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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본 대부분의 화물자동차 뒷면에는 'BLOW HORN'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습니다.  빵! 빵! 경적을 울려 달라는 뜻입니다.
인도에서 본 대부분의 화물자동차 뒷면에는 'BLOW HORN'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습니다. 빵! 빵! 경적을 울려 달라는 뜻입니다. ⓒ 임윤수

1300여 년 전, 신라 승(僧) 혜초(慧超, 704∼787)는 선박을 이용해 오천축국(인도)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혜초가 오천축국을 다녀오는 데는 4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혜초는 오천축국을 다녀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혜초가 배를 타고 가 견문을 넓히고 다녀오는 데 4년이 걸렸던 서역국 인도(INDIA)를 필자는 비행기를 타고 7박 9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면 필자는 인도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연재의 글로 정리하며 신왕오천축국전을 남기려합니다. 

인도는 넓었습니다. 볼 것도 많았습니다. 인도는 불교 발상지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60% 이상이 불교문화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에는 불교적 가치가 그만큼 깊이 반영돼 있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인도까지의 거리는 대략 5000Km, 비행기로 9시간 쯤 걸렸습니다.
한국에서 인도까지의 거리는 대략 5000Km, 비행기로 9시간 쯤 걸렸습니다. ⓒ 브이월드

7월 28일,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꼬박 9시간을 넘게 비행해 델리공항에 도착하였다. 한국과 인도 사이에는 3시간 30분의 시차가 있었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인생, 3시간 30분을 덤으로 얻은 기분입니다.

인도는 '빵! 빵!' 천국

언제부터인가 국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사고 중 하나가 '보복운전'입니다. '사회적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앞지르기를 방해했다고, 조금 무리하게 끼어들었다고, 단순히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협적 운전으로 보복을 하는 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인도에서 볼 수 있었던 대부분의 트럭 뒤쪽에는 눈에 확 띄는 원색으로 'BLOW HORN', 'HORN PLEASE', 'HORN BLOW' 등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경적을 울려달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HORN PLEASE' 빵! 빵! 경적을 울려주세요
'HORN PLEASE' 빵! 빵! 경적을 울려주세요 ⓒ 임윤수

 BLOW HORN
BLOW HORN ⓒ 임윤수

 BLOW HORN
BLOW HORN ⓒ 임윤수

 HORN BLOW
HORN BLOW ⓒ 임윤수

경적을 울리면 기꺼이 양보해 주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경적을 엄청나게 울려댔습니다. 트럭도 울리고, 버스도 울리고, 승용차도 울리고, 오토바이도 울렸습니다. 하다못해 인력거까지도 따르릉거리는 벨을 마구 울려 댔습니다.

내가 네 뒤에 있는 걸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 시도 때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빵! 빵! 울려댔습니다. 그러나 누구하나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도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질서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혼돈(混沌)이자 카오스(Chaos) 그 자체입니다.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었습니다. 있는 듯하면서도 보이지는 않는 게 인도에서 자동차들이 별다른 사고 없이 다닐 수 있는 질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도의 교통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교통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 임윤수

 길이 엄청 막혀도 그냥 기다렸습니다.
길이 엄청 막혀도 그냥 기다렸습니다. ⓒ 임윤수

 삼륜차도 경적을 울렸습니다.
삼륜차도 경적을 울렸습니다. ⓒ 임윤수

 경적을 울렸습니다. 화를 내기는커녕 인도 사람들은 이렇게 손을 흔들며 반겼습니다.
경적을 울렸습니다. 화를 내기는커녕 인도 사람들은 이렇게 손을 흔들며 반겼습니다. ⓒ 임윤수

우리나라와 인도는 도로사정도 다르고 교통상황도 많이 달랐습니다. 제도도 달랐습니다. 자동차만 달릴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도 고속도로에는 오토바이도 달리고, 트랙터도 달리고 소나 개까지도 다 다녔습니다. 

그러함에도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가 보복운전을 유발시키는 이유가 되는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할 때 인도의 자동차 운전문화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도 달랐습니다.

인도에서는 경적을 울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빵! 빵!'하고 울리는 경적이 보복운전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같은 경적일지라도 인도에서는 빵! 빵! 천국이고 한국은 빵! 빵! 보복이 되니 한국과 인도는 거리만 먼게 아니라 빵! 빵! 소리에 대한 반응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짧게 다녀와 길게 쓰는 신왕오천축국전은 인도는 빵! 빵! 천국①, 8월 인도는 '성지순례 중'②, 이방인도 기꺼이 하객으로 맞아주는 인도 전통결혼식③, 카주라호는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④, 인도에는 누드교도 있다.⑤, 산토스!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⑥ 순으로 이어집니다.



#인도#뉴델리#경적#왕오천축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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