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활동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천정배의 무소속 당선과 신당론 등으로 혁신위 활동을 추동해낸 곳은 다른 곳 아닌 새정치연합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광주와 전남, 전북)이었다.
호남은 왜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일까. 그동안 중앙당 차원의 정치행태에 대한 분석은 많았다. 그렇다면 호남 유권자와 직접 부대끼고 살아가는 지역당 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매월 1천 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새정치연합 권리당원 25만 명(2015.2.8 전당대회 기준) 가운데 호남의 권리 당원이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전남도당 권리당원이 6만 명으로 전체의 24%에 달한다.
돈 쓴 이력을 보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많은 권리당원을 확보하고 있는 전남도당의 수입·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기준이 된 자료는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이 전남도선관위에 제출한 '2013년 회계보고서'와 '2014년 회계보고서', '2015년 회계보고서(5.19일까지)'이다.
먼저 수입 내역을 훑어보았다. 2013년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의 수입은 약 12억 원으로 당원들이 낸 당비는 약 5억6000만 원이었다. 중앙당 지원금은 약 4억8000만 원이었다, 2015년 수입은 17억 원(5월 19일기준)으로 전년도 이월금이 14억 원, 당비 1억3000만 원, 지원금 약 2억 원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4년엔 수입이 껑충 뛴다. 2014년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의 총 수입은 약 46억 원으로 당원들이 낸 당비만 32억5000만 원에 달했다. 한 지역당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당비 수입이 크게 느는 이유를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밀려있던 직책 당비를 한꺼번에 내는 경우가 많고, 경선에 대비해 무작위로 모집한 권리당원이 증가해서 당비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발전 위한 정책개발비로 5600만 원 사용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에 어떻게 썼을까.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이 해마다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는 예산은 인건비와 사무소 설치운영비, 조직활동비다. 전남도당의 2013년 총 지출액은 약 10억 원에 육박했는데 인건비로 약 3억2000만 원, 사무소 설치운영비로 약 3억 원, 조직활동비로 약 3억 원을 지출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4년엔 총 지출금액이 약 32억 원으로 늘었다. 인건비는 약 4억 원, 사무소운영비 약 2억5000만 원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2013년엔 3억 원이었던 조직활동비가 약 2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20억 원의 조직활동비에 대한 지출내역을 따져봤다.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은 15억5000만 원을 여론조사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선관위에 보고했다. 선관위 보고내용이 사실이라면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은 선거기간 조직활동비의 거의 전부를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에겐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 전남인 만큼 전남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을까. 정책개발비 지출내역을 살펴보았다.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이 2013년부터 2015년 5월 19일까지 지출한 금액은 모두 47억 원. 이 기간 동안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은 47억 원 지출액 가운데 정책개발비로 5600만 원을 지출했다. 전체 지출액의 1.19%에 불과한 액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마저 허수가 많다. 그나마 순수 정책개발비로 볼 수 있는 비용은 용역비 350만 원, 강의료 470만 원 등 모두 820만 원뿐이다. 나머지는 당보발간비용 1948만 원, 자료인쇄비용 1534만5000원, 현수막 104만 원, 광고게재비 50만 원, 식비 214만 원 등으로 정책개발과는 직접상관성이 없는 항목들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권리당원 25만 명 중 여성이 10만 명(44.85%)으로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전남도당의 여성정치 발전 관련 지출 금액을 살폈다. 1원도 사용하지 않았다. 전국 권리당원의 9%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당원들에 대한 특화된 지출내역이 있는지 살폈다. 마찬가지로 관련 항목은 없었다.
대신 매우 특이한 지출사례를 발견했다. 이윤석(전남 신안·무안) 의원은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3년 4월부터 2015년 1월 18일까지 김포-광주 간 개인 항공료는 물론 서울 여의도 앞 주유소 등지에서 유류비로 모두 약 2500만 원을 사용했다.
국회의원은 세비 이외에 연간 1700만 원에 이르는 차량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도당위원장들은 시도당비에서 별도의 교통비를 받지 않는다. 이윤석 의원 뒤를 이은 전남도당 위원장 황주홍(전남 강진·영암·장흥) 의원은 취임 이후 개인 항공료와 유류비를 도당에서 지출하지 않고 있다.
이윤석 의원실은 이에 대해 시도당 위원장이 시도당비로 교통비·유류비를 지출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실 한 관계자는 "유류비 사용을 두고 '도당의 일로 갔느냐 아니냐(도당 업무로 인한 지출 여부)를 따지면 모를까 '국회의원이 차량 지원금 등을 받기 때문에 당비로 유류비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은 좀 그렇다"라고 말했다.