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으로 즐겨 찾는 밀양 강 고수부지에는 버려진 개들이 많다. 최근에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산에 버려진 개들처럼 야생화가 되어 시민들을 위협하는 존재라기보다는 다소 몸집이 작고 사람을 잘 따르는 발바리 종들이 대부분이다. 이 개들은 운동하러 온 시민들을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멀찍이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간식을 먹는 시민들 옆에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한다.
그 중에는 넉살이 좋고 순한 개들이 있는데 어느 날, 그 개들 중 한 마리가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정문 앞 가구 공방에 터를 잡았다. 공방에는 슈나우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녀석과 눈이 맞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그 녀석을 '몬순이'라 불렀다. 아랫니가 앞으로 돌출된 부정교합에 부스스한 털을 가진 몬순이는 얼핏 봐도, 자세히 봐도 그냥 못생긴 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하고 착했던 몬순이는 유기견이었지만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나무 공방 슈나우저와 눈이 맞은 몬순이가 작년 여름경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몬순이를 예뻐했던 아버지는 출산을 한 몬순이와 아기 강아지들을 챙겼다. 나도 몬순이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녀석의 간식을 택배로 보내며 마음으로 응원했다.
태어난 강아지들은 모두 6마리로 가구 공방 주인이 모두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동네 주민들이 수소문하여 입양을 진행했다. 2012년 별이 된 말티즈 철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아버지도 몬순이의 새끼강아지 중 한 마리를 입양하여 '철이'라고 이름 지었다.
동네에서는 몬순이가 또 다시 출산을 하게 되면 다음에는 더 이상 입양 보낼 곳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돈을 조금씩 보태어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루 앞둔 날 몬순이가 종적을 감추었다. 작년 여름 복날 즈음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몬순이가 사라진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고 했다. 몬순이는 개소주에 쓰이기 위해 잡혀 갔고 누가 잡아 갔는지 직접 본 목격자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몬순이가 잡혀갈 때 목격자는 침묵 했고, 주민들은 그저 '천벌 받을 인간'이라며 속으로만 아파하고 위로를 했다.
부모님 집으로 온 몬순이의 아들 철이는 엄마처럼 사람 좋아하고 순한 천상 개다. 부모님은 무럭무럭 커 가는 철이를 보며 몬순이를 가끔 떠올리신다. "몬순이 그게 아무나 보면 좋다고 꼬리 흔들고 그러더니 그렇게 몹쓸 일을 당했네..."하며 마음 아파하신다. 나도 한 번도 직접 보지 않았지만 몬순이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개 식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그 상처를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더 큰 상처를 준다. "그깟 개가 뭐라고 우스운 소리 하네.." ,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게 더 큰 문제지!" 등 동물의 가혹한 처지에 마음 아파하고 작게라도 목소리를 내면 '배 부른 감성놀이'하는 사람이 된다.
지난 7월 인천시의 한 불법 종견장을 방문했다. 이 곳에서 길러지는 종견은 약 400여 마리로 비닐하우스 네 동에 100여 마리씩 나누어져 있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은 하나였고 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환기를 위한 창문이라곤 50cmⅹ30cm크기의 구멍이 다였다 . 개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은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그 작은 구멍에서 처절한 아비규환의 짖음이 새어 나왔다.
종견장으로 한 번 들어오거나 애초에 종견으로 태어나는 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죽어서 나오거나 나이 들고 병들어 더 이상 새끼강아지를 출산할 수 없을 때 개소주 등으로 싼값에 팔려가거나. 거대한 애견산업 뒤에 개식용이 존재하는 것이다.
애견숍이나 대형마트에서 분양되는 작고 예쁜 새끼 강아지를 낳는 종견장 어미개의 삶은 '불쌍하다'는 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나는 매년 여름 개 식용 반대 기사를 써오고 있다. 나는 개 식용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글을 쓴다. 혼자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동물들의 고통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나중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왜냐하면 동물의 고통에 마음을 쓰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일인데 우리 사회가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논리적이지 않아도 된다. '여유 있고 한가해서 하는 우스운 소리'라는 말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좀 더 성숙한 사회에서 만나 정말 '여유'있게 얘기하자고 희망도 주고 싶다.
몬순이는 이름을 부르면 100m 밖에서도 달려 와 착하고 선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지금이 행복하다고 온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버려지고 굶주리고 험하게 살아 온 견생에서 새끼 강아지도 낳고 밥 먹고 잠 잘 곳도 생긴 지금 이 행복이 눈물겹다고 온 몸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몬순이가 개소주로 사라진 날,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울었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몬순이가 희생된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나는 몬순이가 개소주로 잡혀가고 지옥 같은 종견장과 식용 개 농장의 폐해가 반복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 전반의 현실과 닮아 보인다. 잘못되었다는 목소리는 묵살되고 눈 감고 귀 막고 곪아 터질 때까지 방관하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