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면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부산 - 서울을 6박 7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린, 제 11회 한국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가 지난 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출발 하루 전날인 7월 26일에 부산 스포원에 모여 하룻 밤을 자고, 27일 아침 부산을 출발하여 8월 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짐을 싸서 트럭에 싣고 밥을 먹고 나서면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탑니다. 매일 매일 짧게는 50km 길게는 125km 달렸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300명이 밥 먹고 씻고 빨래하고 정리하느라 잠 자는 시간까지 분주합니다. 저녁마다 1~2시간은 다같이 모여 장기자랑도 하고 친교도 나누었습니다.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의 주인공들은 청소년들입니다.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국에서 모인 260여 명의 청소년들이 하루하루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이겨나가기 때문입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페달을 밟고 못 타면 끌고서라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딱 1주일 달리기 위해 1년을 준비한다하지만 이들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많이 있습니다. 70여 명이라는 숫자로 뭉뚱그려진 지원팀과 실무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매년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드는 또 다른 주인공들입니다.
매년 5월에 참가자를 모집하고 7월 말부터 딱 1주일간 진행하는 YMCA 자전거 국토순례는 1주일을 위해 1년 내내 준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폭염이 계속되는 7~8월을 뜨겁게 달리고 나면 9월부터 내년 코스를 구상합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지면 해당 지역YMCA와 협의에 들어가고 대략의 코스를 구상하게 됩니다. 매일 매일 모여서 의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1~2달에 한 번씩 만나 출발과 도착지를 확정하고 나면 1주일 동안 달리는 코스를 정리하게 됩니다.
연초가 되면 대략의 주행구간을 정하고, 1일 70~100km 거리를 기준으로 숙박지역을 정합니다. 부산 - 울산 - 구룡포 - 영덕 - 동해 -속초 - 고성 하는 식으로 코스를 정해놓고 답사를 시작합니다. 1차 답사는 지도를 보고 정해놓은 코스를 따라 숙박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320여 명이 한 번에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숙소를 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의 경우 적절한 숙박지를 구하지 못해 강원도 고성으로 되어 있던 목적지를 서울로 바꾸었습니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두 번이나 답사를 하고 나서 숙박 장소와 휴가철 동해안 교통 혼잡을 고려하여 부산 - 울산 - 구룡포 - 영덕 - 안동 - 괴산 - 이천 - 서울로 코스를 바꾼 것입니다.
마침 안동 - 괴산 - 이천에서 320명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코스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코스가 바뀌었기 때문에 숙박지를 확인하느라 한 번, 휴식 장소를 확인하고 코스를 확정하느라 또 한 번 더 답사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코스가 확정되면 국토순례 실무 진행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70여 명의 전국YMCA 실무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실무 진행팀 중에서 힘들지만 가장 폼나는 것은 로드팀입니다.
동아대, 건양대 사이클 동아리로 구성된 로드팀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책임지는 로드팀은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 경험이 많으면서 자전거를 잘 타는 YMCA 실무자와 동아대, 건양대 사이클 동아리 회원들로 구성됩니다. 올해의 경우 약 20명이 로드팀이 구성되었습니다.
이들은 전체 대열의 속도를 조절하고, 교차로에서 차량의 진입을 막아내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서 독려도 하고 격려도 하며 오르막 구간에 뒤로 쳐지는 아이들을 밀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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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를 책임지는 동아대 건양대 사이클팀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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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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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 들어온 아이들은 샤워하고 저녁 밥을 먹고 나면 다시 쌩쌩하게 회복됩니다. 낮에 힘들어 죽겠다면서 자전거 탔던 아이들도 다시 에너지가 넘칩니다. 이 아이들과 어떤 밤에는 캔들파이어도 하고, 어떤 밤에는 장기자랑도 하고, 어떤 날은 복면가왕 대회도 하기위해 프로그램팀이 준비를 합니다.
밤낮 없이 아이들을 응원하는 프로그램팀이들이 밤에만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대식이나 폐단식을 재미와 의미를 섞어 기획하는 것도 프로그램팀의 몫이고, 낮에 아이들이 라이딩 할 때 방송차를 타고 다니면서 노래도 틀어주고 구호를 외치면서 힘을 불어넣는 역할도 합니다. 방소차를 타고 다니면서 휴식 장소마다 응원 메시지도 읽어주고,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내 온 사연도 소개해주는 등 바쁘게 보냅니다.
총무팀은 숙박과 식사 그리고 간식을 책임지는 팀입니다. 숙소마다 먼저가서 300명이 잠자는 방에 명단표를 다 붙이고, 숙소를 배정하며, 밥차 운영을 총괄 지휘합니다. 또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물과 간식을 공급합니다. 총무팀은 냉동탑차에 물과 간식을 가득 싣고 다니면서 휴식지마다 먼저 가서 320명 분의 간식을 팀별로 나눠놓고 기다립니다.
