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 너무해요. 음식 먹는 건 좋아요. 그런데 먹고 남은 쓰레기를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아요. 뭔가 감시체제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지난 16일 오전, 밤바다로 유명한 여수 해양공원에 산책하다가 만난 환경미화원의 얘기다. 집이 국동이라 가까운 국동 수변공원을 거쳐 이순신 광장, 해양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눈꼴사나운 모습이 눈에 띈다. 쓰레기가 넘쳐난다.
원인이 뭘까? 기자는 지난 4월 말에 일본 나가사키 범선축제 현장에 다녀왔다. 열흘간 바닷가에 머물며 깨끗함을 유지하는 시민의식에 감동했다. 그들도 한국인처럼 음식을 먹고 열광하며 즐긴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축제현장을 찾아가 보면 깨끗하다.
시민의식 부족이 문제 여수는 올해 관광객들이 찾는 일 번지가 됐다. 메르스가 한참일 때를 제외하고 요즘 방 잡기가 어렵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여수시에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낭만버스커' 행사를 시작했다.
여수밤바다 낭만버스커는 여수의 아름다운 밤바다를 바라보며 낭만과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해양공원은 여수 밤바다의 중심지다. 관광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주 토요일만 운항하던 야간유람선이 지금은 매일 운항하고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에는 하멜 전시관, 해양공원, 이순신 광장, 돌산 공원 등 8개소에서 통기타, 인디밴드 공연 등 '여수밤바다 버스커 거리문화공연'을 펼친다. 시민과 관광객은 환호하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종화동을 중심으로 한 해양공원에는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케이블카에서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이들의 멋진 그림자가 바다 위에 비치는 모습과 젊은 커플이 팔짱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 가져가는 문화 정착돼야 국동을 거쳐 해양공원에 이르렀기 때문에 오전 10시가 다 되었다. 해가 중천에 떠서 햇볕이 뜨겁다. 오는 길에 휴지통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쌓인 쓰레기에 분개한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휴지를 줍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만났다.
"휴일 다음 날 아침에는 쌀포대로 30~40자루가 나와요. 많이 나오는 날은 50자루도 나옵니다. 나무 밑 벤치도 엉망이에요. 나무 밑에서 먹는 건 좋아요. 1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쓰레기통에 담지를 않아요. 그 자리에다 그냥 놔두고 간 사람, 갖다가 여기다 쳐 놔두고 간사람, 말도 못해요. 오늘 아침은 적게 나온 거에요. 이걸 저 혼자 담당하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제가 아침 6시 반부터 오후 2~3시까지 청소해야 이순신 광장까지 청소를 마칩니다. 그러면 점심도 못 먹는데, 쓰레기를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올해 나이가) 73세인데 도저히 혼자 못 하겠다고 했더니 바꿔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안 와요." "시에 여러 번 건의했어도 소용없어 못 하겠다"고 했더니 해양공원에서 중앙동 화장실까지만 청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중앙동 화장실까지만 청소해도 낮 12시가 넘을 때가 흔하다. 때론 오후 1시가 다 되어야 청소를 마친다면서 그가 덧붙였다.
"쓰레기를 못 버리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방범대원처럼 순찰을 돌거나 주·야간 감시를 두어야 해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가져가든지 깨끗이 치워야지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며 먹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행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강제성을 부여해 처음부터 습관을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해양공원에는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낚시만 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가져와 먹고 즐기기도 한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엉망진창이라는 김씨가 낚시꾼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낚시를 하는 건 좋은데 먹고 아무데나 버리고 가요. 아유! 말도 못해요. 낚시를 끊어 바닷가에 버리고 낚싯줄을 아무 데나 버리고 가면 뛰노는 아이들 발을 다치거나 발에 감겨 넘어질 것 아닙니까? 시민들이 해양공원이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버려진 쓰레기는 주민의 양심을 의미한다. 공공장소에서 가급적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별수가 없어 쓰레기를 생산하더라도 자신의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