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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원유철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원유철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제 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도입 자체를) 불법이라고 몰고 가더라. 그런데 우리를 위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잘못했다고 할 수 있나."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내국인 사찰 의혹 등을 충분히 해명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씨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료를 굳이 삭제한 까닭과 그 이후에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까닭에 대해선 납득할 해명이 없었다는 점은 외면한 주장이다. 강신명 현 경찰청장조차 해킹 프로그램 도입을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는 사실 역시 거세돼 있다.

그저 국정원의 '셀프 조사' 결과에 대한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야당 요구하는 로그파일 공개하면 목숨 잃는 사람 또 생긴다"

이 의원은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에서 제기한 의혹들은 어제 다 풀렸다"라며 "'국내 실험용 31건' 거의 더 밝혔고 심지어 야당에서 제기했던 IP도 그 안에 다 들어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에서는 '로그파일'을 안 냈다고 문제 삼는데 이걸 내면 (국정원은) 세계 정보기관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다"라며 "정보기관은 (정보 근거) 자료를 내는 곳이 아니라 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갖다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정원이 삭제됐던 자료의 구체적 대상은 밝히지 않은 채 목록만 제시하고 야당에서 요구했던 로그파일 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보기관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역성을 든 것이다.

이 의원은 임씨의 자살 원인도 야당의 자료 공개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씨가 자살한 이유 중 하나도 원본파일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다고 하니까"라며 "(국정원에 따르면) 임씨가 지난 17일 새벽 1~3시 사이에 자료를 삭제했는데 국정원장이 그날 저녁 정보위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하니 그래서 압박받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정보지키기 위원장인가, 정보파헤치기 위원장인가 모르겠는데 (안 위원장이 요구하는) 그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라며 "국가안보를 위해서 자제해주길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안보기관을 흔들어서 득을 보는 것은 북한 밖에 없다"라며 "관련 담당 국장이 20일 만에 몸무게가 5kg 줄었다고 하던데 이런 나라를 만들어서 누구에게 득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뿐만 아니었다.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은 거의 국정원의 해명을 집중 부각시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어제 정보위원회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국정원의) 설명이 있었다"라며 "이탈리아 해킹팀의 프로그램으로는 카카오톡·도청 자체가 불가능하고 의혹을 받는 통신사 SKT의 회선 역시 국정원의 실험번호임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또 "이 모든 논란의 핵심은 (국정원이) 내국인을 상대로 사찰을 했느냐인데 국정원장은 어제 직을 걸고 결코 불법사찰 한 적 없다고 답했다"라며 "그럼에도 야당은 국가 정보기관의 사이버 전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또 다른 국방전력이다, 이를 일일이 파헤치는 것은 국가안보를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황진하 사무총장 역시 "직을 걸고 불법사찰한 적 없다"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야당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가 정보기관을 불법 해커집단처럼 매도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국정원 셀프 검증하고 여당은 면죄부 셀프 발급"

여당의 이 같은 국정원 해명 '굳히기'에 야당은 "면죄부 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해킹 사찰 의혹을 셀프검증하고, 여당이 함께 면죄부를 셀프로 발급해줬다"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또 "국정원은 오로지 결백을 강변할 뿐 국민 앞에 진실을 내놓지 않았다"라며 "검찰이 공안부에 이번 사건을 배당한 것도 진실을 묻어버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어제 정보위에서 한 국정원의 합창내용은 '믿어달라, 사찰 없었다', '자료는 국정원이 우스워질까봐 내놓지 못하겠다', '(자살한) 임씨가 (프로그램) 운용·책임을 지고 있었는데 고인이 돼 안타깝다'였다"라고 정리했다.

이어, "(국정원의 주장은) 즉, 삭제는 마음대로 누구나 할 수 있고 죽으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얘기"라며 "여당은 진실 규명을 향한 발걸음을 얘기하면서 모두 믿어보자고 떼쓰는 걸로 보답했다"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아직 해소되지 의혹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임씨 자살 현장이 오염되지 않았나 의심된다"라며 "국정원 직원이 현장에 갔고 임씨 부인의 통화 내용도 왔다 갔다 했다, 누가 최초 현장에 갔는지 알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정보위에서는 임씨의 사망 현장을 국정원이 먼저 파악하고서도 소방서 신고를 통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발견한 것처럼 꾸민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정보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숨진 임씨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 "임씨 혼자서 장비를 구입하고 모든 것을 다했다고 하는데 장비만 하더라도 11억 원"이라며 "이것을 과장(임씨) 전결로 했을까, 이탈리아 해킹팀 관계자가 많이 입국했는데 그런 것을 혼자 처리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철우#신경민#국회 정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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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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