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50대' '남성'이라는 대법관 후보 공식은 이번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4일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는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과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추천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대법원이 대법관 다양화 요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지만, 결과는 설명에 전혀 맞지 않았다.
지난 7월 14일 대법원은 민일영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를 시작하며 최초로 대법관 후보 추천위 심사대상자를 공개하고, 7월 15일부터 24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는 등 대법관 제청 절차 개선을 추진했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대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심사대상자 27명 가운데 여성은 민유숙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딱 한 명뿐이었다. 또 절대 다수인 22명이 현직 법관이었고, 나머지는 변호사였다. 이 점을 두고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일었다. 4일 대법관 후보 추천위 회의 결과는 그 우려를 벗어나지 않았다.
4일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이번에는 외부 인사인 심사대상이 5명에 불과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적격자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 "향후에는 여러 직역(職域, 특정 직업의 영역이나 범위)에서 훌륭한 분들이 후보자로 천거돼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강형주·성낙송·이기택 세 사람 가운데 누구를 최종 후보로 정해도 '서울대' '50대' '남성'이다. 또 이들이 모두 현직 법관이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박상옥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법관 출신이라는 '판사 일색' 구성 역시 그대로인 셈이다. 결국 '대법관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의 기대는 여전히 기대로만 남았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 심사결과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성명을 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헛구호였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라면서 "이번에도 사법부는 법관순혈주의를 고수, 권위적인 사법부가 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재판관 15인을 판사 출신 6명, 변호사 4명, 검사 2명, 기타 3명으로 구성한 이유를 명심해 이번 사태를 통렬히 반성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