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 도중분신한 최현열(81·광주광역시 서구)씨의 자필 성명서가 공개됐다.
최씨는 성명을 통해 "올해가 광복 70년이란 세월이 흘렀기에 이제는 모두 잊고 싶은데(중략)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불타는 정열을 잠재울 수가 없다"라며 "양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왜놈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있으니 뻔뻔한 행위를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가)일본 대사관 앞 분신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대책모임(아래 대책모임)'은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공개했다.
대책모임, 최씨 성명 공개..."친일파 떵떵...사과 없는 일본, 참을 수 없어"<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 곳곳에서 최씨는 위안부 문제 등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아베 정권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씨는 "광복이 되어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과 일제에 동조했던 부유층 그리고 친미 친소주의자들은 실권을 쥐고 나라를 다스리면서 낯짝 좋고 파렴치하게 거리를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다닌다"라며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거리를 해매고 있지만, 한일관계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 놓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지금도 홀로 서지 못하고 남의 도움이나 받고 사는 원통한 민족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가워했다.
최씨는 위안부 문제 사죄와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거론하며 한·일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부당국에 눈물로 하소연도, 때로는 외국에까지 가서 일본 놈들의 만행을 온 천지에 알리고 다녀도 강 건너 불 보듯 어느 개가 짖느냐는 듯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의 자손들이 각 분야에서 실권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 세대들은 일제시대의 탄압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방관)이러니 일본은 기가 더 살아나 잘못된 과거사를 칠판에 낙서 지우듯 하고 현실을 페인트로 덧칠하여(중략) 아직도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고 사죄 한번 없다"라며 "세계인의 지탄을 받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한일문제 해 놓은 것 뭐냐...박근령, 역사와 국민의 심판 마땅"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며,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를 향해 "친일파 민족반역자"라고 힐난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부임하신 후로 한일문제나 여성단체(정대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 - 기자 말)를 위해 해놓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고 지적하고, "광복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전 국민이 사활을 걸고 애국심을 발휘하여 한일관계를 원만히 해결 해주길 간곡히, 간곡히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최씨는 친일 발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를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이력을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그는 "박근령 여사의 발표문을 접하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라며 "이런 친일파 민족반역자는 역사와 온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아무리 일제 때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려고 일본 정부에 혈서까지 쓴 박정희 대통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딸이라 하지만"이라며 "아버지의 얼굴에 피칠을 하고 국모인 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전 국민이 분노를 터트릴 그런 막말을 세계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까발려야 되겠느냐"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분신을 결심한 듯 "나는 위안부 정신대와 애국자를 대신해서 뛰어들 테니 양심이 있으면 박근령 여사님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목을 매도 국민의 분노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언론이 나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책모임 "반성없는 아베 항거 불러...대통령 분명한 의지 있어야" 최씨는 언론에도 "아직도 돈과 권력 앞에서 부모 형제 이웃이나 나라도 모르고 날만 새면 이권 다툼이나 부정부패를 일삼는 무리들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기상 나팔을 불러 달라"고 말했다.
대책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식민지배 반성 없는 아베 정권이 항일 독립운동 후손의 항거를 불렀다"라며 "아베 총리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역사 왜곡과 군국주의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책모임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의지와 일본의 재무장화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여 한다"라며 "박근령씨는 일제의 폭압에 분연히 맞선 독립운동 선열을 모독하는 망언을 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기사 :
일본대사관 분신 80대, 독립운동가 후손)
대책모임은 "최현열 선생의 분신 사건을 보며 우리는 일제하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에 대한 절박성을 인식했으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역사청산과 동북아 평화에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대책모임에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대학생동아리 평화나비, 한국진보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최현열씨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광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광주지역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14일 오후 광주지역 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최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지만, 기계 호흡을 하는 등 위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