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 너무 했다. 오늘(18일)이 딱 일주일째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휴게 공간 옆에 놓인 쓰레기는 보통 하루 이틀이면 치운다. 청소 담당하는 분들이 치우거나 인근 공공건물 책임자들이 나서서 치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주일째 방치해 놓다니...
기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가끔 집에서 가까운 여수 국동 수변공원일대를 산책하며 새벽부터 출어를 준비하는 선원들과 어시장에서 위판을 기다리는 상인들을 보고 삶의 의욕을 느낀다. 저렇게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구나!
국동항 수변공원은 인근주민들의 휴식 공간, 쓰레기 버리지 말아야2008년에 착공해 5년 만에 완성된 국동항 수변공원은 2013년 1월 31일에 완공됐다. 공원에는 잔디밭, 공연장, 종려나무길, 식수대, 벤치, 주차장, 화장실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한여름 밤 열기를 식히며 담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바람개비의 모습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수원도심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게 오동도공원, 종포해양공원, 국동수변공원은 한여름 밤을 보낼 수 있는 3대 휴식공간이다.
그런데 예쁘게 만들어놓은 휴식공간의 물을 흐리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가 과민한 탓일까? 아니면 여수시민들의 시민의식 부족 때문일까?
일요일(17일) 아침 국동 수변공원일대를 돌아보니 쓰레기를 잔뜩 담은 쌀자루 포대 42개가 청소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게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며 땀을 흘리는 청소부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에게 쓰레기 투기 행태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하자 말문을 열었다.
"어휴! 휴일 다음날 아침에는 말도 못해요. 보통 40포대 정도가 나오니. 먹는 건 좋은데 먹고 남은 쓰레기는 되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쓰레기통에 담아두거나. 아무렇게나 놓고 가버려요."수변공원 철망에는 시에서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국동항 수변친수시설은 공공장소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다음 사항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음주, 고성방가, 취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시고 되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꼭 버려야 할 쓰레기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한 곳에 모아주십시오 ▲ 위 사항을 위반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경고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바로 앞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곳은 열심히 청소하는 분이나 있었다. 발길을 돌려 200m쯤 떨어져 있는 수협건물 바로 옆으로 갔다.
여기도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 팔각정 형태의 쉼터 공간 아래에는 쓰레기가 담긴 쌀자루 포대 2개가 걸려있고 주변에는 과자 부스러기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바닥을 살펴보니 50여개의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팔각정 지붕이 없다. 비가 오면 어떻게 피하지? 해가 뜨면 어떻게 쉬지? 혹시 목조물이나 플라스틱 제품일까 궁금해 서까래 구조물을 두드려보니 철 구조물이다. 벤치 하나는 누군가 뜯어가 버렸다. 쌓인 쓰레기를 일주일째 방치하는 담당자는 누구일까?
국동항을 건설한 항만청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건설은 항만청 소관이지만 관리는 자신들 소관이 아니란다. 때마침 인근 벤치에 앉아 대화를 하던 두 분에게 청소상태와 지붕 없는 휴게공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즉각 답변이 돌아왔다.
"공무원 XX 하는 게 다 그렇죠 뭐."일주일 전에 사진을 찍은 후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다 기사를 작성했다. 시민의식도 문제이지만 관계자들이 눈감고 있는 것도 문제다. 관계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