톤이 넘는 18개 관문이 한국 기술진에 의해 설치되어 있다"며 "해발 190m 신시도 정상에 250m 높이의 타워를 세우면 해발 480m에 달하는 전망대가 설치된다"고 소개한다. 전망대는 파리 에펠탑보다도 훨씬 높으며 이곳에서 서해안의 많은 섬들을 조망할 수 있고 서해 팔경을 웃도는 서해 낙조를 볼 수 있게 된단다.
고군산군도, <정감록>은 미래 수도로 꼽아새만금사업은 1971년 사업예정지 조사를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부안군 행안면 계화도에서 옥구군(군산시) 하제까지 방조제 축조를 계획하고 어선을 임대하여 측량하였으나 훗날 변경된다. 그 후 자원조사 및 새만금 종합개발을 마련하고 1989년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하나로 새만금사업 기본 계획안이 확정된다. 노태우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자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단식투쟁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착공하게 된다.
1950~1960년대 군산의 할아버지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군산에서 72km 지점에 있는 어청도가 군상항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어청도는 전북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으로 당시엔 황당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새만금 신항 건설이 예정돼 있고,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잇는 연륙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삼국시대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예언들을 종합한 <정감록>에 따르면 서울이 송악에서 한양으로 한양에서 계룡산으로, 계룡산에서 가야산으로 그 다음으로 서해의 고군산군도가 수도가 된다고 하였다.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이전하였고, 고군산군도 중심인 새만금이 국제적인 천년 도읍지로 성장 발전하게 되면 그 또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듯싶다.
단군 이래 최고의 간척사업으로 일컫는 새만금사업. 새만금 전시관 자료에 따르면 위치는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원이다. 1991년 11월 28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0년 4월 27일 역사적인 방조제 준공식과 함께 개통식을 했다. '대한민국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치러진 준공식은 세계 최장 방조제를 국내외에 알리는 자리였다.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올라
총사업비 25조 1435억 원 규모의 새만금사업은 군산시 내초도에서 시작하여 비응도, 야미도, 신시도, 가력도,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까지 33.9km의 방조제와 서울시 면적의 2/3에 이르는 국토가 탄생하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명품복합도시, 관광단지, 첨단산업단지, 신재생에너지단지, 첨단 농업단지, 과학연구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푸른 바다 위에 그려진 긴 선 새만금방조제는 2조 9000억 원의 사업비와 연 237만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덤프트럭, 준설선 등 91만대가 동원됐다. 방조제 평균 바닥 넓이 290m, 최대 넓이 595m, 최고 수심이 49m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 4차선(418km)을 13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1억2천300만 세제곱미터)의 돌과 바닷모래가 들어갔으며, 면적이 여의도 140배에 이르는 등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새만금방조제는 대한민국 지도를 바꿔 놓았다. 네덜란드 쥬다치 압슬루트 방조제(32.5km)보다 1.4km가 길어 2010년 8월 세계 기네스 월드레코드에 등재되면서 세계 최장 방조제가 되었다. 방조제 평균 높이가 36m(최대 54m)에 이르는 대형 해상구조물로 대부분 물속에 잠겨있고 바깥에 드러나는 부분은 평균해수면 위로 11m이다.
2010년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는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한국에는 '바다의 만리장성'이 있다며 경탄했다고 한다.
홍보 전단지와 안내 방송에서 사라진 900m
전라북도와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은 전국의 여행사와 언론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새만금 팸투어를 진행하는 등 홍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군산 지역 유람선 안내 방송에서도 홍보 전단에서도 세계 최장 길이의 새만금방조제 일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새만금방조제 길이가 33km라고 적힌 홍보 전단지를 발견하였다. 군산 시청 앞 정류장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새만금 도시 군산'을 홍보하면서 '세계 최장 33km'라니, 처음엔 의아했다. 한자와 영문으로도 '33km'라고 적힌 것을 보면서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33.9km인 것을 확인하고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났다. 지난 21일(화) 오전 10시. 선유도행 유람선이 출발하고 5분쯤 지났을까. 비응항에서 가장 가까운 야미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귀가 아플 정도의 고음이었으나 녹음된 홍보방송이니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33km의 세계 최장의 위엄을 자랑하는 방조제'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방조제 공사비가 2조 9000억 원 들었다니 0.9km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50억 원 정도가 된다. 1천억 가까운 거액이 바다로 수장됐는지 하늘로 솟았는지는 홍보를 기획한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사라진 금액에는 내가 낸 세금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허전함이 밀려왔다. 화도 치밀었다. 하루빨리 33.9km로 수정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와 매거진군산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