휴식장소마다 적게는 320개 많게는 640개씩 쏟아져 나오는 페트병을 정리하는 것도 이들 몫입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물을 마신 후에 페트병을 발로 찌그러트려 반납해달라는 규칙을 잘 지키지만, 몸이 힘들고 귀찮으면 적당히 버리고 가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휴식을 취하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떠나면 이 자리를 청소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해야 하지만, 늘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는 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늘 물이 부족하다고 불평합니다. 매일매일 간식을 바꿔 주지만 320명 모두를 만족시키는 간식은 없습니다. 총무팀에서 준비한 간식이 마음에 안든다고 불평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그 불만도 그들 몫이됩니다.
아이들의 응급치료를 맡는 의료팀의료팀은 24시간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 합니다. 숨이 목구멍에 차오를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일사와 열사로 쓰러지는 아이들도 생겨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라이딩을 하는 동안은 의료팀은 45인승 버스와 승합차를 나눠타고 현장 지원을 합니다.
의료차량으로 셋팅한 승합차에는 간호학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응급구조요원이 탑승합니다. 라이딩 도중에 넘어지거나 다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조취를 취합니다. 가끔 병원으로 후송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도 의료팀 몫입니다. 아울러 의료팀은 자전거를 타다가 힘이 들어 도저히 더 이상 갈 수 없는 친구들을 돕는 의료 버스도 운영해야 합니다.
45인승 의료팀 버스에는 환자만 탑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전거가 고장난 아이들도 자전거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는 의료팀이 운영하는 45인승 버스를 타고 기다렸다가 자전거 수리가 끝나면 다시 라이딩을 하러 가게 됩니다. 꾀병을 부리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진짜 환자와 가짜 환자를 잘 구분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자전거 라이딩에서 생기는 모든 고장은 정비팀에서정비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가 생기는 모든 고장을 수리합니다. 5톤 화물 트럭을 수리, 정비 차량으로 개조했습니다. 전문 수리팀 5~6명이 펑크난 자전거부터 중요 부품을 갈아넣어야 하는 고장까지 수리를 해줍니다. 라이딩 도중에 펑크가 나면 임시로 다른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대차'도 운영합니다.
그렇다고 낮에만 일하고 밤에는 편하게 쉬는 팀은 아닙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낮에 라이딩 시간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수리하지 못했던 자전거들을 고쳐야 합니다. 자전거 고장이 많으면 늦은 밤까지 자전거 수리를 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정비팀에는 미케닉 전문가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성수고등학교 자전거학과 친구들이 매년 자원봉사를 나오고 있습니다.
정비팀은 참가자와 로드 실무자들이 고장 때문에 라이딩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완벽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기 자전거가 고장났지만 국토순례 완주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하면, 고장 난 자전거를 고칠 때까지 예비 자전거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5톤 트럭 위에 하루에 수백대의 자전거를 실었다 내렸다 해야 하는 것이지요.
가파르고 긴 오르막 구간을 달릴 때는 라이딩을 포기하는 참가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5톤 트럭에 더 이상 자전거를 실을 수 없는 지경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5톤 트럭 위에 30~40대의 자전거를 싣고 휴식장소까지 가는 일도 생기더군요. 이들의 수고와 땀이 없으면 국토순례가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렵겠지요.
운영지원 그리고 대외협조 사무국그외 사무국 요원들도 있습니다. 낮에 사용되는 40대가 넘는 무전기를 챙겨서 나눠주고, 밤마다 무전기를 회수하여 밤새 충전하는 일을 일주일내내 반복하고, 낮에는 큰 교차로에서 차량 통제도 합니다.
경찰 협조가 없을 때는 자전거 대열 맨 앞에서 '선도차량' 역할을 할 때도 있고, 자전거 대열보다 2~3km 정도 앞서 가면서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전파하는 역할도 합니다. 물품이나 약품을 구입하는 일, 각종 지원물품을 챙기고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도 이들 몫입니다.
홍보팀도 있군요. 홍보팀은 국토순례에 사용되는 각종 홍보물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현수막이나 자전거에 달고 다니는 캠페인 깃발 등을 제작하고 나눠주는 일들입니다. 또 아이들이 라이딩을 하는 시간에는 승합차를 타고 따라다니면서 하루 종일 사진 촬영을 합니다. 올해의 경우 하루 평균 2000장이 넘는 사진을 촬영하였다고 하더군요.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지도자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 영상을 만드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목적지 도착 전날 밤이면 폐단식 때 학부모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상작품도 만들어야 합니다. 매일 촬영한 2만장이 넘는 사진을 분류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올해도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사, 방송사에 기사를 제보 하거나 취재를 나오도록 하는 역할도 홍보팀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낮에는 아이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생활지도를 하는 팀이 있습니다. 잠도 아이들과 함께 자는 이 팀이야 말로 정말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지냅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챙기는 일, 식사 순서와 샤워 순서, 라이딩 순서 등을 지키도록 돕는, 말 그대로 생활 자체를 지도하는 팀입니다.
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직접 참가했던 분들 혹은 아이들을 참가시켰던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YMCA가 아니면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매년 1주일 넘는 기간 동안 7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인력이 모여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