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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이 서거한 지 40년이 되는 올해, 장준하 선생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장준하 삶을 살 것인가? 박정희 삶을 살 것인가?"

1944년 초 일본군 학도병으로 징집당한 장준하 선생은 그해 7월 7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쉬저우(徐州)에 주둔중이던 일본군부대를 탈출해 광복군을 찾아 중국대륙을 도보로 이동한다. 그렇게 해서 중경(重慶)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도착한 것은 1945년 1월 31일이었다. 이동한 거리가 6천리, 걸린 시간은 7개월이다.

그런 고된 여정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봤고, 그 내용을 책으로 낸 이가 바로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현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지부장)다. 이규봉 교수는 지인 5명과 함께 지난 2013년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17일간 장준하 선생의 구국장정6천리를 자전거로 돌았고, 1년 후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을 책으로 낸 바 있다.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북콘서트 장면 가운데 4명이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자전거 기행을 다녀온 이들이다. 왼쪽부터 전태일(대전대 교수), 이규봉(저자), 고병년(치과의사, 대전환경운동연합 전 상임의장), 윤일선(치과의사)씨다.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북콘서트 장면가운데 4명이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자전거 기행을 다녀온 이들이다. 왼쪽부터 전태일(대전대 교수), 이규봉(저자), 고병년(치과의사, 대전환경운동연합 전 상임의장), 윤일선(치과의사)씨다. ⓒ 임재근

올해 광복 70년과 더불어 장준하 선생 서거 40년을 맞아, 이규봉 교수의 책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을 통해 장준하 선생의 삶과 정신을 되새겨보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12일 저녁,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북콘서트에는 이규봉 교수와 구국장정6천리 자전거기행에 동행했던 전태일(대전대 교수), 고병년(치과의사, 대전환경운동연합 전 상임의장), 윤일선(치과의사)씨가 함께 했다.

이규봉 교수 일행이 6천리 자전거 기행을 떠나게 된 동기는 2013년 3월 26일 장준하선생사인진상조사공동위원회가 발표한, '타살로 판단된다'는 유골 감식 결과 때문이었다. 이규봉 교수는 "일제시대에도 살아남은 광복군 장교가 친일파가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 시기에 타살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을 보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대한 사인과 진상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자전거 기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규봉 교수는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정부에 요구하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장준하 선생이 누구인가를 알리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고병년 의장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장준하 선생은 왜 거기까지 가셨을까'를 고민했다"며 "독립, 해방을 떠나서 개인이 꼭 지키고자 했던 '자유'가 아니었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많은 배신자들이 나타났지만, 장준하 선생이 절대로 끈을 놓지 않았던 강한 힘은 바로 '자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태일 교수는 "대학시절 장준하 선생의 <돌베개>를 읽고 처음에는 이런 사람이 있나 생각했는데,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돌베개>에서 나왔던 장면 장면들을 생각하면서 갈 수 있었다"며 "이런 생각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며 자전거 기행의 소회를 밝혔다.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저자,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현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지부장)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저자,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현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지부장) ⓒ 임재근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 임재근

6천리 자전거 기행을 마친 이규봉 교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이유는 장준하 선생의 험난한 노정을 따라 기행을 마쳤지만 "장준하와 박정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는 누구의 삶을 따라야 하는지"가 딜레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친일파 후손은 선대의 부와 명예를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독립유공자 자손은 선대의 가난과 피해의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사는 게 현실이다"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말처럼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규봉 교수는 "영화 <암살>에서는 친일파 강인국은 암살당하고, 독립군에서 변절한 염석진도 최후에는 죽임을 당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현실에서 '강인국'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재벌'로 수도 없이 살아 있고, '염석진'도 마찬가지다"며 "역사청산을 못해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며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암살>에서 저격수 안윤옥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묻는 질문에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라고 대답했듯이, 우리는 이런 자리를 통해 '진실을 향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도 이날 북콘서트를 찾아와 축하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도 이날 북콘서트를 찾아와 축하했다. ⓒ 임재근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도 이날 북콘서트를 찾아와 축하했다. 장호권씨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직접 체험하시고, 책까지 펴낸 이규봉 교수께 고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장호권씨는 "민족을 배반한 사람들은 처단은 못해도, 최소한 지배세력에서 몰아내서 진정한 민족세력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침 홍영표 의원은 '나의 조상은 친일파였다. 국민들에게 정말로 사과하고, 조상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현재 대통령을 하고 있는 박근혜는 다까끼 마사오의 딸로서 자기 조상이 저지른 반민족적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자 74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등을 통해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에 맞섰고, 그러던 중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의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책과 저자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장준하 삶을 살 것인가? 박정희 삶을 살 것인가?"

이날 북콘서트는 '광복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대전준비위원회'가 주최했고,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주관했다. 또한 (사)장준하기념사업회와 도서출판 문화의 힘이 후원했다.

한편, 민족지도자 고 장준하 선생 40주기를 맞아 오는 8월 17일 오전 11시에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소재한 '장준하공원'에서 추모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준하#이규봉#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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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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