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를 추진하는 교육부가 과거엔 '초등교과서 한글전용'을 강하게 주장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교육부(당시 문교부)는 1996년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편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글만을 전용하도록 한 세부계획은 적법하고도 타당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견서는 1992년 한자단체가 청구한 '한글전용 초등교과서 편찬지시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항하기 위해 피청구인인 교육부장관 명의로 낸 것이다.
이 의견서에서 교육부는 "국어기본법(당시 한글전용에관한법률)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엄연히 우리의 공용문자는 한글임이 명백하다"면서 "교육부는 이러한 문자 교육정책을 1970년 이래 일관되게 추진하여 오고 있으며, 중학교부터는 한문교과를 개설하고 초등학교에서도 특활시간 등을 통해 학교장 재량으로 한자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견서에서 언급된 1970년은 초등교과서를 한글전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한자단체들은) 우리말의 70%가 한자라고는 하지만 이는 사전에 등록된 말이고, 실제로 한글학회에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를 조사해보니 한자어가 30%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한자의 도움이 없는 한글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이상이라고 볼 때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한글만을 전용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세부계획은 적법하고도 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견서를 냈던 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돌연 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7년부터 적용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끼워 넣겠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한자교육 강화, 인성·인문학 교육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교육부가 한글전용 교과서를 주창한 1996년 이후 우리 사회는 오히려 일간신문까지 한글전용이 확대되는 등 한자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왜 기존의 태도를 바꿔 한자병기 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교육부가 한자 사교육업체와 국한문 혼용 단체의 입김에 휘말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이 헌법소원에 대해 1996년 12월 26일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