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YMCA 청소년 백두산 자전거 순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인천 차이나타운였습니다. 단동에서 배를 타고 17시간을 오면서 한국에 가면 무얼 먹을까 하는 의논들을 했는데, 중국에서 매일 한국식만 먹었으니 한국에 가서라도 중식을 먹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마침 누군가가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짬뽕과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어도 좋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찬성하였습니다. 가장 거리가 먼 전남 여수 어른 8명과 경기도 안양, 군포에서 참가한 청소년 6명은 인천항에서 집으로 먼저 떠나고, 마산 참가자와 실무자들이 인천차이나타운으로 갔습니다.
수도권에서 거주하는 YMCA 실무자들은 인천 차이나타운 방문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마산에서 간 11명은 모두 처음으로 차이나타운에 갔습니다. 인천항에서 차를 타고 20여 분, 먼 거리가 아니었습니다만 도로가 혼잡하고 차가 막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차이나타운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와 보니 길 건너편으로 인천역이 보이더군요. 골목으로 들어서자 온통 붉은 색을 칠한 건물들이 즐비하였습니다. 빨간색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이지요. 인천 차이나타운의 건물들은 모두 빨간색이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인터넷 검색으로 자주보던 짜짱면의 원조 '공화춘' 건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좌우로 크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대부분 중화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들이었습니다. 중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중국풍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더군요.
중국에서 한국음식만... 짬뽕 먹으러 인천 차이나타운으로저희 일행은 인천 차이나타운에 단골집이 있다는 실무자의 안내를 받아 하얀 짜장과 하얀 짬뽕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갔습니다. 오전 11시, 점심 시간이 꽤 많이 남았는데도 1층에는 적지 않은 손님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16명이나 되는 단체인 저희 일행들은 2층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보니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던 그런 모양으로 실내 인테리어를 하였더군요. 5박 6일 동안 중국에서 단동-통화-송강하를 거쳐 백두산을 다녀오면서는 중국 식당에도 못가고, 중국 음식도 못 먹어봤었는데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중식당을 가게 된 것입니다.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는 것이 번거로워 하얀 짜장과 해물짬뽕 두 가지 메뉴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짜장면을 시켰고, 어른들은 대체로 짬뽕을 시켰습니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방황하던 저는 옆 자리 동료와 짬뽕 2개, 짜장 1개를 시켜 나눠먹기로 하였습니다.
10여 분쯤 기다렸을까요? 가장 먼저 탕수육이 나오고 잇따라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습니다. 16명이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았는데 테이블마다 탕수육 한 접시씩 그리고 각자 짜장면과 짬뽕이 나왔습니다. 짬뽕은 마산에서도 흔히 먹어볼 수 있는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해물짬뽕'이었습니다만, 하얀 짜장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색 다른 맛이었습니다.
하얀 짜장은 된장 색깔이 나는 춘장을 기본 재료로 만들었더군요. 이 식당에서는 양파와 단무지를 찍어 먹는 춘장도 된장 색깔이었습니다. 이 식당은 춘장에 검정색 카라멜 색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된장 색깔과 비슷하였습니다. 영화 <북경반점>에 나오는 춘장을 직접 담궈 사용하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영화 북경반점 연상시키는 하얀 짜짱면하얀 짜장은 면과 짜장소스가 따로 나왔습니다. 된장 색깔의 춘장에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볶은 짜장소스를 마늘과 함께 3~4 스푼씩 넣고 젓가락으로 섞어서 먹는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동네에서 먹는 검정색 카라멜 색소가 들어가 있는 춘장으로 만든 짜장면과는 맛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자극적인 맛이나 단맛이 훨씬 덜하더군요. 아이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듯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짜장면에서 된장 맛이 난다"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음 먹어보는 하얀 짜장이 신기하다면, 한 그릇을 다 비우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만, 맛이 없다며 남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얀 짜장에 비해 짬뽕 맛은 비교적 평범하였습니다. 요새는 동네마다 지역마다 해물짬뽕 잘 하는 집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국 짬뽕맛이 많이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어느 지역을 가도 짬뽕 맛이는 집들이 2~3개 곳은 있기 마련이지요. 인천 차이나타운 해물짬뽕도 맛은 좋았습니다만, 그렇다고 전국 최고라고 할 수는 없겠더군요.
깜짝 놀란 것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였습니다. 카운터 앞에 있는 의자에 손님들이 앉아서 빈 테이블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아 점심시간 전에 왔다 가길 잘했다" 하는 이야기를 나누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 보니 식당 밖에 있는 의자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름 인청 차이나타운에서도 유명한 중국음식점이라고 하더니, 12시가 넘어서자 긴 줄이 만들어지더군요. 점심을 먹고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아나오면서 다시 그 식당 앞을 지나왔는데, 그동안 더 줄이 길어져 있었습니다. 하얀 짜장을 처음 먹어 본 아이들은 "맛도 없는데 왜 줄을 서지?", "동네 짜장면이 더 맛있는데...."하고 의문을 가지더군요.
중국 여행에서 못다한 경험을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보충하였습니다. 식당을 나와 수도권에 집이 있는 일행들과 헤어져 마산 참가자 11명만 차이나타운 구경에 나섰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나중에 차이나타운 곳곳에 있는 안내 지도를 살펴보니 저희 일행이 둘러 본 곳 보다 더 규모가 컸습니다. 날씨가 덥고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에 아이들은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이 비탈진 곳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도 싫어하였습니다.
결국 10여 분 동안 인천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공갈빵'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는 것으로 차이나타운 구경을 마쳤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곳에는 '짜장면 박물관'도 있었더군요. 옛 공화춘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그곳을 그냥 지나친 것이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 음식을 먹는 것보다 우리 입맛에 더 익숙한 한국식 중화요리 짜장면, 짬뽕, 탕수육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마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중국을 여행하면 대륙의 기질(?)을 익힌 아이들은 자동차로 마산까지 5시간 넘게 걸리는 길을 "잠깐 가면 된다"고 하며 즐거워 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차 타고 좀 간다하면 5~6시간, 가깝다고 해도 3~4시간, 1~2시간 거리는 바로 요 앞에 간다고 하더군요. 중국 현지 가이드가 며칠만 지나면 적응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중국 현지에서 매일 5~6시간씩 차를 타고 3~4일을 머물다 한국에 왔더니, 인천에서 마산으로 가는 5시간 여행쯤은 별로 힘들지 않다 하더군요.
오후 5시 마산에 도착하여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백두산 천지 라이딩의 가슴 벅찬 감동을 품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5박 6일의 한국 YMCA 청소년 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를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광복 70주년 기념 백두산 자전거 라이딩 참가를 망설였던 아이들도 막상 백두산 천지를 다녀와서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www.ymca.p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