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장 공석사태가 10개월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총장후보 1순위인 김사열 생명공학부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총장임용 거부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김 교수의 손을 들어 들어준 가운데, 교육부가 항소할 뜻을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옥)는 20일 김 교수가 "임용제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학이 추천한 후보자 전부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사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추천된 총장후보자 중에 적격인 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임용제청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합법적인 사유와 근거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며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천한 총장후보자 전부를 특별한 이유 없이 임용제청하지 않아 대학의 총장 후보자 선정 및 추천 과정을 무용한 절차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대학의 자치권 내지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동대구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이 나라 수장이라면 정치적 구속에서 벗어나 한시바삐 총장임명이 되도록 해 대학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며 즉각 임용제청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난 1년간 총장 없이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온 경북대에서 일어난 모든 비정상적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립대 총장 임명과 관련하여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정부와 정권 차원의 모든 시도를 거두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부산대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현철 교수 사건을 접하며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밝히고 "대학자율성 수호를 위해 부산대 측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대 총장임용을 촉구하는 범비상대책위도 성명을 내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보장하고 경북대 총장임용 제청을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어 교육부는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청와대는 총장을 즉각 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총학생회도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할 정부기관이 법을 어겨가면서도 총장 후보자를 임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대학생들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권력에 복종하고 정권에 순응하게 만들기 위함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이어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는 판결 결과를 받아들여 조속히 대학을 정상화시키고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북대학교라는 진리의 터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총장 임용제청은 행정기관 상호 간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일 뿐이지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은 총장 후보를 추천할 뿐이고 임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며 "추천된 후보자가 대학의 장으로 적합한지 심의하는 것은 교육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총장후보자 투표에서 1순위로 뽑혔지만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하자 올해 1월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