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이던 조합원들의 나이도 지천명을 넘어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이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3천명을 훨씬 넘던 혈기왕성한 젊은 오빠와 누나 노동자 조합원들도 이제는 5백명의 늙은 노동자 오빠들과 누나 두 명뿐이다. 격세지감이다."'통일-S&T중공업 노조운동 30년사 발간위원회'가 최근 <끝나지 않은 저항>을 펴내고 발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1985~2015년 사이 노조운동의 기록이 720쪽에 걸쳐 정리되어 있다.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S&T중공업은 1984년 ㈜통일에 이어 1991년 세일중공업, 1995년 통일중공업으로 변경되었다가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통일교자본'에서 지금은 최평규 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노동조합은 통일노동조합으로 출발해 세일중공업노조, 통일중공업노조로 바뀌었다가 2006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S&T중공업지회로 바뀌었다.
통일-S&T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조운동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이 노조는 전두환정권 때인 1985년 4월 25일 방산업체 최초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고, 마산창원지역에서 처음으로 조직된 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1985년 방산업체 최초 파업 투쟁책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의 함성이 최초로 터진 것은 1985년 4월이다. 1985년 임금인상투쟁에서 위원장이 직권조인을 하자 문성현(전 민주노동당 대표)을 중심으로 파업 농성을 전개해 노조 민주화의 값진 결실을 거두었다"며 "이 투쟁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과 구로동맹 파업과 더불어 97년 노동자 대투쟁의 전주곡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해 놓았다.
책에는 '방산업체 최초의 파업 투쟁'과 '군사정권과 회사의 탄압', '어용 집행부로 회귀', '통일노조 수호 투쟁위원회', '해고자와 활동가의 선도투쟁' 등 초창기 활동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책은 1985~1989년을 '내사랑 민주노조', 1989~1997년을 '민주노조를 사수하라', 1997~2003년을 '살기 위해서 투쟁한다', 2003~2009년을 'S&T자본의 길들이기에 맞서', 2010~2015년을 '투쟁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투쟁 과정을 정리해 놓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S&T자본이 사업구조조정으로 '외주 처리'와 '하도급화'하자 노동자들은 맞서 투쟁하고 있다. 정년퇴직자들은 2014년 "회사는 정년퇴직자 본인의 요청이 있고 일반건강진단상 이상이 없을시 1년간 촉탁계약을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지켜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S&T중공업지회는 자본은 '통상임금 소송 구실로 전면 잔업 통제'와 '공장 분할, 연봉제, 기술파트장 제도', '작업장 개편과 외주 처리'를 하고 있다며 투쟁하기도 했다.
이들은 "S&T자본의 경영 전략의 또 한 축은 '노동조합 무력화'이다, S&T자본은 노조를 인정한다고 주장하지만 형식적으로 인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입버릇처럼 '노사상생'을 내세우지만 그 본질은 힘을 바탕으로 회사의 방침과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이라 주장했다.
또 이들은 "1985년 노조 민주화투쟁에 나섰던 통일노조의 해고자와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외쳤다"며 "아직도 그 외침은 유효하라"고 말했다.
책에는 통일·S&T중공업에서 사망, 구속, 해고되었던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회사의 노조 탄압에 합의해 분신했던 이영일 열사는 1990년 5월 3일, 총액임금제 분쇄투쟁으로 구속되었다가 진주교도소에서 옥사했던 림종호 열사는 1994년 9월 18일 사망했다.
S&T중공업지회는 재해나 사고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는 1993년 임현수(1995년 부산고법 직업병 판정)부터 2014년 폐수처리장에 빠져 사망했던 전병희까지 15명이라며, 그들을 기록해 놓았다.
"노동자 역사 쓰기 앞자리 차지"<내 사랑 마창노련>을 펴냈던 김하경 소설가는 "이 책은 통일-S&T중공업 노동자들 모든 청춘의 기록이다"며 "이 노동조합은 한때 전국을 이끌었던 민주노조였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이번에도 앞장 서서 자신들의 30년 역사를 써냄으로써, 노동자 역사 쓰기의 앞자리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S&T그룹 최평규 회장은 책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를 펴냈다. 발간위원회는 "최 회장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S&T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왜곡, 폄훼하고 모멸감을 주는 등 노동자들을 머슴으로 취급하는 전근대적인 노동관으로 전국노동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지도 오래"라 밝혔다.
책을 쓴 김정호 노동사회교육원 원장은 "30년치의 노조 선전물과 자료, 회사 유인물들을 뒤져가며 연표를 작성하는 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며 "통일-S&T중공업은 30년 동안 거의 한 해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사건과 투쟁들이 많았다, 하도 어슷비슷한 일들이 많아 뭐가 뭔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였고, 등장 인물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헷갈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김 원장은 "노조운동 30년은 한 마디로 저항의 역사다, 198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은 정말로 줄기차게 싸워왔다, 가슴 벅찬 승리의 순간도 있었지만, 떠올리기 싫은 굴욕과 패배의 날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그들은 치명적인 패배로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들었다, 그들의 투쟁은 김수영의 시 '풀'이나 민중가요 '민들레처럼'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