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7일 낮 12시 38분]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15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7일 "조국해방 70돐을 맞으며 표준시간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며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현재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는 지난 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에 따른 것으로 8월 15일부터 적용한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전대미문의 조선민족말살정책을 일삼으면서 조선의 표준시간까지 빼앗는 천추에 용서 못할 범죄행위를 감행하였다"면서 "피로 얼룩진 일제의 백년죄악을 결산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굳건히 수호하며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세계만방에 떨쳐나가려는 것은 조선군대와 인민의 철석같은 신념이며 의지"라고 밝혔다. 이번 표준시 변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벌이는 일제 잔재 청산 작업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독자적인 표준시를 채택하면서, 동경시(동경 135도 기준)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남한과의 교류 과정에서 혼란도 예상된다. 당장 개성공단 입출경의 경우 이제까지는 같은 시간대를 사용했으나, 15일부터는 30분의 시차를 조율해야 한다.
1908년 한반도 중앙부 '동경127도 30분'으로 표준시 정해이번 북한의 독자적인 표준시 변경은 남한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우리의 표준시는 '동경 127도 30분'과 '동경 135도'사이에서 여러 차례 변해왔고, 최근에도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시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망국 이전인 1908년 4월 대한제국은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동경시를 한국 전체에 적용하도록 했다.
1954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동경 127도 30분으로 되돌렸으나, 1961년 8월에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다시 동경 135도로 바꿨다. 이전 표준시가 항공, 항해, 천문, 기상 등 관측에서 불합리하다는 것이었다. 일본주둔 미군과 한국주둔 미군의 시간차이로 작전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주한미군 측의 요구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들어서 다시 표준시 변경 요구가 제기됐다. 2000년 8월 조순형 의원 등 여야 의원 20명이 한국인의 생체리듬에 맞는 동경 127도 30분으로 바꾸자는 법을 발의했으나 당시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표준시(UTC)에서 1시간 단위의 시차를 두고 있으며, 북한도 동경 135도를 쓰고 있으므로 통일 후에나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그 뒤에도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2008년 7월에 관련법 발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2013년 11월에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사회경제적 비용과 주한미군의 군사작전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동경시가 유지돼왔다.
통일부 "장기적으로 표준통합, 남북동질성 회복에 비장 초래"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개성공단 출입경 등 남북교류 등에 약간의 지장이 초래될 것 같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통합, 표준통합, 남북동질성 회복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표준시는 인접한 국가의 자오선을 쓰게 돼 있다"며 "우리는 중국 쪽 120도와 동경 쪽 135도의 중간에 있다 보니 국제적 관례에 따라 동쪽을 쓰고 있으며, 그것이 실용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제잔재 등의 측면이 아니고 국제적인 관례와 실용적인 측면이 더 기준이 돼 13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