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8월 현재, 9월 말 고시를 목표로 2015 개정교육과정시안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볼수록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제7차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국가수준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연구와 개정과정, 내용을 지켜본 현장교사로서 2015 개정교육과정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 기자 말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8월 6일, 교원대)에서 밝힌 교육과정 개정 배경은 다음 세 가지다.
-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증대-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 문·이과 이분화된 교육에 대한 개선 요구 확대(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 1차 공청회 자료집3~4쪽)뒷북이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
이 중에서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은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반드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적용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교육과정 개정은 절대로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하지 못해 왔다. 오히려 학교현장에 알맞지 않는 내용으로 학교현장의 혼란만 초래해 왔다.
교육과정이 미래를 위해 마련되고, 아무리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한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치더라도 개정된 교육과정 내용이 학교 현장에 적용될 때 쯤이면 사회는 이미 또 바뀌어있기 마련이다.
2009년에 고시된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새 교과서가 5, 6학년은 6년 뒤인 2015년 3월 올해 처음 적용이 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예로 이명박 정부 때 급히 개정 고시한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녹색성장교육'이 강조되었는데, 정권이 바뀐 지금 '녹색성장'이란 말은 그 어디에서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도 쏙 빠졌다. 교육과정이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교육패러다임 전환'은 교육과정 개정이 그렇듯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2015개정교육과정 때도 여전히 첫 번째 개정 필요성으로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패러다임 전환'을 들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내용을 따져보면 과연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것인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창의·융합형 인재'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두 번째 개정 필요성으로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한 국가 사회적 요구'를 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총론 시안에 보면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여러 곳에 등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국가 사회가 요구한다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어떤 인간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독자들도 한번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대체 '창의·융합형 인재'가 어떤 뜻인지.
1차 총론 공청회 때 자유토론에서도 한 교수가 일어나서 '창의·융합'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창의·융합'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가 없다면서 김경자 책임연구자에게 연구자가 생각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세 사람만 들어서 얘기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답변은 들을 수 없었는데, 기자도 참으로 궁금해서 꼭 답변을 듣고 싶다. 교육과정 개정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에 들어가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또한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에 새롭게 들여온 것이 '핵심역량'이다(2015개정교육과정을 각론 연구자들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이라고들 하는데, 총론 공청회 때 질의를 해 보니 연구책임자는 그렇게 제시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론에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6가지로 제시하고 있고, 각 교과에서 '교과역량'을 따로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급별 교육목표를 추구하는 네 가지 인간상을 또 다시 두고 있다. 그 위에는 교육기본법에 교육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홍익인간'을 두고 있다.
결국 교육기본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간상 '홍익인간' 아래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여섯가지 '핵심역량'을 두고, 또 그 아래 급별로 네 가지 '인간상'을 둔 다음, 각 교과별 '역량'을 두고 있는 셈이다. 현장교사인 기자 역시 이 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렇게 제시한 인재상, 인간상, 핵심역량, 역량이 현장교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교육부와 연구자들은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교사연수를 강조해서 이번에도 이에 대한 교사들의 연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교사 연수로 가능하다고 본다는 자체가 순진하다 못해 시대착오적이 아닐 수 없다. 총론 공청회 자유발언에서 어느 분이 '홍익인간'이면 됐지 '창의융합인재'는 무엇이고, '핵심역량'은 또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제2조 (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교육기본법)이 즈음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기본법에 '교육이념'을 제시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과연 그동안 우리나라 공교육으로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했는지를.
총론 시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섯 가지 핵심역량'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연구자들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핵심역량'은 기준을 어디에 어떻게 잡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제시된 여섯 가지 핵심역량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전지구적으로 생태적 감수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핵심역량에 생태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내세우고 있는 교육과정의 성격 중, '국가 수준의 공통성과 지역, 학교, 개인 수준의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교육과정', '학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신장하기 위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 '교육청과 학교, 교원·학생·학부모가 함께 실현해 가는 교육과정'으로 봤을 때, 2015개정교육과정이 제시하고 있는 인재상, 핵심역량 내용과 제정 과정이 과연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으로 알맞은 것인지 교육부와 연구자들은 스스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34년 동안 학교현장에 있으면서 국가수준교육과정이 개정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봐왔다. 지켜본 결과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미래 대비'는커녕 늘 뒷북만 쳤으며, '교육패러다임을 전환'하기는커녕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주장하는 내용을 담기에 급급했다.
임기 안 개정을 목표로 늘 교육과정 연구과정은 충분한 사회적 협의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급속 개정을 했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기자가 지켜본 바로는 역대 초고속 급속 개정이다. (관련기사:
교육과정 개정하면 안되는 8가지 이유). 그러다보니 주5일제 전면 도입이 4년째 시행되고 있는데도,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여전히 주6일제 체제인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 그 틀 안에서 말만 새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주5일제 도입 4년, 왜 개정안은 6일제 기반? ).
과연 교육부와 연구자들은 2015개정교육과정 내용으로 우리 아이들을 '네 가지 인간상'과 '여섯 가지 핵심역량'을 달성해서 '창의융합형 인재'를 만들어서 '홍익인간'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체가 아니라면 대체 몇 명이나 이런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아이들은 과연 이런 인간이 되고 싶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