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면 벗겨 먹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27일 카지노 복합리조트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부산이 선정됐음을 알리는 기자설명회 현장. 이날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사행 산업 유치에 부산이 너무 적극적인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웃으며 답했다.
부산시는 외국인 카지노를 유치하면 2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만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인 만큼 내국인에게 악영향을 주는 사행산업 논란을 피해나갈 수 있다는 게 부산시의 판단이다.
롯데그룹과 손을 맞잡고 외자를 끌어들여 카지노뿐 아니라 호텔, 컨벤션 시설,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는 목표에 탄력이 붙은 셈이다. 부산시는 이날 설명회에서도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다. 시기상조라는 비판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오픈 카지노)의 설립이 가능해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다. 우선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건설한 뒤 법이 개정되면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바꾸거나 추가로 내국인 카지노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카지노 사랑과도 무관치 않다. 그동안 서 시장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때 세계적인 카지노 기업인 샌즈그룹과 내국인 카지노 유치를 위해 협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 시민에 대한 배려없이 사행산업에 올인"카지노만이 아니다. 사행산업 유치를 위한 부산시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부산시는 공기업인 스포원과 함께 6천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공섬을 만든 뒤 경정장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 사업 대상지로 꼽힌 기장군 주민들이 사행산업에 대한 우려와 자연 훼손, 어업권 상실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강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에는 주거 지역인 화명 신도시에 경륜장 장외매장을 만들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자 부산시의 사행산업 올인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오문범 부산YMCA 기획실장은 "시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식으로 밀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사행산업을 관광산업인양 적절히 포장하는 지금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시민에 대한 배려는 없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만 도움이 된다면 사행산업이라도 유치하겠다는 부산시의 태도는 문제"라면서 "사행산업으로 벌어들일 수익이 관련해서 유발할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할 만큼 큰지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