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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5월, 선배가 사라졌다. 편집부 13년차 A선배. 허리디스크와 두통으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급히 병가를 냈단다. 내가 휴가를 다녀온 사이었다. 병가를 내기 직전, 선배는 이석증으로 앰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했었다.

검사 결과 두 군데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어렵게 찾은 두통의 원인은 예상대로 스트레스. 허리디스크로는 전치 6주, 두통으로는 전치 2주가 나왔다. 병원에서는 앉아서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럼 이제 선배는 사무실에 못 돌아오는 건가.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었다. 선배는 자리에 앉거나 일어날 때마다 자주 고통을 호소했다. 선배는 엉덩이뼈 쪽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찾아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점심시간을 빼서 근육 강화를 위해 운동도 했다. 하지만 "아오", "아오" 선배의 신음 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텅 빈 선배의 자리를 보며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나는 올해로 입사 6년차. 취재부서에서 편집부로 부서를 옮긴 지도 어느덧 2년이다. 내근을 하게 되자 주변에서는 내게 말했다.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몸은 훨씬 편하겠네."

이 모든 게 완전히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하루 종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검토할 기사가 쌓여있는 것을 보며, 손이 한참 느리던 초기에는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미안할 정도였다. 편집부에서 먼저 일하고 있던 동기들은 말했다.

"수시로 일어나서 움직여. 그러다 큰 일 나."

사무실 내근 1년, 목이 안 움직였다

 거북이가 되어버린 내 모습
거북이가 되어버린 내 모습 ⓒ 김지현

동기의 조언은 맞았다. 몸에서 하나둘 신호가 왔다. 시작은 목과 어깨였다. 그때만 해도 '내가 원래 자세가 안 좋으니까'라고 넘겼다. 아픈 나를 위해 남편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노트북 거치대와 키보드를 사줬다. 회사에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내 자세 문제니까 내 돈 쓰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아닌데.

장비를 교체한 이후에도 목과 어깨의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는 '일자목 증후군'이 왔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거북목'이 된다고. 한 번에 7만 원씩 하는 도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실비보험을 들어놔서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치료는 수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조금씩 통증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자 통증은 다시 시작됐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목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근을 한 지 1년 정도 되던 때였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어서 남편이 부축을 해줬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 갔더니 근육이 경직돼서 그렇다며 근육주사를 놓아주었다. 이후에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려고 하고 있다.

요즘에는 손목이 욱신욱신 거린다. 너무 아픈 날은 만져보면 뜨거울 정도로 열이 나기도 한다. 긴장하고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반복적으로 입력 작업을 하니 그런 것 같다. 자세를 최대한 똑바로 편 상태로 일을 하려고 하지만, 집중하게 되면 어김없이 나는 거북이가 되어 있다.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다 보면 가끔씩 허리도 아프다. 다리도 저려온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정말 만신창이구나.

 키보드와 마우스로 반복 입력 작업을 하나보니 손이 욱신욱신. 결국 파스를 붙였다(왼쪽). 키보드·마우스 작업으로 팔이 아프다면서 파스를 붙인 후배 기자(오른쪽)
키보드와 마우스로 반복 입력 작업을 하나보니 손이 욱신욱신. 결국 파스를 붙였다(왼쪽). 키보드·마우스 작업으로 팔이 아프다면서 파스를 붙인 후배 기자(오른쪽) ⓒ 홍현진

아픈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는 입사 6년차 B기자는 왼쪽 팔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한의원에 갔더니 경직된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스트레칭을 많이 하라고 했단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로 사용하는 오른팔도 함께 아프다는 B기자는 수시로 한의원을 찾는다. 

또 다른 13년차 C기자는 허리 디스크 증상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저려서 점심시간이면 꼭 산책을 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혈액 순환이 안 돼서 다리가 많이 저리단다. C기자도 목이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경험했다.

이제 막 입사한 2년차 D기자는 요즘 들어 오른쪽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통증이 느껴진단다. 마우스 작업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게 돼서 그런 것 같다고. 30분에 한 번씩 의식적으로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려고 한단다.

물론 모두가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15년차 E기자는 내근을 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딱히 큰 통증은 없다고 말했다. 아픈 부위도 사람마다 다르다. 분명한 건 사무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처럼 주변 사람들이 다들 아프니 내가 아픈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병가자 A선배의 호소

그런데 이건 결코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건 병가를 낸 A선배가 회사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나서였다.

'신경과와 정형외과 의사 모두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아팠을 텐데 왜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고요. 저는 "워낙 신경 많이 쓰는 일을 하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이 정도는 다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자잘자잘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아주 아플 때만 한의원 등에 가서 침 한 대 맞고 버팁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요. 서서 일할 수 있는, 60만 원이 넘는 책상을 사자는 농담도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병은 정말 예방 불가능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병가 중인 A선배는 회사에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내근 직원들이 쓰는 의자는 허리 건강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작은 화면의 노트북을 장시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목, 어깨, 허리가 자연스럽게 구부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유선 마우스 역시 손목에 무리가 간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가운데 노트북은 직원들의 요청으로 데스크탑 대신 지급된 것이었다. 휴대용이 아니라 사무용으로 작은 노트북을 쓰는 것이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린 미처 알지 못했다.

 등받이가 분리된 내 의자...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쓰고 있었다. 결국 새 걸로 교체
등받이가 분리된 내 의자...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쓰고 있었다. 결국 새 걸로 교체 ⓒ 김지현

A선배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한 장기적인 노동환경 개선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선배가 올린 글에는 공감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고 저마다 업무로 인해 겪고 있는 통증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기자 직군뿐만 아니라 디자인팀, 출판팀, 전략기획팀 등 사무실에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은 목, 어깨, 허리, 손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는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목, 어깨, 허리, 상·하지의 신경·근육 및 그 주변 조직 등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을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전체 업무상 질병자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2010년 70.5%를 기록했다. 아픈 노동자 10명 중 7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근골격계 질환은 주로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무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사무직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사무작업을 하는 1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52명 가운데 90.2%가 '최근 1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하여 통증, 저림, 뻣뻣함, 화끈거리거나 쑤시는 경험을 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A선배는 '워커홀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일하던 기자였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이제는 그 일 때문에 많이 아프다. 일을 하기 어려울 만큼 말이다. A선배 같은 베테랑 노동자가 일할 수 없게 된 상황은 회사 입장에서도 명백한 손해다. 남아 있는 구성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단 편집부부터 시작해서 마우스, 의자 등 일부 장비를 교체해줬다. 노트북과 함께 놓고 쓸 수 있는 커다란 모니터도 지급됐다. 앞으로 이를 회사 전체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A선배의 사례를 본 편집부 기자들은 이것이 결코 A선배 개인의 문제도, <오마이뉴스> 사무실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마이뉴스>에는 현재 100여 명의 직원이 있고, 그 중 절반이 사무실에서 일한다. 언론매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긴장도와 집중도가 높은 상태에서 장시간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사용해 일한다는 측면에서 보통의 사무직 노동자들과 업무 환경이 그리 다르지 않다.

좀 더 건강한 사무실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현재 사무실 노동환경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오마이뉴스> 사무실 사례가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사무실#노동환경#허리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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